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트디부아르에 2-0…희망과 자신감 안겨준 쾌승
희망과 자신감을 안겨준 기분좋은 쾌승이었다.
해외파 정예멤버를 풀가동한 한국축구대표팀 허정무호가 영국 런던에서 벌어진 A매치 평가전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코트디부아르를 2-0으로 격파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엔트리 제출 전에 펼쳐진 마지막 평가전에서 한국은 전반 3분만에 이동국이 환상적인 논스탑 발리슛으로 선제 결승골을 뽑아내고 후반 종료직전 인저리타임에 곽태휘가 헤딩 쐐기골을 터뜨려 디디에 드로그바(첼시)가 분전한 FIFA랭킹 22위의 강호 코트디부아르를 상대로 상쾌한 승리를 따냈다. 이로써 한국(FIFA랭킹 53위)은 남아공월드컵 본선 나이지리아와의 맞대결은 물론 첫 원정월드컵 16강 목표 달성에 대한 확실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3일 영국 런던의 로프터스 로드 스테디엄에서 열린 경기에서 한국은 전체적으론 짧고 정확한 패스로 미드필드를 장악한 코트디부아르에 볼 점유율 측면에서 4대6 정도로 밀리긴 했으나 타이트한 압박과 빠른 스피드로 드로그바란 걸출한 스트라이커를 앞세운 코트디부아르에 경기 내내 결정적인 찬스를 내주지 않았다. 오히려 공격에서 여러차례 날카로운 패싱으로 득점찬스를 만들어내 코트디부아르를 긴장시켰고 경기 시작과 마무리 시점에 멋진 골을 뽑아내 100일 앞으로 다가온 남아공월드컵에 서광을 비추는 값진 승전보를 올렸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번 대표팀 합류가 불발된 박주영을 제외한 해외파 전원이 가세한 대표팀은 역시 달랐다. 스타팅 11은 이동국-이근호가 최전방 투톱, 측면에 박지성과 이청용, 중앙에 김정우와 기성용, 포백 수비라인에 이영표-이정수-조용형-차두리가 나섰으며 이운재가 골문을 지켰다. 그리고 경기시작 약 3분이 지날 무렵 일찌감치 승리를 예감케 하는 멋진 선취골을 뽑아냈다. 기성용이 상대진영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이 상대 수비수 머리에 맞고 뒤로 흐르자 페널티박스 왼쪽에 서있던 이동국이 지체없이 오른발로 전매특허인 논스탑 발리슛을 뿜었고 볼은 화살처럼 날아가 점프한 골키퍼의 손끝을 스쳐 코트디부아르 골문 한복판을 갈랐다. 비록 상대수비수 실책에 편승한 것이긴 했으나 이동국의 좋은 위치선정과 기회를 놓치지 않는 멋진 피니시가 돋보인 골이었다.
순식간에 한 방 먹은 코트디부아르는 이후 정확한 숏패싱을 앞세워 중원을 장악하고 한국을 압박하기 시작했지만 우세한 경기에도 불구, 한국의 타이트한 압박에 막혀 좀처럼 제대로 된 슈팅찬스도 잡지 못했다.
전반 8분 아크 정면에서 프리킥 찬스를 잡았으나 드로그바의 프리킥에 벽에 막혔고 2분 뒤 문전에서 결정적 찬스도 한국 중앙수비수들의 빠른 협력수비에 막혔다. 오히려 한국은 26분 박지성이 왼쪽을 돌파해 골문 정면으로 뛰어들던 이동국에게 패스를 연결했으나 골문 바로 앞에서 이동국이 오른발을 갖다 댄 볼이 상대 수비수에 맞고 나와 추가골을 놓쳤고 곧이어 이어진 코너킥에선 키커 기성용이 짧은 코너킥을 한 뒤 리턴패스를 받아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문전 정면에서 오른발 슛을 때렸으나 역시 수비수에 걸려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코트디부아르는 28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은드리 로마리크가 강력한 왼발슛으로 연결했으나 이운재의 정면으로 향했고 38분 아루나 딘다네의 강력한 중거리슛도 이운재의 감각적인 펀칭에 걸렸다. 이후에도 코트디부아르는 드로그바가 전반 종료직전 잇달아 위협적인 터닝슛을 쏘는 등 만회골을 얻기 위해 총공세를 펼쳤으나 이영표와 차두리의 가세로 훨씬 두터워진 한국 수비라인을 뚫지는 못했다.
전반을 1-0으로 마친 허정무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투톱 이동국과 이근호를 빼고 대신 안정환과 김남일을 기용하며 안정환을 최전방 원톱, 기성용을 공격형 미드필더, 김남일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우는 4-2-3-1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후반에도 볼 점유율은 코트디부아르가 높으나 득점 찬스는 한국이 더 많은 양상이 이어졌다. 한국은 후반 초반 위협적인 공세로 코트디부아르 문전을 두들겨 잇달아 찬스를 만들어냈고 14분에는 박지성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슈팅찬스를 잡았으나 회심의 오른발슛이 반대쪽 골포스트를 살짝 빗겨나 추가골을 놓쳤다. 25분에는 김정우의 패스를 받은 기성용의 오른발슛이 오른쪽 옆 그물을 때려 탄성을 자아냈다. 거의 2년 만에 대표팀 경기에 나선 안정환은 시종 활발한 움직임으로 활기를 불어넣었고 37분에는 회심의 오른발슛을 때렸으나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우세한 경기에도 불구, 좀처럼 돌파구를 뚫지 못한 코트디부아르는 후반 29분 드로그바가 모처럼 오픈상태에서 볼을 잡은 뒤 40야드 지점에서 대포알 같은 중거리포를 쏘았으나 또 다시 이운재의 펀칭 선방에 막혔다. 그리고 한국은 인저리타임 2분만에 교체멤버들이 만들어낸 완벽한 세트피스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페널티박스 오른쪽 옆에서 얻은 프리킥을 김재성이 골문 앞으로 올리자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가 뛰어들며 두 명의 수비수 사이에서 볼의 방향만 바꾸는 헤딩슛으로 멋진 추가골을 뽑아냈다. 멋진 쾌승을 자축하는 시원한 축포였다.
<김동우 기자>
멋진 발리슛으로 선취골을 뽑아낸 이동국(20번)이 이근호(11번), 이청용 등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AP)
곽태휘(가운데)가 종료직전 상대 수비수 사이에서 방향을 바꾸는 헤딩으로 쐐기골을 터뜨리고 있다. (AP)
기성용이 마크 조로의 방어를 뚫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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