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티 뮤지엄 기획전 ‘다 빈치와 조각예술: 영감과 발명’
르네상스의 거장 다 빈치(1452-1519)의 또 다른 작품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대형기획전이 3월23일부터 6월20일까지 게티 뮤지엄에서 열린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조각예술: 영감과 발명’(Leonardo da Vinci and the Art of Sculpture: Inspiration and Invention)이란 제목의 이 전시회는 LA에서는 거의 30년만에 열리는 다 빈치 전시회로 게티와 애틀란타의 하이 뮤지엄 오브 아트이 공동 기획한 것이다. 다빈치는 수많은 천재 예술가들이 쏟아져 나왔던 르네상스 시대에 가장 천재적인 재능을 다방면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던 ‘르네상스 맨’으로, 사실상 화가로서보다는 발명가, 과학자, 엔지니어, 천문학자, 건축가, 수학자, 지질학자, 음악가였다. 그는 위대한 상상력으로 자동차, 비행기, 헬리콥터, 비행선, 대포, 전차 등 현대인이 사용하는 각종 장비들을 생각해내고 자세하게 스케치 해두었으며, 당시 종교적 이유로 금기시됐던 인체 해부를 통해 사람 몸에 혈액이 흐른다는 사실을 맨 처음 발견하고 인체의 신비를 사실적이고 정교하게 기록한 첫 유럽인이기도 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소장품 대여… 다 빈치 영향받은 루스티치 조각품도 전시
이 전시회는 이처럼 위대했던 다빈치에 관해 아직 탐구되지 않은 마지막 부분, 즉 조각예술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된 쇼다. 재미있는 것은 이 쇼에 그의 조각작품은 하나도 전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빈치는 미완성의 작품이 많기로 유명해서 스케치는 존재하나 실제 작품은 남아있지 않은 것이 많다. 또한 그가 여러 개의 조각품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편지와 문헌에는 기록돼있지만 지금까지 실재하는 작품은 하나도 없다.
따라서 이 전시회는 작품은 존재하지 않지만 어떤 작업을 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는 다빈치의 생각과 구상을 오리지널 스케치를 통해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쇼다. 다빈치는 조각, 회화, 발명을 위한 아이디어를 엄청난 양의 노트와 스케치에 자세하게 남겼는데 말로만 듣던 다빈치의 정교한 드로잉들을 볼 수 있는 아주 드문 기회로, 상당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소장품을 대여해온 것이다. 또한 전 세계에 10여개밖에 남아있지 않은 다빈치의 회화 중 한 점도 볼 수 있다.
아울러 다빈치가 만들고자 했던 조각품의 흔적을 좀더 구체적이고 포괄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그와 동시대인으로서 다빈치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도나텔로(Donatello, 1386-1466)의 대리석 작품 ‘수염을 기른 예언자’(Bearded Prophet)와 다빈치의 협력으로 위대한 작품을 남긴 지오반 프란체스코 루스티치(Giovan Francesco Rustici, 1474-1554)의 청동 대작 ‘바리새인과 레위인에게 설교하는 세례요한’(John the Baptist Preaching to a Pharisee and a Levite, 1511)을 함께 보여준다. 이 작품들은 최근 플로렌스에서 복원된 것으로 이탈리아 밖으로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다.
이중 루스티치의 바리새인과 레위인과 세례요한 3명의 브론즈 입상은 플로렌스의 세례당 정문에 있던 것을 몇 년전 보존을 위해 떼어다 복원시킨 것인데 세사람의 표정과 의상과 몸짓이 어찌나 생생하고 정교한지 찬탄이 절로 나오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다빈치가 루스티치와 함께 작업했거나 적어도 모델링에 자문을 주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들의 얼굴 표정이나 옷주름 같은 것은 다빈치의 인체해부학적 관찰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동시대 예술가들에 관해 ‘미술가 열전’을 저술한 화가 겸 건축가 지오르지오 바사리는 “레오나르도가 그의 손으로 직접 작업했거나, 적어도 루스티치를 자문과 훌륭한 판단으로 도와주었다”고 기술한 바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다재다능했던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전시회는 어떤 내용이든 꼭 가보는 것이 좋겠다. 더구나 게티 센터는 입장료가 무료이고 정원과 주변 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니 일부러 시간을 내어 하루 나들이하면 좋을 것이다.
주소 J. Paul Getty Museum, 1200 Getty Center Dr. LA Admission is free.
문의 (310)440-7300, www.getty.edu
<정숙희 기자>
지오반 프란체스코 루스티치의 ‘바리새인과 레위인에게 설교하는 세례요한’(John the Baptist Preaching to a Pharisee and a Levite).
도나텔로의 ‘수염을 기른 예언자’(Bearded Prophet).
다빈치의 스케치 ‘스포르자 기념비를 위한 연구’(Study for the Sforza Monument).
다빈치의 드로잉 ‘아기 예수와 어린 양을 위한 연구’(Studies for the Christ Child with a La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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