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속이 더부룩한 증상, 위산이 역류하는 증상에 시달리는 한인들이 많다. 속이 조금만 쓰리거나 답답하면 혹시 무슨 중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다. 또 소화불량 증상을 경험하면 혹시 위염인가 싶어 마켓이나 드럭스토어의 오버-더-카운터용 위장약을 찾기도 한다. 위염, 식도염, 장염은 한인 소화기내과 병원에서 자주 발견되는 질환들. 이형일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위염, 식도염, 장염 등으로 한인들이 병원을 자주 찾는다. 위염은 위암 검사를 하다 발견하기도 하며 최근 역류성 식도염이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위염, 식도염, 장염 등에 대해 이형일(Martin Lee)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알아본다.
#위염
▲속이 쓰리거나 소화불량이면 다 위염인가
속이 쓰리거나 더부룩하다든지, 소화불량이라고 해서 다 위염은 아니다.
위에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위염은 크게 급성 위염과 만성 위염으로 나눌 수 있다. 급·만성 위염은 말 그대로 위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병. 증상은 심한 복통, 구토증, 더부룩함, 복부 팽만감,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급성 위염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약물. 대표적인 것이 아스피린이다. 관절통에 먹는 진통 소염제, 모트린 등 때문에도 급성 위염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술을 너무 과음하면 예기치 않은 급성 위염을 부를 수도 있다. 헬리코박터균에 처음 감염됐을 때도 급성 위염이 발생할 수 있다.
세균성 위염은 급성보다는 만성위염에서 많이 나타난다.
60세 이상인 경우 노인성 위염(Atrophic Gastritis)이 흔하다.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다 위염이 발생할 수 있다. 노인성 위염은 위 점막이 노화현상으로 얇아지면서 동반하는 염증으로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으며, 증상이 있으면 위암 여부를 가려서 검사하고 적절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스트레스성 위염은 굉장히 애매모호한 증상 중 하나. 증상은 있지만 내시경 상으로는 염증이 없는 경우다.
이 전문의는 “위염은 내시경상의 위 점막의 염증 진단으로, 소화가 잘 안되고 속이 쓰리면 대부분 위염이 맞지만 문제는 소화가 잘 안 된다는 증상 하나만 보게 되면 위암이라든지, 위궤양, 담석 등 여러 다른 질환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내시경으로는 위염을 발견해도 환자는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위염과 위궤양은 어떤 차이?
한인 중에는 위염과 위궤양을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위 점막은 점막, 근육, 복막 등 3개의 층이 있는데, 염증은 점막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점막이 부었거나 염증 증상이 나타난 경우이며, 염증이 더 심해져 점막이 파여져 들어갔을 때만 궤양이라 진단한다. 환자에 따라 염증에서 끝나기도 하지만 염증이 심해져 궤양으로 가기도 한다.
위궤양은 복통(특히 식후), 구토증상이 위염과 비슷하며 오랫동안 지속되면 체중감소, 식욕감퇴, 설사 등도 나타나기도 한다. 심하면 내출혈이나 복막염, 췌장염까지 초래할 수 있다.
▲위염과 위궤양, 암으로 발전하나?
위염이 반드시 위암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또 위궤양도 반드시 암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전문의는 “하지만 궤양은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 위궤양 중 약 10% 정도는 암이기 때문”이라며 “10건의 위궤양 진단 중 1건은 암이라는 얘기인데, 원래는 악성 암인 것으로 궤양같이 나타나는 것”이라 설명했다.
또 급성 위염이 암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성 위염은 염증이 오래되면 세포가 바뀌어 돌연변이 과정을 거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과정이 나타나면 암 발생률이 다소 높아진다. 이 전문의는 “아직까지는 현대의학에서 정확하게 위염 환자 중 어떤 환자가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위염 치료
급·만성 위염 치료에 차이는 없다. 대신 급성 위염은 약을 제때 사용하면 회복이 빠르다. 만성 위염은 말 그대로 질질 끄는 질환이다. 100% 낫지도 않고 계속 소화불량이 남아 있으므로 음식은 계속 조심해야 한다.
말락스(Maalox), 텀즈, 펩토비즈몰 등 제산제를 비롯해 항히스타민 제제인 젠탁(Zantac), 타가멧(Tagamet) 등이 쓰이며, 프라이 로셀 같은 PPI 약, 점막 도포제 일종인 Sucraltate도 쓰이기도 한다.
제산제는 증상제거에 뚜렷한 효과가 있으며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오버-더-카운터 용이나 의사의 처방약이나 모두 너무 약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약마다 14일간 복용 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의사를 찾으라는 경고문이 부착돼 있다.
위암 초기는 위염 증상과 같으며 중기 이후 발견하면 치료가 힘든 경우가 많으므로 위장병을 앓고 있는 경우 너무 오버-더-카운터 약물에만 의지하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위염, 식도염, 장염 모두 주의해야할 사항은
-첫째도 둘째도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 커피, 술, 매운 음식, 기름진 음식은 피한다.
-생활습관을 바꿔 과식과 야식, 폭식을 피한다.
-과음하지 않고, 담배도 꼭 끊는다.
-자기 전 3시간 이전에 식사하도록 한다.
▲헬리코박터 균은 반드시 치료해야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을 경우는 급성 위염 증세가 온다. 또 염증이 많고 궤양이 심하며 특히 십이지궤양이 재발하는 경우에 헬리코박터 치료를 하면 바로 낫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헬리코박터 대변 항원검사가 피검사를 대체하고 있다. 대변검사를 통해 항원을 살펴보는 것으로 95% 이상 정확한 편이다. 또 치료 후 바로 항체가 보이지 않아 정확도가 훨씬 낫다.
가족 중 전염도 가능하다. 전염도 가능하지만 같은 음식을 먹기 때문에 남편이 치료받는 경우는 아내도 받기 쉽다.
#식도염
예전에는 속이 쓰리다 싶으면 십이지장 궤양이나 위염을 의심했다. 그러나 식도염 역시 흔한 질환 중 하나. 심한 병은 아니지만 미국 내 약 25%가 식도염으로 진단받고 있다.
최근 주목 받는 질환은 바로 위산 역류성 식도염. 이 전문의는 “음식, 스트레스, 바쁜 생활과 과식, 과음 등 현대병”이라며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소화기 질환”이라 설명했다. 역류성 식도염 역시 약물치료도 중요하지만 생활 패턴을 바꿔야 한다. 치료는 위산 차단제를 쓰며 위염 치료제와 같다. 비만인 경우는 체중을 줄이고, 여성은 가슴에 꽉 끼는 옷을 입으면 안 된다. 절식하고 운동해야 하며 야식은 금물이다.
날씬한 사람도 역류성 식도염이 올 수 있지만 확률적으로 많지 않고 회복도 빠르다.
특히 위산 역류를 조장하는 음식은 피해야 한다. 소다, 기름진 음식, 토마토로 만든 음식, 초콜릿 등은 다 피해야 한다.
위산 역류성 식도염 다음으로 많은 것이 칸디다 식도염이다. 칸디다 식도염은 면역 결핍인 사람에게 생길 수 있다.
젊은 남성의 경우 내시경 검사에서 칸디다 식도염이 발견되면 AIDS(후천성 면역 결핍증) 검사를 해야 한다. 또한 당뇨가 아주 심한 경우,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도 면역성이 떨어져 칸디다 식도염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 전문의는 “아주 드물게는 식도염 때문에 식도 출혈이나 식도가 좁아지거나 협착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1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한 경우로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론적으로 식도염에서 식도암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역시 극히 드문 케이스.
#장염
이 전문의는 “배가 조금만 아파도 장염이라 많은 한인들이 생각하지만 사실 장염은 흔한 병이 아니다.
대개 경우 식중독이거나 세균성 장염(장티푸스), 바이러스성 장염(stomach flu)으로 급성으로 생겼다가 바로 완치가 되는 경우이며, 장이 예민해서 생기는 과민성 대장증후군 역시 장염으로 잘못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내시경으로 봤을 때 장에 장막이 부어 있거나 염증이 와 있어야 한다.
만성 장염인 만성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은 세균성 장염이 아니며, 자가 면역성 질환으로 우리 몸의 면역이 강화돼 장을 파괴하는 질환으로, 음식이 서구화되다 보니 최근 증가 추세에 있는 질환으로 꼽힌다.
원래는 유대인에게 나타나는 만성 대장염이었지만 한인도 드물지가 않다는 게 이 전문의의 설명이다.
설사가 심하고, 아랫배 통증, 대변에 피가 섞이는 등 증상이 나타난다. 만성 궤양성 대장염에 걸리면 완치는 힘들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하며, 장 전체에 염증이 퍼진 경우는 치료를 위해 장을 들어내기도 한다. 배변 후 계속 용변하고 싶은 느낌이 들 수 있으며, 심하면 고열과 대장이 팽창하는 증상이 오기도 한다.
또한 오래 만성 궤양성 대장염을 앓게 되면 대장암 확률도 높아진다.
<정이온 객원기자>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속쓰림 증상이 자주 나타나면 위염이나 식도염은 아닌지 걱정하는 한인들이 많다.
위암 검사를 하다가 위염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한 환자가 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다.
이형일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환자의 내시경 검사 결과를 설명해 주고 있다
기름진 음식은 소화기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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