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한인산악회 티벳-네팔 횡단 등반기 <12>
■ 네팔로 가는 길
산 깎아 길 만들었을 때 수많은 사람 희생
네팔에 닿으니 냄새 달라져 카레향이 솔솔
티벳과는 다른 풍광 ‘미지의 세계에 기대감’
라룽라(5,200m) 고개를 정점으로 네팔로 가는 길은 고도가 많이 내려간다. 국경도시 장무(2,300m)에서 오늘 숙박을 한다. 수많은 폭포가 장관을 이루는 보테코시 계곡을 경유하여 가는 우정공로(Friendship Road)는 산을 깎아 만들어서 가는 길 내내 곡예를 하는 기분이었다. 아찔한 절벽 아래가 운무가 짙게 드리워져 잘 안보여 덜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언뜻언뜻 구름 사이로 보이는 계곡과 보테코시강의 장관을 전부 못 보는 게 많이 아쉬웠다. 이 길을 만드느라 3만명이 희생되었다 한다. 티벳인들이 일을 했는지, 중국인들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나라 간의 우정(?)을 지키느라 너무 많은 인명이 죽었다.
5시간 정도 걸려 장무에 도착했다. 도시가 산비탈에 위치해 집들도 농토도 다 계단식이다. 장무는 국경도시답게 여러 인종이 모여 시끌벅적 복잡했다. 지나다 보니 가게에 한국 과자류들도 판다. 숙소를 정하고 저녁을 먹는 데 티벳하고는 음식이 현저히 달라졌다. 이제 부터는 네팔의 카레 냄새에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
밥 먹는 내내 환전상들이 돈을 바꾸라고 끈질기게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고도가 많이 낮아져 대원들은 오래간만에 편안하다. 내일이면 가이드 텐진과 헤어져야 한다.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다. 이 순정하고 청정한 청년에게 격려를 해주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여자 대원들의 수다로 밤이 깊어갔다.
국경은 바빴다. 국경 초소까지의 좁은 길에 짐과 차량들이 줄지어 있다. 그동안 고마웠던 랜드크루저 기사들과도 작별했다. 텐진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코가 붉어져 마지막 수속을 돕고 있다. “타시딜레(고마워), 텐진. 공부 많이 하고 행복하게 지내.” 늘 같이 따라 울던 마음씨 좋은 유진순 대원은 작별을 많이 아쉬워한다.
이제 다리 위에 빨간 라인을 넘어가면 네팔인 것이다. 한 발짝 뛰어 라인을 넘어 “티벳 독립만세”하고 외쳤다. 저 멀리 울고 서 있는 텐진이 보인다.
코다리(Kodari) 출입국 관리소에서 2주간의 네팔 비자를 받기 위해 간단히 면담과 체온 체크를 하고 입국수속을 마쳤다. 네팔에서 3일간 일정을 마치고 나면 대원들은 미국으로 돌아가지만, 나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계획하고 있어서 네팔 입국이 설랬다. 카트만두에서 온 가이드들이 버스 앞에서 한글로 쓴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다. 2시간의 시차로 시계를 고쳤다.
한국에서 6년간을 산 경험이 있는 가이드 ‘파와라나’는 몽골인으로 한국말을 잘했다.
버스에 타니 “나마스테, 안녕하세요”라고 한다. ‘나마스테’(namaste)란 말은 산크리스티어(인도·네팔·티벳의 언어)로 “내안의 신이, 당신의 신께 경배드립니다!”란 뜻이다. 대원들은 같이 따라서 “나마스테”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이어서 파와 라나는 네팔의 보테코시 강가의 좁은 길로 천천히 달리는 버스 안에서 설명을 시작했다. 나는 열심히 받아 적는다.
코다리(Kodari)는 네팔 중국 간의 국경지대이다. 아찔할 정도로 황홀한 자연풍경 외에도 예전 네팔상인들의 무역루트의 출발지였던 이색적인 역사를 지닌 곳이다. 북쪽으로 라사를 향하던 상인들은 티벳 고원으로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되는 동쪽을 향하기 전에 쿠티(Kuti)를 지나 코다리를 통과하여만 했는데, 이 국경마을은 아직도 티벳과 네팔사이의 중요한 무역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카트만두에서 어르니코 고속도로 144km 지점에 위치하는 이곳에서 거대한 협곡과 주변 산들의 멋진 경관을 감상할 수 있으며, 코다리에서 3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뜨거운 물’ 이라는 뜻의 타토파니(Tatopani) 온천지역은 이곳의 치료 효과 때문에 네팔전역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코다리는 카트만두에서 버스로 4~5시간 걸리는 네팔 국경의 아주 작은 마을이다. 국경이 열리면 걸어서 중국으로 내왕하는 현지인과 외국인, 내왕하는 차량으로 인하여 마을은 생기가 넘친다. 불과 몇 시간을 사이에 두고 풍경도 이곳과 티벳은 차이가 크다. 티벳의 한랭한 기온과 망망한 대초원, 순백의 거대한 히말라야 산맥은 온화한 기후와 밀림, 낮은 산으로 바뀌고 현지인의 생김새도 이국적으로 변한다. 이런 변화가 대원들에게는 아주 즐거우며, 또 다른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 게 한다.
시차가 바뀐 탓도 있지만 3시에 늦은 점심을 먹었다. 고도(1,700m)도 낮아졌고, 양식 부페도 훌륭해서 입맛이 났다. 도시로 진입하는 어르니코 고속도로는 2차선으로 전혀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자전거, 모토 사이클, 사람, 자동차가 먼지 속에 뒤섞여 움직인다.
네팔은 북쪽으로는 중국의 시짱 자치구와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히말라야 산맥 정상이 공동 국경으로 되어 있다. 동남쪽에서 서북쪽까지 800km, 북쪽에서 남쪽으로는 140∼240km로 뻗어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험한 산악지대가 몇 군데 있다. 오랫동안 지형조건에서 빚어진 고립성과 스스로 초래한 폐쇄성이 지속되어 세계에서 가장 개발이 안 된 나라로 손꼽힌다.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 우는 네팔은 세계 10대 고봉 중 8개와 7,650m이상이 넘는 봉우리가 50 개 넘게 존재하는 자연적 경이가 넘치는 나라이며, 문화와 언어가 다른 60여개 종족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이다. 현재 세계유일의 힌두왕국이며 석가모니의 탄생지로 불교문화의 모태이기도 한 이곳은 히말라야의 만년설과 불교와 힌두교의 성지인 까닭에 많은 산악인들과 종교 순례자,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저녁 때가 다 되어서 호텔에 도착했다. 정말 오래간만에 한식을 먹을 수 있었다. 한식집 주인은 산악인으로, 네팔에 자주 등반을 오다가 눌러앉은 지 10년이 됐다고 한다. 음식은 아주 훌륭했다. 식사 후 숙소로 돌아가는 데 카트만두 시내가 다 정전이 됐다. 자주 있는 일이라 큰 호텔이나 식당들은 자가발전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내일은 카트만두 시내의 유적지와 힌두교 사원을 방문하려고 한다.
<수필가 정민디>
네팔과 인접한 국경도시 장무. 깎아지른 듯한 계곡에 위치해 있지만 여러 인종이 모여 사는 곳이다.
‘우정도로’는 해발 2,000미터가 넘는 곳인데다, 길도 좁아 초행자들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도로 위로 쏟아지는 폭포를 막기 위해 시멘트 구조물을 설치했다.
네팔에 입국한 대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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