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다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멈칫하는 것은 올 겨울뿐일 것이다.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하얀 가루 떡가루를 하늘나라 선녀님들이......”라고 부르던 추억의 노래는 입도 벌리지 못한 채 한겨울의 어둠의 골짜기로 숨어 버리고 말았다. 늘 자연스러운 것은 아름다운데도 지나친 자연스러움은 오히려 사람에게 부담이 되고 만다. 그래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사람은 자연 앞에 늘 겸허해야 한다. 그래서 산을 타는 사람들, 특히나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사람들은 결코 마음속으로나 입으로 산을 향해 노하거나 투정을 부리거나 가벼운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지나친 종교심이라 하지라도 산 앞에서는 예배하고 기도하고 절을 하게 된다. 올겨울은 마치 자연의 힘이 사람에게 자신을 과시하려는 듯, 정말 최고의 기개를 부렸다. 어떤 면에서는 눈이 사람에게 사랑을 달라고 그렇게 졸랐을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는 눈은 사람들과의 싸움에서 충분히 이겼다고 말할 수 있다.
성경은 이렇게 자연에 대해 말씀한다. “범람하는 물에 누가 물길을 나누었으며 천둥의 번개에 누가 길을 내며 이슬방울은 누가 낳았느냐 얼음은 누구의 태에서 나왔느냐 하늘의 하얀 서리는 누가 낳았느냐 물이 돌로 된 것처럼 감추어졌고 깊음의 표면은 얼어 있도다(욥 38:25~30)”
결국 사람이 아무리 지혜가 있고, 기술과 능력이 있다하여도 자연을 다스리는 하나님 앞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꼼짝 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만 깨달아도 재물로도 얻을 수 없는 인생의 큰 뜻을 얻는 것이다. 이 뜻을 깨달을 때 비록 추운 겨울이라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소설가 박완서님의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는 세상을 살면서 가질 수밖에 없는 거짓, 그리고 시기, 질투, 이별, 그런 가운데 결코 버릴 수 없는 인간의 사랑, 형제의 고귀한 사랑이 결코 추한 한겨울 같은 삶을 따뜻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사실 삶은 어떻게 보면 추운 것이고, 어떻게 보면 따뜻한 것이다. 이별 속에 만남이 있고, 만남 속에 또 이별이 있게 된다. 그런 인생의 여러 상황 속에서도 버릴 수 없는 것은 늘 좋은 생각이고, 따뜻하게 사랑하는 생각이다. 기나긴 겨울밤이지만 작은 밤이라도 구워서 먹는 그런 아름다움이 추운 것들을 따뜻하게 만들게 된다.
아이티의 지진이 새해를 놀라게 했지만 온 세계가 작은 정성으로 사랑을 모으는 모습들은 한겨울을 따뜻하게 했다.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주고, 비록 적은 것이라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그 누구도 절망 속에서 소망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번 겨울을 더욱 더 따뜻하게 만든 것은 역시 캐나다 밴쿠버의 동계올림픽이었다. 여러 나라들의 아름다운 겨울 운동 축제이지만 그래도 한국 선수들의 선전은 정말 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동계올림픽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여자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의 깃털과 같고, 구름과 같고 한송이 꽃과 같이 부드럽고 강인한 그 모습은 우리 대한민국 전체를 보여주는 것 같아 눈물과 박수, 그리고 감동, 환희의 짜릿한 순간이었다. 게다가 까불지도 않으며, 예의가 있고, 자기 표정관리, 그리고 나라에 대하여 배여 있는 애국심, 참으로 자랑스러운 우리 한국의 딸이었다. 물론 다른 선수들도 칭찬하고 박수를 보내야 한다. 한 개의 금메달을 위해 선수들이 얼마나 노력했고, 눈물을 흘렸고, 자기와의 고독한 걸음을 얼마나 걸었는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비록 올겨울, 시간이 지나 이 겨울을 바라보면서 그 해 겨울은 추운 한 해였지만 그래도 살아가면서 깨달아야 할 것들, 겸손, 사랑, 눈물과 땀의 결실, 이러한 것들이 얼마나 귀하고 값진 것을 알게 되었으니 이 겨울은 추우나 춥지 않고, 불편했으나 마음은 자유를 얻은 겨울이었다.
그래서 이 겨울은 다 뜻을 이룬 겨울, 따뜻한 겨울이면서 또한 마음에 큰 뜻을 깨달은 따뜻한 겨울이 될 것이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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