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위안화 절상폭 힘겨루기, 지구촌 편싸움으로 번질 판’-지난 주말 본국지 외신면의 제목이다. 전면을 할애했다. 그러면서 G2, 그러니까 미국과 중국의 무역과 환율을 둘러싼 갈등을 여러 각도에서 다루었다.
현 상황을 마치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묘사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라’는 미 의회의 압박으로 본격화한 양국 간의 환율전쟁이 제 3국과 국제기구까지 가담하면서 국제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 환율전쟁의 끝은 그러면 어디일까 하는 것이다.
로버트 새뮤얼슨은 미국의 저명한 경제전문 논객이다. 지난달부터 그는 중국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요지는 미국의 정치, 경제, 그리고 학계 엘리트들이 중국을 근본적으로 잘못 판단해온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지나치게 평가절하 된 중국의 위안화에서, 지구온난화에 따른 코펜하겐 국제회의에서 보인 중국의 무례, 이란 핵 개발 저지에 대해 극히 미온적 태도, 구글 해킹사건 등 일련의 사태를 열거하면서 중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이라면 무조건 비판부터 하고 나서는 반(反)중국 논객이 결코 아니다. 이런 그가 중국에 비판적 필봉을 휘두른 것이다.
관련해 포린 폴리시지는 주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 엘리트 계층의 여론이 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그 첫 질문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기에 여론의 변화를 가져왔나 하는 것이 뒤이은 또 다른 질문이다.
“중국은 오바마의 소프트 외교를 약함으로 착각했다. 미국의 크레딧 위기를 미국의 쇠망으로 잘못 보았다. 자체의 중상주의 정책이 가져온 거품을 스스로의 부상으로 오판했다. 1차 세계대전 이전 독일제국이 전략적 힘의 균형을 오판한 결과 빚어진 영-독 갈등 같은 것이 되풀이 되는 느낌이다.”
앰브로스 에반스-프리처드가 텔리그라프지에 기고한 내용이다. 중국은, 더 정확히 말하면 중국공산당 정치국은 미국과의 정면대결을 고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미국 시대는 가고 이제는 중국 시대가 시작됐다는 믿음에서라는 것이다.
중국은 무엇인가 착각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으로, 중국의 이 같은 오산에, 또 오만은 상황을 위험하게 몰아갈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쏟아진 공식성명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워싱턴포스트지의 존 팜프릿의 지적으로, 전인대란 무대를 통해 중국 공산당 지도층이 보여준 행태는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주요 단서를 제시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폐막 연설에서 강경발언으로 일관했다.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에 대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중-미 관계의 악화를 모두 미국 탓으로 돌렸다. 반미에, 반 서방 기조로 일관한 것이다.
포퓰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중화민족주의를 고창해야 한다. 그리고 반 서방 수사로 일관해야 한다. 중국 지도층이 전인대에서 보여준 행태다. 왜 그럴까. 2012년으로 다가온 권력승계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후진타오를 비롯해 정치국상임위 위원 중 7명이 2012년이면 은퇴를 하게 된다. 전체 정치국 멤버의 대대적인 물갈이도 예상된다. 문제는 아직까지 ‘천명’(天命)을 받은 확실한 후계자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말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권력투쟁의 여지가 있다는 것으로, 하나 같이 강경발언으로 일관된 전인대가 이를 극명히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하나 더. 미국과의 대립은 현 북경의 집권층이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치 아픈 많은 국내문제들이 쌓여 있다. 자칫 체제도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들이다. 때문에 미국과, 서방과의 대결구도는 오히려 바람직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이런 결론이 도출된다. 강함과 약함이 혼재돼 있다. 착각이든, 소신이든 간에 중국시대가 왔다는 일종의 ‘오만감’으로 가득 차 있다. 동시에 두려움에 떨고 있다. 고도성장을 멈추면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체제유지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 중국은 가연성(可燃性)이 극히 높은 체제다. 강하면서 오만할 때는 위험하지 않다. 사실은 약하다. 그런데 오만하다. 그 때는 위험하다. 이것이 과거 역사의 교훈이기 때문이다.
환율전쟁으로 구체화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의 끝은 언제일까. 아마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2012년 권력교체기를 앞두고 북경의 집권층은 저마다 강성일변도의 내러티브를 쏟아낼 수밖에 없는 게 중국의 정치현실이기에.
옥세철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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