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 청운의 꿈을 안고, 이민을 와 혼자 북치고 장구치던 시절이 있었다. 한달렌트가 사백불을 하던때 조그만 그로서리 마켓을 운영하며 이것저것 모든걸 다 했었다. 첵캐싱이며, 모니오더, 새벽시장 보는 일까지 정말 물샐틈없이 해댔다.
처음해보는 비즈니스, 30대의 젊은 시절,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무작정 들어닥치는 강도는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바로 내 앞에 서 있는 스타킹마스크 쓴 강도 앞에선 혼미백산 할수밖에 없었으니…. 바로 캐쉬 레지스터 앞에 서 있는 강도 앞에서, 옛날 일들, 살아온 일들이 주마등처럼 순식간에 뇌리를 스쳐가고 있었다. 별수없이 그 당시엔 나에게 꽤 많은 액수의 돈을 털렸었다. 다치지 않은것 만도 다행이다 싶었고, 십년감수란 말이 딱 들어맞는 일이였다. 이후로, 항상 긴장속에 살았던 몇년간이 내가 경험한 미국에서의 사업체 운영경험이다.
그리고 그 후로는 입장이 바뀌어, 사업체거래를 전문취급하는 부동산 중개인이 되었다.
벌써 20여년이 흘렀다. 소위 ‘파밍(리스팅 작업)’에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특별한 기법도 없고, 아이디어도 없이 “사업체 무작정 방문과 말걸기”로 모토를 삼았다. 군대말로 각개전투인 셈이었다. 그러나 물건 팔러간 잡상인도 아닌데 문전박대가 심했다. 한번은, 건네준 명함을 그냥 찢어 버리는 가게주인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자존심이 상한다고 해도 어쩌란 말인가. 그러나 그런일로 물러설수 없지 않은가. “나중에 내가 꼭 필요할때 명함 달라고 해 봐라. 절대로 안준다.” 그게 내가 할수있는 독백일 뿐이었다.
사업체가 즐비한 샤핑센터, 파킹랏까지는 호기있게 잘 가서도,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는 일이 왜 그리 힘들었는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속된말로 얼굴에 철판을 깔라고 했던가! 그러나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철판은 커녕 유난히 빨갛게 상기되는 내 얼굴에 나자신도 놀라고있다.
그래도 나는 참 좋은 습관이 생겼다. 어떤 매물이든, 비즈니스든, 주택이든, 상업용 부동산이든 최선과 정성을 다하면 내 매물이 될 것이고, 곧 오퍼를 많이 받아, 에스크로도 열고, 거래가 종결되면 맘씨좋게 생긴 메신져가 커미션 체크를 가져오고, 이런 장면들을 연상하며 가슴설레는 마음으로 밤낮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런 필자의 “설레임의 효과”는 피곤함을 모르게 했고, 많은 고객들은 이런 모습의 필자를 좋아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또한, 긴시간의 자동차 운전은 부동산 에이젼트의 필수 조건이고, 마일리지가 많을수록 (발로 뛰는 대신) 수입이 비례한다고 믿고 있다. 운전석 건너편에 펼쳐지는 많은 사물들, 세상일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드라이빙을 즐기는 편이다. 혼자있는 시간인지라 많은것들을 생각케하고 계획도 짜보고, 생명있는 목사님의 CD도 듣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시간이다.
필자가 출석하는 교회의 목사님은 목사직이 아니었으면, 직업적인 장거리 운전수를 하고 싶어하셨단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우선 생동감있게 “액티브”하고, “살아있다는 것”, “진행중이라는것” 아닌가!
“디에스포라”(이민자)의 삶에 자동차 문화는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 모르겠다.
불경기의 여파로, 그동안 밀린일들, 읽고 싶은 책들을 많이 접하게 된 혜택(?)도 고맙다.
요즈음 신영복 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책을 읽었다. 젊은 시절 사상적 판단 잘못으로, 감옥안에서 20년이상을 보낸 한 무기수 지성인의 사색과 후회와 용기있는 단상들이 마음을 아프게도 하고, 많은 성숙함으로 이끌어 주기도 한다. 속절없는 감옥에서 그 긴 세월을 한탄하지 않고, 헛된 시간으로 낭비하지 않고, 인내하며, 안주하며, 끊임없이 배우며 (한글 붓글씨체는 유명하다) 한 철학자로, 교수로써의 성숙한 인격을 이루었다. 요즈음 한국의 젊은이들의 필독서처럼 된것으로 알고 있다.
부동산 에이젼트로 20여년을 종사하며, 지금부터라도 더 배우고, 시작할때의 그 순진하고 용기있고 진지한 설레는 마음으로 설레임의 효과를 이루고 싶다. 처음처럼
마이클 방 / 비 부동산 로랜하잇 지점장
(714)713-2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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