비만이 건강의 적신호라는 얘기는 이미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많은 한인들이 과체중,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등 주요 질환의 한 원인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비만이 암 발생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모른다. 일반적으로 암으로 진단받은 암 환자들은 마르거나 기운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뚱뚱하거나 비만은 그저 잘못된 생활습관병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뚱뚱하다고 해서 다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또 마른 체중이라고 해서 암 발생 위험에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세계 암 연구기금(World Cancer Research Fund, WCRF)와 미국 암연구소(American Institute for Cancer Research)의 2007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비만한 사람들은 정상체중인 사람보다 유방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식도암, 신장암, 췌장암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암은 비만이라는 한 가지 원인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암 발생에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최근 비만이 흡연에 이어 주요 발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암과 비만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본다.
체중 늘면 대장·식도 등 각종 암 발생위험 높아져
폐경기 비만여성 호르몬 늘어 유방암 걸리기 쉬워
#비만이 어떻게 암 발생에 영향을 끼칠까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은 모든 암 사망의 14%, 여성은 20%가 과체중 또는 비만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이 어떻게 암을 일으키는지에 관해서는 확실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다. 의학계에서는 비만이 호르몬 분비와 인체 대사에 여러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암 발생과 연관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만은 에스트로겐, 인슐린, IGF-1(insulin-like growth factor 1,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1) 같은 인체 호르몬 분비를 활성화시켜 특정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해 그 결과로 암 발생 원인이 된다는 설명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IGF-1은 인슐린과 구조가 유사한 단백질 호르몬으로 성장호르몬이라는 체내 호르몬에 의해 조절되는 호르몬이다.
또 다른 가설로는 비만이 불필요하게 세포분열을 더욱 빠르게 해 암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내용도 제기됐다.
비만인 사람은 전반적으로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며 산화 스트레스에 의해 정상세포 DNA 손상을 가져와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유방암과 자궁내막암은 에스트로겐과 관련이 높은데, 폐경 후 과체중인 여성은 에스트로겐 증가로 암 위험이 증가한다.
식도암의 경우 지속적인 위산역류도 인한 식도 조직의 변성이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과체중인 사람은 만성적인 위산역류 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아 식도 내벽이 식도암 전단계로 변해 결국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담낭(쓸개)암 역시 발생 기전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다. 하지만 위험인자로 꼽히는 담석은 비만인 사람이 정상 체중인보다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담석은 담낭염의 원인으로 만성 염증은 담낭암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국가 보건 및 영양조사(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보고서에 따르면 2005~2006년 미국 성인의 비만인구는 34%로 1970년대 15%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비만이 암 위험을 증가시킨다
세계 암연구기금과 미국 암연구소의 2009년 보고서에 따르면 비만은 여성의 자궁내막암의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결론이 났는데, 자궁내막암의 약 49% 정도가 비만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과체중이나 비만과 연관된 암 발생률은 식도암은 35%(5,800건), 췌장암은 28%(1만1,900), 신장암은 24%(1만3,900), 담낭암은 21%(2,000), 유방암은 17%(3만3,000), 대장암은 9%(1만3,200)로 각각 나타났다.
대장암은 비만인 경우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암 발생 위험도가 1~2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과 운동부족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혈액 내 인슐린 농도를 증가시켜 정상 세포 생존주기를 방해하며 세포성장을 촉진하는데, 결국 대장암 발생을 촉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방암 환자는 폐경이 된 비만이나 과체중의 여성은 유방암 재발이 빈번하며 생존율이 떨어진다.
미국 내 비만인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과체중, 비만이 흡연만큼이나 위험한 암 발생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비만과 암의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암 예방과 건강을 위해서는 비만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비만 암 환자 ‘2차 암’ 조심해야
재발 빈번·사망율도 높아
폐암은 체중 줄면 위험 증가
#체중을 줄이면 암 위험을 줄일 수 있을까?
가능성이 높은 얘기다. 한 연구에 따르면 비만으로 위 절제수술을 받아 체중을 줄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 발생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체중 조절은 유방암 재발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또 암에 걸렸던 경우 비만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 한국 국립 암센터 연구 결과 비만인 암 환자에서 ‘2차암’(다른 부위에 발생하는 암)이 발병할 확률이 대장암은 3.5배, 비뇨생식기 암은 3.6배로 각각 정상인보다 높았다.
#과체중 여부와 관계가 적은 암도 있다
바로 폐암이다. 폐암은 체중이 줄면 암 발생 위험이 오히려 올라간다. 대개 흡연자들은 마른 편인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전립선암은 과체중인 남성에게서는 낮게 발생하는 암이다. 하지만 바로 과체중 때문에 진단을 보다 정확하게 하지 못해 암 발생빈도는 낮게 나오는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 암연구기금과 미국 암연구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뇌암, 신경계 암, 근골격계 암에서도 체중이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암 예방을 위해서는
암 예방을 위해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체중조절은 심장질환, 뇌졸중, 당뇨병, 관절 통증 등 여러 질환 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물론 건강한 체중을 갖고 있다고 해서 암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뉴욕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의 암 예방학 분야의 모세 시크박사는 암예방을 위한 라이프스타일에서 넘버원은 금연을 꼽았다. 그 다음은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 운동과 식이요법(다이어트)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술도 적당히 마시거나 제한해야 한다. 미국 암협회에서는 술에 관해서는 여성은 하루 1잔 미만, 남성은 하루 2잔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비만을 예방하려면
-몸을 자주 움직여라. 운동을 할 수 없다면 그저 의식적으로 가사 노동이든 레저를 통해 몸을 자꾸 움직여 주어야 한다. 직장인은 점심시간에 운동한다.
-운동은 규칙적으로 한다. 되도록 일주일에 5일 운동한다.
-건강하게 먹는다. 포화지방과 단 음식은 피하며, 염분도 적게 섭취하며, 탄 음식도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고 홀그레인, 현미를 적당히 섭취한다.
-체중을 규칙적으로 모니터한다. 일 주일에 한번 정도는 체중계에 올라본다.
-만보계를 착용해 본다.
-과체중인지 비만인지 의사를 만나 진단을 받는다.
<정이온 객원기자>
암 예방을 위해서는 암 조기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체중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도 암 예방을 위한 길이다.
비만, 활동 부족은 여성의 내부 호르몬 대사에 변화를 일으켜 에스트로겐의 정상적인 분비를 막게 되고, 자궁암, 유방암 발병율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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