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문화상품을 하나 들라면 디즈니를 생각하게 되는데 별 반론이 없을 듯하다. 김정일의 장남 김정철이 아버지 눈 밖에 나서 후계자로 거론이 못되는 상황의 한 가닥도 동경의 디즈니랜드를 구경하러 가짜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한 사건 때문으로 알려질 정도로 전 세계 어린이들은 물론 나이든 사람들도 디즈니가 제공하는 온갖 구경거리를 한번 보는 게 소원일 정도다.
하기는 1960년대 초 소련의 후르시초프 공산당 제 1서기 겸 수상이 미국에 왔을 때 LA에 있는 디즈니랜드를 보겠다고 요청했다가 신변보호 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거절당한 것을 두고두고 애석하게 생각했다는 일화조차 있다. 자기 형 로이와 함께 세계 1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캔사스시티로 돌아온 월트 디즈니는 만화가로서 출발하여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지만 동업자의 배반으로 그가 창조한 토끼그림에 대한 판권마저 빼앗긴다.
월트는 은행에 다니던 로이와 함께 할리우드로 와서 미키 마우스 만화로 다시 재기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아카데미상도 받는 등 어린아이들의 공상세계를 묘사하는데 남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독보적 존재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배부되어 미국 문화의 보급에 크게 기여한 백설공주, 피노키오, 팬타시아, 뱀비 등 디즈니의 유명 만화 영화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자라 성년이 되었다. 만화만이 아니라 보물섬, 바다 밑 2만 해리(海里), 매리 포핀스 등 유명 영화도 브엔나 비스타라는 디즈니 촬영소에서 제작하여 아이들만이 아니라 그들의 부모들도 즐기게 했다.
아카데미상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 되었다. 딸만 둘을 두었던 월트는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오락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착상으로 1950년대에 LA에 디즈니랜드를 만들었다. 그는 개막식에서 “이 행복한 곳을 찾으신 모든 사람들을 환영합니다. 디즈니랜드는 여러분의 고장입니다. 이곳에서는 나이든 분이 아름다운 과거를 추억하게 되고 젊은이는 장래의 도전과 약속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디즈니랜드는 미국을 창조한 이상과 꿈과 현실에 헌정된 것이며... 그것이 온 세상에 기쁨과 영감을 제공할 것이라고 희망 합니다”라고 선언했다.
디즈니랜드가 면적이 좁기 때문에 월트는 로이와 함께 중부 플로리다주에 넓은 면적의 땅을 매입하여 디즈니월드를 구상한다. 그러나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느라고 그랬던지 칠전팔기로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느라고 그랬던지 담배의 골초였던 월트는 암에 걸려 1966년에 65세도 못되어 사망한다.
그의 형 로이는 디즈니월드를 월트의 구상대로 개발하여 동물왕국, 매직월드, 할리우드, 스튜디어 그리고 엡콧 등 네 개의 오락시설과 아울러 중간급에서 최고급 호텔을 포함, 대규모 휴양시설을 완공시켰다. 특히 Epcot은 ‘내일의 실험적 원형도시’라는 표현을 줄여서 만든 말로 어른들도 볼거리가 무척 많다. 공상과 엔지니어라는 두 단어를 합성하여 Imagineer라는 새단어를 만들어 쓰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디즈니 조직에는 장래의 교통, 산업, 농업 등 모든 분야에서의 발전에 대해 공상하고 기계를 연구하고 개발시키는 부서조차 있다.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영화가 입체감을 주는 3-D라지만 디즈니월드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많은 만화영화들이 3-D였을뿐 아니라 벌레가 관객 의자 밑으로 꿈틀거리며 지나가는 느낌을 준다든지 바다 파도의 물거품이 관객석으로 뿌려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등 훨씬 앞선 상태다. 디즈니월드 휴양지에는 중산층이 애호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교통시설이 완비되어 아이들을 데리고 4박5일 또는 6박7일을 머무는 사람들이 많다. 부자들이면 하루에 방값이 500달러에서 2천달러 되는 그랜드 플로리디안이라는 호텔도 있다.
지난주 우리 부부가 딸 가족과 함께 디즈니월드를 갔을 때는 첫 딸이 그 호텔에 있는 빅토리아와 알버트 라는 식당에 우리도 모르게 미리 예약을 해놓아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급식사를 접할 수 있었다.
2시간 반에 걸쳐 세사람이 번갈아 가며 7가지 음식이 나올때마다 새 그릇을 가져오는 등 빅토리아 여왕 전성기의 분위기를 자아냈지만 포도주까지 곁들이면 최소한 한 사람당 185달러씩이라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먹으면서도 죄스러운 느낌의 좌불안석이었다.
ABC 네트워크를 포함한 디즈니 왕국의 2007년도 수입이 350억 달러인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남선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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