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 경비 싸다는 생각은 오산
‘하쿠나 마타타’ 항상 밝은 모습 신기해
어릴 적 가장 재미있게 본 TV 프로그램으로 ‘타잔’과 ‘동물의 왕국’이 있다. 이 두 프로그램은 나에게 아프리카에 대한 강렬한 동경을 갖게 했다. 그리하여 항상 아프리카는 넓은 평야, 울창한 밀림, 그리고 그 밀림을 뛰어다니는 수많은 동물들과 함께 미지의 대륙으로 나에게 다가 왔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런 부분에서는 나와 동일하리라 본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경험한 아프리카는 나의 상상과는 너무나 다른 대륙이었다.
2008년 11월 17일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아프리카 행은 그 어느 대륙보다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며 다가온다. 앞으로 12시간을 날아가야 한다. 케냐 나이로비공항에 도착하여 비자를 받는데 문제가 발생하였다. 여행 책자에는 트랜짓 비자가 $20에 7일간 체류 가능하다고 하였는데 공항 직원은 트랜짓은 48시간만이라며 무조건 관광 비자 $50을 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모든 관광객이 $50 관광비자만 받고 있다. 설마 정해진 규칙이 있는데 하는 생각으로 우리 가족은 용감하게 트랜짓 비자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웬걸? 정말 48시간이다.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계속 $50만 요구하던 입국 관리와 다시 실랑이를 벌이기도 싫어 일단 그냥 가기로 했다.
로비에 나오니 흑인 한명이 다가오더니 국적을 묻는다. 세계 어디를 가도 공항에는 택시기사 혹은 여행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항상 기다리고 있다. 한국인이라 하니 난데없이 자신이 한국인 미스터 김을 잘 안다며 명함을 보이는데 ‘사랑 아프리카’ 라고 적혀있다. 한국 사람을 아는 이 택시기사가 신기하기도하고 직접 전화로 연결도 해주어 일단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 대하여 내 머리 속에 각인 되었던 아름다운 환상이 깨어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공항을 빠져나온 차량이 얼마를 못가서 8차선 도로가 나오며 교통체증이 끝없이 이어진다. 아프리카에서 교통 체증이라니? 그 정도는 서울을 연상케 한다. 이것이 정녕 내가 그리던 아프리카란 말인가? 밀림 속을 헤집고 나오는 코끼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이른 아침 택시 기사가 안내한 ‘사랑 아프리카’로 가니 사장님이 반갑게 우리를 맞아 주며 정황을 들으시더니 ‘어떻게 가족이 배낭여행으로 겁 없이 아프리카에 왔느냐?’며 조금은 황당해 하신다. 그리고 비자 문제로 나이로비 이민국까지 찾아갔지만 48시간은 변경하기 힘들다. 아쉽지만 몸바사, 라무 섬, 사바나 열차 등 모든 케냐의 모든 일정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 것이 정녕 맞는 진리였단 말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프리카 여행은 경비가 적게 든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도 경비를 산출 할 때 아시아, 남미 다음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알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최소의 배낭여행도 1인당 1일 경비를 $50은 잡아야 가능한 곳이다. 안전 문제로 기사 딸린 차를 빌려 숙소를 찾는데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는 4500링깃(9만원)으로 비싸다. 1시간을 헤맨 끝에 1300링깃 하는 유스 호스텔로 정하였다. 2평정도 크기에 2층 침대, 거울과 휴지통 하나, 전등, 창문으로 겨우 잠만 잘 수 있는 곳이다.
첫날 저녁 나이로비 외곽에 있는 ‘케냐 사파리 파크 호텔’에서 그 유명한 ‘사파리 캣츠 클럽’의 공연을 보러 갔다. 예약된 좌석에 앉으니 아프리카의 유명한 곡이면서 홍보송인 “잠보 송”(HELL0) ‘잠보 잠보 봐나, 하마리?가니, 은주리 사나, 와게니 와카리 비샤, 케냐 아뚜 하쿠나 마타타!’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이들의 노래는 대체로 흥겹다. 노예, 척박한 땅, 피부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들, 그 모든 것에서 비롯된 역사속의 아픈 순간들을 이렇게 빠른 템포의 노래를 통해 새 힘을 얻었을 지도 모르겠다. 나이로비의 명물인 ‘야마초마’(아프리카의 여러 고기 바베큐)라는 요리와 함께 경쾌한 리듬을 따라 흥얼거리니 본격적인 ‘사파리 캣츠 클럽’의 공연이 시작된다. 건강하고 까만 피부에 역동적인 동작들과 유연한 몸놀림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 온다. 살아있는 에너지가 전달되는 동작들을 보며 우리도 새로운 힘을 충전 받는다.
다음날 나이로비 대학을 들러 보고 나오는데 바로 옆의 국립극장에서 케냐 민속춤 경연대회로 많은 부족들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모습을 사진 찍으니 바로 손을 내밀며 돈을 내라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가이드북에서 읽은 적이 있어 즉시 찍은 사진을 삭제하니 하쿠나 마타타!(No problem!)라고 말하며 돌아 선다. 외국인에게 가능성만 보이면 돈을 요구하는 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씁쓸하다가도 힘들게 살아가는 그 이유 때문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안타까움이 크다. 그러면서도 항상 하쿠나 마타타!로 밝은 그들이 신기하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나이로비에서 김 사장님이 우리를 자신의 가정으로 초대하는 뜻밖의 축복을 누렸다. 48시간이라는 비자문제로 14시에 버스를 타야 하는데 길 떠나는 우리에게 점심을 먹고 가도록 배려하신 것이다. 염치불구하고 댁으로 가니 냄새가 심상찮다. 우와~~불고기, 갈비, 김치찌개, 조기구이, 김치 그리고 하얀 쌀밥! 나그네를 대접하는 천사의 손길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겁 없이 배낭만 매고 대책 없이 아프리카로 온 우리가족을 위한 김사장님의 배려로 짧은 48시간 이지만 나이로비의 핵심부분은 놓치지 않고 보는 행운을 누렸다. 다음 일정인 탄자니아까지 세심하게 연결해 주신 김 사장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길 위에서 만난 천사로 항상 기억에 남아있다. 그래서 케냐에서의 짧은 48시간이 항상 긴 여운을 남기며 그곳을 그리워하게 하는 것 같다. 하쿠나 마타타!
*세계일주 여행을 현실로 만드는 TIP 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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