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개선한 선수단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김연아 선수가 트리플 액셀을 시도하는 순간, 너무 마음이 조여 TV 화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눈을 가리고 있었다고 했다. 한국인이라면 똑같은 심정이었을 게다. 경쟁상대가 막강한 일본선수였기에 그 긴장감은 배가되었을 것이다.
일본의 ‘얼굴’ 아사다 선수와의 승부가 가려진 후 시상식이 거행되는 순간 그 벅찬 감격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었겠는가? 선진 부국의 국기인 일장기와 캐나다기를 좌우로 하고 중심에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연주되는 장면에서, 필자에게는 50 여년전 한국의 현실이 오버랩되어 다가오면서 잉여농산물과 같은 단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왔다.
“20세기 전반이 존재하지 않았던 한반도”는 1950년 6.25 전쟁 발발로 인하여 그 후 20여 년 동안 남의 도움 없이는 살아 갈 수 없었다. 미국과 유엔의 원조 없이 국가를 ‘경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죽하였으면 이승만대통령의 영부인인 프란체스카여사가 외화를 관리하였겠는가? 6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신문지상엔 무슨 약자인지도 몰랐던 AID 원조니, USOM 자금이니, 잉여농산물이니, 미 공법 480조니, UNKRA니, USAID와 같은 단어들을 사용하지 않으면, ‘경제랄 것도 없던’ 대한민국의 ‘살림’을 설명할 수 없었다.
전후, 경제부처장관들의 주된 임무는 워싱턴으로 날아가 잉여농산물을 포함한 미국으로 부터의 경제원조를 받아 오는 것이거나, 원조 삭감을 막아내는 일이었다. 원조 없인 살아 갈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시대였다.
뉴욕은 세계의 축소판이다. 전 세계를 볼 수 있고, 전 세계인을 상대할 수 있는 곳이다. 필자의 고객 가운데에는 독일, 프랑서,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인등 유럽인도 있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럼비아, 도미니칸 등 중남미인도 있으며, 레바논, 터키인등 중동사람들도 있다.
최근 어느 아르헨티나인이 경영하는 스포츠 바에 갔을 때였다. 종업원이 입고 있는 유니폼에는 LG 마크가 실크 프린팅되어 있었고, 벽에 붙어 있는 LED TV는 삼성 제품이었으며, 중계되고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축구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의 유니폼에도 삼성이 쓰여 있었다.
그리스인이 운영하는 아스토리아 지역의 한 식당 벽에 붙어 있는 TV 에선 영국 FA배 축구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영국의 명문 Tottemham팀은 LG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며 필드 주변을 돌고 있는 전광판에는 LG의 현란한 광고 이미지가 선수들보다 더 빨리 ‘달리고’ 있었다.
가끔씩 들리는 일본 식품점의 비디오, DVD 선반 위에도 욘사마에서 부터 선덕여왕에 이르기까지 한국DVD가 20%가 넘는다.
뉴욕시는 1만3,237 대의 옐로캡 택시를 교체하기로 하고 OEM 형 신차 구매입찰공고를 최근 관보에 게재하였다. 매월 220대씩 연간 2,650 대, 10년간 26,500 대를 구매하겠다는 내용이다. 2년 전 조달품 입찰업체로 지정된 필자의 회사는 세계의 중심 뉴욕 맨해턴에 한국산 차를 납품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제일의 도시 알마티의 경찰차가 한국산이고, 남미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시가를 질주하는 택시도 한국산이었다. 맨해턴이라고 그리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몇 십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남의 나라에 남아도는 농산물을 구걸하러 다니던,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가 아니었던가.
‘메이드 인 코리아’ 승용차와 상선이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고 다닌 지 오래이며 한국산 가전제품과 휴대폰에 세상 사람들은 감탄하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피와 땀, 창의력과 역동성이 만들어 낸 산물이다. 기적이란 없었다. 지난해 9월 골드만삭스가 전망하였던 대로 한국이 2050년까지 미국 다음가는 경제대국이 될 수 있다는 건 단순한 꿈만은 아닐 게다.
세상 어느 나라를 다녀 보아도 대~한민국 만큼 역동적이고, 학구열과 신분상승 욕구가 높은 나라는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주일이 멀다하고 한국의 사례를 거론하는 이유는 ‘충분히’ 있다.
한태격 / 뉴욕 평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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