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들의 학과목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개인의 성적은 물론 대학입시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능력이 안 되는데, 어려운 과목을 택하거나, 성적 위주의 과목을 선택하는 것 모두 나중에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불러올 수 있다. 요즘 일부 고등학교에서 올 9월 신 학년을 앞두고 학과목 선택 카운슬링을 시작한 가운데, 9일 세리토스 고등학교에서는 한인 학부모회(회장 김도원) 주최로 ‘학과목 선택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제임스 백 카운슬러의 강연내용과 학부모들이 알아두면 유익한 것들을 정리했다.
수준높은 과목 많이 들을수록 대학입시 유리
GPA 높이려 레벨 낮추면 좋은 평가 못받아
카운슬러에게 추천·조언받으면 결정 쉬워
■ 과목 선택이 중요한 이유
당연히 대학 입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지원서에 참께 제출하는 추천서에는 지원자의 학업 성취도에 관해 기재하는 내용이 있다. 우수한 학생은 당연히 수준이 높은 과목들을 많이 들었을 것이고, 이는 곧 수업능력에서 경쟁력을 갖췄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GPA는 아주 좋은데, 과목별 레벨이 낮다면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자녀의 능력이다.
자신이 원하는,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만을 생각하고, 능력을 넘어서는 레벨의 과목을 들었다가 헤매기 시작하면, 다른 과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되고, 결국 전체 성적만 떨어지게 만들 수 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 학과목 선택 요령
각 학년마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듣는 과목은 필수 5개, 선택 1-2과목 정도이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갈 때 전 학년도 성적으로 바탕으로 수강하게 될 과목의 레벨을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10학년 때 영어 또는 수학을 아너 클래스로 들었다면 그 다음 학년 때는 AP클래스를 도전할 수 있다.
반대로 성적이 엉망이었는데, 다음 학년에서 한 차원 높은 수준에 도전한다면, 사실상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학생마다 실력이 다르기 때문에 딱 집어 구체적으로 어떤 과목들을 어떻게 하라는 식의 말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실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과목을 결정해야 하는데, 카운슬러의 조언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카운슬러는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자녀의 능력을 평가하고, 그 수준에 맞는 과목을 알려준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일반 클래스와 아너 클래스, 그리고 AP클래스를 놓고 어떻게 조합을 만들어야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을 것인지에 중점을 둬야 한다.
결국 잘 짜인 과목선택이란 ‘적당한 분배’를 의미한다. 즉 잘하는 과목은 아너스 또는 AP클래스로, 그렇지 못한 과목은 일반 레벨로 공부하면서 목표 대학과 학업 성취도를 학생에 맞추는 것이 올바른 전략이다.
■ AP클래스
학부모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문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명문대 진학을 꿈꾸고 있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AP를 많이 들어야 한다는 고정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명문대 진학을 위해서는 AP클래스가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지원자의 AP클래스 수강 과목과 수를 대학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수학능력과 도전정신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상당수 부모들이 “명문대를 가기 위해서는 몇 개의 AP클래스를 들어야 하는가”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정답은 없다. 다만 자녀가 해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것이다.
AP클래스를 몇 개 도전했는가 보다는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나중에 입시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과욕은 항상 문제를 낳는다. AP클래스는 말 그대로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을 미리 배우는 것인 만큼 공부하기도 어렵지만, 과제물도 상당히 많다. 무조건 많이 들으면 좋다는 생각에 무리한 수의 클래스를 택했다가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때문에 AP클래스는 본인이 자신 있고, 잘하는 것을 택하도록 해야 한다. 반면 자신이 없다면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고로 굳이 숫자를 들이대자면 UC계열 중 최상위권 캠퍼스와 명문 사립대 지원자들의 경우 10~12개 이상을 공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 이런 점도 생각하자
AP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는 학생들의 공부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학생과 코드가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선배들을 통해 통과율이 낮을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라면 그 과목을 피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또 학교에서 선택할 AP클래스가 없다면, 커뮤니티 칼리지를 통해 수강하는 방법도 택할 수 있다.
<황성락 기자>
세리토스 고교 한인 학부모들이 제임스 백 카운슬러로부터 과목선택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수강신청전 학업능력부터 파악”
■제임스 백 세리토스 고교 카운슬러
“많은 학부모들이 간과하는 것이 자녀의 능력입니다. 무조건 AP클래스만 고집하다 자녀가 자신감마저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너무 큰 손실입니다”
제임스 백(사진) 세리토스 고교 카운슬러는 학생들의 다음 학년 과목을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현재의 학업 수준과 능력을 통한 포텐셜 등 여러 조건들이 충족되는지 분석하는 것이라며, 부합될 경우 한 단계 높은 레벨의 과목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 카운슬러는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주변의 친구, 또는 다른 학부모의 얘기만을 듣고 거기에 맞춰 과목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AP클래스의 경우 학교마다 운영 정책에 차이가 있으며, 세리토스 고교의 경우 미리 약속을 통해 한 번 과목을 택하면 중간에 포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능력이 안 되는 학생들은 결국 힘든 시간을 보내게 돼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간 정도의 실력을 갖춘 학생들의 경우 AP클래스가 힘들다면 일반 과목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며 “비록 명문은 아니라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백 카운슬러는 “과목선택은 여러 가지 옵션을 만들어 그 가운데 기본적으로 자신 있는 것은 높은 레벨에 도전하고, 아닌 것은 과감히 자신의 실력에 맞는 것으로 결정해 노력한다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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