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제리 브라운이 캘리포니아 주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을 때 CNN의 래리 킹이 던진 첫 질문은 “Why?”였다. 그건 이미 주지사를 2번이나 역임했고 4월이면 72세가 되는 그에게 누구나가 묻고 싶은 점이기도 하다.
위기에 빠진 캘리포니아를 되살려내야 할 차기 주지사에겐 ‘준비와 노하우와 지식’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며 그는 대답했다 : 지난해 주민총생산고가 1조5천억 달러를 기록한 캘리포니아엔 아직 자원도 막대하고, 창의력도 충분하며 희망이 살아있다, 문제는 주의회의 그치지 않는 당쟁과 그로 인한 기능 마비다, 문제의 뿌리를 파악할 수 있는 경험, 합의를 끌어내는 권위와 설득력을 갖춘 원숙한 경륜의 리더라야 바로 잡을 수 있다, ‘인사이더의 지식’과 ‘아웃사이더의 정신’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는데… “정확하게 내가 오퍼할 수 있는 게 바로 그것이다”
환경보호에 선두주자인 캘리포니아는 재활용, 리사이클링을 열심히 하는 지역으로 꼽히긴 하지만 주지사까지 리사이클링이라? 지지자들이 적당한 반응을 정리하지 못하는 사이 온라인에선 “지금 농담하냐? 브라운은 이제 그만!” 반대 아우성이 들끓고 있다.
브라운만큼 오래, 다양하게, 캘리포니아 정계주변에 머물렀던 인물도 드물다. 예일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로 1969년 LA커뮤니티칼리지 보드에 출마할 무렵 그는 이미 주 정치 전반에 훤한 상태였다. 아버지 팻 브라운이 주지사를 두 번 역임하는 동안 저녁식탁 대화의 주제가 캘리포니아 정치였고 퇴근하는 아버지가 서류가방 하나 가득 넣어온 온갖 법안과 보충서류를 섭렵하는 것이 아들 제리의 잠들기 전 일과였다. 주 정치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많이 안다는 그의 장담은, 그러므로 과장이 아닐 것이다.
정계입문이후 그는 주 총무처장관을 거쳐 36세에 주지사에 당선되어 ‘새 정치의 기수’로 전국적인 각광을 받았고 주지사에 재선되었으며 8년 재임 중 2번 대선에 도전했다 패배했다. 주지사 퇴임후 연방상원 선거에서 패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의 정계은퇴를 예상했다. 실제로 그는 인도로, 일본으로 날아다니며 테레사수녀의 의료봉사와 선불교에 심취하며 영혼을 탐구했다.
그의 유전자 속에 들어있는 정치 불사조의 기질은 곧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민주당 가주위원장으로 복귀한 그는 92년 대선에 도전했다 다시 패배했지만 98년 북가주 오클랜드 시장으로 당선된 후 재선에도 성공했으며 2006년엔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으로 출마, 압승을 거두었다.
직책의 상하를 개의치 않는 정계공략은 40년 가까이 이렇게 계속되었고 이번 캠페인은 그의 12번째 선거전이다.
금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전국 표밭에 팽배한 기류는 단연 현직에 대한 반감이고 기성 정치인에 대한 혐오다. 모두가 ‘신선한 새얼굴’에 목말라 한다. 그런데 캘리포니아 민주당의 생각은 좀 다른 것일까. 신선하지만 미숙한 정치 초년생에게 지휘권을 맡기기엔 캘리포니아의 상태가 너무 위급하다고 강조하고 싶은 듯하다. 내일 3월12일이 후보 등록 마감일인데 주지사 예선 민주당 지명전엔 브라운의 라이벌이 없다. 적수가 될 만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연방 상원의원도,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시장도 일찌감치 불출마 발표로 브라운에게 길을 터주었다.
공화당의 공격은 당연히 쏟아졌다. “이번 선거는 캘리포니아의 과거 아닌, 미래를 위한 것이다” “브라운은 세금인상과 낭비지출을 주도한 리버럴” “지금 캘리포니아를 침몰시키고 있는 통치철학의 설계자” - 막강한 자금력과 거침없는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무장한 공화당 선두주자 메그 휘트먼은 절대 과소평가할 수 없는 상대라고 인정하면서도 브라운은 아직 이런 정도 공격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사실 그는 ‘40년 정치판’이라는 흠집투성이 짐 보따리를 끌고다녀야 하는 후보치고는 집중 공격을 하기에 쉽지 않은 상대다. 환경보호에서 교육과 노동법 개선, 대체에너지와 동성애 지지, 선거헌금 제한 등을 보면 그는 갈데없는 리버럴이다. 그러나 그의 통치시절 지출증가는 연 4%로 전임 레이건 주정부의 12%보다 훨씬 줄었다. 캘리포니아의 풍요롭던 황금기에도 검약을 강조하며 ‘절제의 시대’를 주창한 그가 재정적 보수인 것 또한 확실하다. 이번에도 ‘유권자의 승인 없는 증세는 없다’와 돈과 결정권을 지역정부로 이관하는 ‘작은 주정부’등 공화당 이슈들이 공약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시절 이상주의를 추구하던 정치 신동이 36년후 합리적 중도의 지혜를 터득한 정치9단으로 되돌아와 옛 직책을 다시 한 번 맡겨달라고 나선 것이다. “차기주지사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나도 젊었다면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생명의 무덤이 될 확률이 높으니까. 이 시점의 난 사랑하는 나의 주를 되살릴 준비가 되어있다…그리고 수십년 닦아온 노하우와 능력이 있다”
그가 호소하는 사랑과 능력을 유권자들은 믿어줄 것인가. 앞으로 8개월 남았다. 어떻게 캘리포니아 미래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을, 캘리포니아 과거의 ‘리사이클링’에서 찾아낼 수 있는지 유권자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기간이다. 그동안 우리도 제리 브라운 주지사와 한인사회의 ‘재회’에 대한 갖가지 측면을 미리미리 정리해 보아야겠다.
박 록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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