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부신 바르셀로나, 저력의 아스날과 2-2
▶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벵거 “그것은 축구이자 예술이었다”
과르디올라 “이처럼 잘한 적 없었다”
“그것은 축구이자 또한 예술이었다. 무승부로 끝낸 것은 우리에게 행운이었다.”
아스날(잉글랜드)의 아르센 벵거 감독은 31일 FC 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유럽축구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홈경기에서 2-2로 비긴 뒤 상대에 대한 탄성을 감추지 못했다. 런던 에미레이츠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홈경기였고 후반 2골을 먼저 내준 뒤 막판 2골을 만회해 얻어낸 값진 무승부였지만 이날 눈부신 예술축구의 극치를 보여준 바르셀로나의 플레이 앞에 적장으로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런 팀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둔 것이 행운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는 펩 과르디올라 바르셀로나 감독도 “지난해 우리는 모든 대회를 다 이겼지만 오늘처럼 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오늘 전반전은 내가 본 우리팀 최고의 플레이였다”고 감탄사를 터뜨렸다.
이들의 찬사가 아니더라도 정말 이날 바르셀로나와 아스날의 경기는 진짜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꿈에 그리는 ‘아름다운 게임’의 진수였다. 바르셀로나와 마찬가지로 아스날도 패싱게임에선 잉글랜드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만큼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팀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바르셀로나의 패싱게임은 아스날보다 한 수 위였다. 전반 첫 15분동안 바르셀로나는 숨이 막힐 정도의 현란한 팀플레이로 아스날 골문을 맹폭했다. 쉴새없이 몰려오는 바르셀로나의 맹공에 아스날은 거의 볼을 잡아보지도 못한 채 실점모면을 위해 급급했을 만큼 정신없이 몰렸으나 골키퍼 마누엘 알무니아의 그야말로 ‘신들린’ 선방으로 인해 첫 15분에만 5~7번의 결정적 실점위기를 모조리 피해갔다. 알무니아는 경기시작 1분만에 세르지오 부스케츠의 강슛을 다이빙하며 막아낸 것을 시작으로 6분 리오넬 메시, 14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사비 에르난데스가 잇달아 골문 바로 안에서 때린 무시무시한 강슛들을 모조리 막아내는 경이적인 플레이로 아스날이 초반 KO를 면하는데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이밖에도 바르셀로나는 이브라히모비치가 6분께 골문 6야드 앞에서 얻은 노마크 찬스에서 볼을 공중으로 날려버렸고 13분에는 메시의 슛이 크로스바를 넘어가는 등 세계 최고 스타들의 피니시가 삐끗하는 바람에 전반을 득점없이 끝내야 했다. 첫 20분동안 볼 점유율에서 74%-26%, 슈팅 수 11-0이 말해주듯 바르셀로나의 일방적 경기였다.
전반에만 최소한 5~7골차로 앞설 기회를 놓친 바르셀로나는 후반 시작 25초만에 이브라히모치가 마침내 0의 균형을 깼다. 첫 20분동안에만 해트트릭을 이룰 수 있었던 찬스를 모두 놓쳤던 이브라히모비치는 후방에서 넘어온 롱패스로 잡은 골키퍼와 1대1 찬스에서 뛰쳐나온 알무니아의 키를 넘기는 재치있는 터치슛으로 마침내 아스날의 골문을 열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이어 14분에도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이번엔 강력한 오른발슛으로 아스날의 골네트를 꿰뚫었다. 바르셀로나의 완승은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스날도 저력의 팀이었다. 후반 20분 티오 왈콧을 교체멤버로 투입한 아스날은 전력을 다한 공세로 나섰고 결국 24분 니클라스 벤트너의 패스를 받은 왈콧이 오른발슛으로 바르셀로나의 골문을 열어 한 골차로 따라붙었다. 이어 후반 40분 아스날은 문전에서 벤트너의 헤딩패스를 받은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슛을 하려는 순간 바르셀로나 캡틴 카를로스 푸욜에 막혀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를 강력하게 차넣어 결국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푸욜은 이 반칙으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돼 다음 주 2차전에 뛰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파브레가스도 이 반칙순간 다리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올 잔여시즌 출장여부는 물론 스페인 대표로 남아공월드컵 출전여부조차 어렵게 될 위기에 몰렸다.
한편 또 다른 8강전에선 인터밀란(이탈리아)이 홈에서 CSKA 모스크바(러시아)를 1-0으로 따돌리고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김동우 기자>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다니 알베스. (AP)
아스날 골키퍼 마누엘 알무니아가 골문 바로 앞에서 사비 에르난데스의 강력한 슈팅을 동물적인 다이빙으로 막아내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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