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한국에 돌아가 살겠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건강보험 비중이 적지 않다.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들이 한국에서 3개월 이상 머물 경우 거소증을 발급받아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험 비라봐야 미국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데다가 요즘 한국의료시설이나 기술이 미국 못지않아 노년에 접어드는 한인의 고국행 결심에 당근이 되고 있다.
한국은 박정희 대통령 집권 말기인 1977년 생활보호대상자등에 대한 의료보호 사업을 시작으로 10 여년만인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을 달성하면서 경제뿐 아니라 의료 선진국 대열에 일찌감치 합류했다. 미국 한인들에게는 2007년부터 의료보험 혜택을 주고 있는데 소정의 양식을 제출하고 170달러 정도의 3개월치 보험료를 지불하면 당일 카드를 발급받아 한국의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개방 했다.
한국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7년 한국 건강보험에 가입한 재외국민은 2만2,000여명이고 이듬 해 이 숫자는 3만5,000여명으로 크게 불어났다. 이들 대부분은 미국 거주자다.
이 때문에 한국의 언론들은 한때 고국을 버리고 떠나 한국에는 세금 한 푼 내지 않던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며 귀국 한인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 미국에서 극빈층을 분류해 무료로 치료받고 아기까지 낳아 키우고 돌아가는 한국인들이 더 많은데도 말이다.
한국과 미국의 의료비는 차이가 많이 난다.
2008년 한국의 한 언론매체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보험이 없을 경우 심장수술이 한국에서는 4,000달러에 그치는 반면, 미국은 10만 달러에 달한다. 위암수술도 미국은 한국의 3,000달러보다 무려 18배나 많은 5만5,000달러를 청구한다. 치과 잇몸 치료도 미국에서는 한국의 1,700달러보다 7배나 많은 1만2,000달러의 비용이 들며 종합 건강검진도 미국은 평균 2,000달러로 한국의 400달러보다 5배나 더 높다.
보험은 만일을 대비하는 일종의 사전 보호막이다. 평생 건강만 유지해 준다면야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자신도 모르게 병마가 스며들거나 불의의 사고라도 당하면 그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 보험이다.
미국은 국민보험이 없는 유일한 선진국이다.
미국은 국민소득중 의료비 지출이 14%로 세계 1위고 국민 1인당 의료비 지축액도 선진국(2,400달러)의 두배에 달하는 연간 5,600달러로 역시 세계 1위지만 평균 수명이나 사망률은 중진국 수준인 세계 29위로 밀려 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직장별 의료보험에 의존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정부에서 극빈자를 위한 메디케이드와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메디케어, 그리고 재향군인들에 제공하는 보험이 추가된다. 하지만 아무 곳에도 포함되지 않는 소규모 자영업자나 일반 개인들은 개별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보험료가 만만치 않아 대부분 무보험으로 지낸다. 직장 보험도 해마다 보험료가 올라 본인 이외의 가족 보험을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더더욱 불경기로 직장에서 내몰리면 보험료가 크게 올라 가입을 포기하는가 하면 지병이라도 있게 되면 개인 보험 가입 조차도 불가능해져 목숨을 잃는 사례 속출하는 실정이다.
한인들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UCLA가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18∼64세 성인 한인의 건강보험 미가입률은 33%로 캘리포니아 내 인종 및 민족 집단중 가장 높았다. 인종별 보험 미가입률은 백인 8%, 라티노 28%, 흑인 10%로 나타났다. 이는 보험 없이 중병에 걸리면 파산을 하거나 목숨을 잃을 수 밖에 없는 한인들이 의외로 많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지금 연방 의회에서는 건강보험 개혁을 놓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주축으로 한 민주당 지도부와 공화당이 정치 생명을 걸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 100년간 수차례에 걸쳐 추진 돼오던 전국민 의료보험의 대 과제를 놓고 오바마 대통령은, 시장 경제 논리를 내세우며 보험회사와 고소득층, 일부 중산층을 등에 업는 공화당과의 지루한 혈전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각오다. 춘분인 21일로 예정된 결전의 날에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으로 꽁꽁 얼어붙은 무보험 미국민들의 가슴에 봄바람을 불어 넣어 줄지 기대되는 시점이다.
김정섭 / 국제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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