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人文學)이 무엇인가를 설명하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니, 인문학이란 인간의 조건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나와 있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에서 경험적인 접근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 구별되는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또는 사변적인 방법을 넓게 사용하는 학문이다. 그 인문학의 분야로는 철학, 문학, 역사학, 고고학, 언어학, 종교학, 여성학, 미학, 예술, 음악 등이 있다고 나와 있다.
며칠 전, 지방대학에서 독어독문학 교수를 하고 있는 고등학교시절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머지않아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어서 안부도 물을 겸, 이것저것 궁금한 점이 있어서 전화를 했단다. 한국 같으면 3월초 개학을 해서 새 학기 준비에 한창 바쁠 시기인데 웬일이냐고 했더니, 자기 대학교에서 독문학과가 올해부로 없어졌다고 했다. 바로 옆 강의실의 불문학과는 작년에 없어지고 드디어 올해에는 독문과를 지원한 학생이 전체에서 10명도 채 되지 않아 더 이상 그 과를 유지할 수가 없고, 어쩔 수 없이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다고 했다. 전화 목소리에 힘이 빠져있는 모습이 역력히 느껴졌다.
학창시절, 제 2외국어로 독어를 배운 필자로서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우리가 학교를 다니던 70년 말의 독문학과는 영문학과와 어깨를 견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지원학생수도 엄청나게 많아서 입학 커트라인도 상당히 높았었다.
독문학도 하면 얼마나 지성적으로 보였는지 그 학생들이 참 많이 부러웠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줄줄줄 외고 다니고,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절망적인 사랑의 주인공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슈만과 아름다운 아내, 클라라 그리고 그 두 사람과 평생 정신적인 사랑을 나누었던 브람스의 이야기로 밤늦게 소주집과 막걸리 집을 전전하던 그 시절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얼마 전, 신문기고에서 어느 의과대학의 교수가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제자인 학생과 점심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어가는 길이었단다. 그 제자는 장애우여서 휠체어를 타고 있었고 교수가 휠체어를 뒤에서 밀고 들어서려는 순간, 다른 손님 세 사람이 거의 밀치다 시피 하면서 그들을 앞질러 식당에 들어갔다고 했다. 이렇게 예의 없는 사람들이 있나 하고 식당에 들어서서 좌석을 안내 받다보니, 그들이 자기 뒷좌석이다. 본의 아니게 그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단다. 부모 두 사람과 이번에 의과대학에 합격한 아들, 이렇게 세사람이 축하점심을 먹으러 왔던 것이었다. 뒷좌석에서 들어보니, 똑똑한 아들자랑 집안 자랑 재산자랑 등등 주위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들만의 자랑으로 연신 시끄러웠단다.
그 아들이 합격한 의과대학이 그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이어서 더욱 마음이 심란했다고 했다. 이렇게 오만하고 예의 없고 주위를 돌아보지 않는 이기주의적인 학생이 나중에 의사가 되면, 그가 나중에 담당해야 하는 환자들을 과연 어떤 방법으로 의술을 펼칠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점심도 제대로 먹지도 못하였다고 했다. 그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의사가 되기 전에 제대로 된 인격형성이 우선되어야 하고, 그래야만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소외된 가난한 계층들을 제대로 돌봐줄 수 있는 참된 의사가 된다고 했다.
오직, 먹고 살기 위한 기술만이 중요시 되는 고등교육의 현실, 인격적인 교양과 문학과 철학이 소외된 교육, 오직 취직을 위한 수단으로써의 교육현실이 더욱 우리 사회를 황폐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반도체, 컴퓨터, 핸드폰학과에는 지원학생들이 미어터지는 반면, 정작 평생 개인의 인격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학문을 다루는 인문학과(人文學科)들은 하나둘 폐지되는 현실을 보면서, 삽 하나 들고 온 대한민국의 강을 누렇게 파헤치는 거침없는 그들이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이 조차도 바다건너 외딴 동네, 미국의 한 부동산에이전트가 생각하는 것으로서는 너무 건방지고 버릇없는 주제넘은 짓이라고 그들이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661)373-4575
제이슨 성 / 뉴스타부동산 발렌시아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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