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함에서, 지원한 대학에서의 봉투가 두툼한가 얇은가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리고 기뻐하고 실망하고 하던 계절이 거의 끝나가는 시간이다. 자기가 원하던 일번 순위대학에 합격이 되지 않은 학생들의 실망을 따스한 말씀으로 위로하고 싶고, 그 젊은이들에게 먼저 세상을 살아본 처지에서 드릴 얘기가 있고, 또 대학에서 가르치는 위치에서 그들의 주위에 있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우선, 세상을 살려면 누구이건 한 번 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거절을 당하고 살아야 한다. 거절과 좌절을 당하지 않으려면 심심산골에 가서 세상과 인연을 거의 끊고 사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심심산골이라고 거기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는 없을 것이다. 처음 입학거절 편지를 받았을 때는 온 세상이 밑으로 꺼지는 것 같은 실망감을 맛보겠지만, 살다가 보면 들어가고 싶은 직장에서 거절을 당할 수도 있고, 애인으로 만들고 싶은 이에게서 딱지를 맞는 수도 있고, 집을 사고 싶은데 은행에서 대출 거부를 하는 경우도 있고, 경제가 나쁠 때는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를 당할 때도 있다. 이럴 때마다 세상일을 모두 포기한다면 심심산골 수도승이라도 삶을 영위하는 게 불가능하다. 모든 이가, 모든 곳에서 거절과 실망을 맛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한 사람의 예외가 없이 이 세상을 사는 이들이라면 모두 실망과 좌절을 맛보게 되는데, 어떤 이들은 인생에서 성공하고 어떤 이들은 실패한다. 왜 그럴까?
거기엔 정답이 있다. 인생에서 거절과 좌절을 당할 때 그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자신에게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앞으로의 인생계획에 긍정적으로 반영하는가에 따라서 어떤 이들은 성공하고 어떤 이들은 실패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성공만 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좌절과 실패를 어떻게 하고 사는 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려서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성격이 팔자”라는 얘기는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너무나 맞는 지혜로운 말씀이다.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아, 그 말씀이 이래서 나온 것이로구나” 깨닫게 되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실패한 인생을 보거든 이 말씀에 비추어 보라. 예외가 없이 정답을 준다. 아이의 성격이 좋은 얘기를 듣는 편이면 그 아이의 인생은 틀림없이 성공이다. 예외가 없다. 일류대학을 나와도 그 사람의 성격이 긍정적이질 못하면 성공은 아예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다.
원하는 대학에서 거절을 당하고 다니지 못한 유명한 이들의 얘기를 아래에 들지만, 현명한 젊은이라면 이런 얘기들이 필요가 없다. 어느 대학에서의 거절? 별 것 아니기 때문이다.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억만장자 워런 버핏이 하버드에서 거절 편지를 받았을 때 그는 자기의 실망도 엄청났지만, 자기에게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는 아버지를 실망시킨 것이 무척 마음 아팠다고 기록은 전한다. 그러나 차선책으로 진학한 컬럼비아 대학에서 그는 자신을 훗날 천재적 투자자로 만든 기본을 가르쳐 준 벤자민 그래엄 교수와 데이비드 닷 교수를 만난다. 이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에서도 버핏은 “이 세상을 살면서 가장 큰 실패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예외 없이 전부 너무나 행운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지금의 불합격이 장래 행복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NBC의 간판 앵커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탐 브로커는 대학 불합격이 아니었더라면 자기는 방송직에 들어올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또 예를 들자면 노벨 의학상 수상자인 해럴드 바머스 박사도 1순위 대학 불합격이 자신을 의학 공부에 매진하게 한 기폭제로 얘기하고 있다. 컬럼비아대 리 볼린저 총장도 대학 불합격이란 경험이 자기로 하여금 성실한 인생 관리를 하도록 해주었다고 한다. “어느 대학 입학사정관의 거절이 당신 자신의 가치를 결정하도록 하지 말라. 당신 자신의 가치는 당신 자신만이 평가한다”고 조언한다.
워런 버핏이 얘기했듯이 입학 거절을 받은 젊은이들은 자기들의 실망도 실망이지만 주위 사람들을 실망시킨 것에 너무도 비합리적으로 괴로워할 수 있다. 부모를 비롯한 주위에 있는 이들은 해야 할 일이 있다. “나의 너에 대한 사랑은 대학입학 따위의 조그만 일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시시하고 약한 것이 아니다”라고, 실망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전폭적인 사랑을 보내는 것이다. 도를 지나칠 필요는 없지만,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위에서의 계속적인 사랑이다. 그들에게 인생의 교훈을 얘기해 주고, 이번의 실망이 장래 그들의 성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의 장래 성공을 빈다.
이종열 /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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