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아오던 주택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돌입했다는 사인들이 확연하게 감지되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주택 경기 침체가 가장 심했던 남가주 주택 경기도 기나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 판매와 가격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하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 조사기관인 ‘데이터퀵’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남가주에서 1만5,361채의 주택이 판매돼 2007년 1월에 이어 2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또 1월중 판매된 남가주 주택 중간가는 27만1,500달러로 전년 동기의 25만달러에 비해 8.6% 신장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중간가 상승세가 1월 기준으로 2년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거주용이 아닌 투자용 주택 구입 비율도 지난 1월에 22.3%를 기록, 전년 동기의 16.6%에 비해 5.7%포인트 증가하면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다시 주택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반증이다.
남가주 주택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일선에서 뛰고 있는 한인 부동산 에이전트의 얘기를 들어보면 더욱 확연하게 나타난다. 라카냐다, 라크레센터, 토랜스, 팔로스버디스 등 한인들이 선호하는, 학군이 좋고 치안이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지역에서는 괜찮은 리스팅이 나오면 매입 오퍼가 3~4개는 기본이고 리스팅 가격에 웃돈까지 줘야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최근 이 같은 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대세’로 자리를 잡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동안 관망세에 있던 예비 바이어들이 마켓에 뛰어들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통상 1년 중 가장 매매가 한산한 겨울이 지나고 3월부터 봄철이 되면 남가주 주택 시장이 본격적으로 후끈 달아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주택 경기 상승에는 연방정부의 부양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생애 첫 주택 구입자, 또는 지난 3년간 거주용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바이어가 주택을 구입할 경우 8,000달러를 리베이트 해주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추가로 연방정부는 지난 8년간 현 주택에서 5년 이상 거주한 주택 소유주가 이사 목적으로 새로운 주택을 구입할 경우에도 6,500달러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8,000달러 리베이트의 경우 당초 지난해 마감될 예정이었으나 반응이 워낙 좋아 오는 4월30일까지 연장됐으며 6,500달러 리베이트는 지난해 말 신설될 프로그램으로 역시 오는 4월30일 완료된다. 양 프로그램 모두 납세대상 소득(taxable income)을 줄여주는 세금 공제 혜택이 아닌 실질적으로 연방정부가 돈을 환불해주는 파격적인 프로그램이다. 정부가 주택을 구입했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주는 것은 전무후무한 경우로 앞으로 다시 찾아오지 않을 좋은 기회인만큼 한인들이 많이 혜택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2년간 주택 가격이 폭락하면서 많은 주택 소유주들이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보았지만 아직도 미국인 절대 다수에게 내 집은 재산목록 1호다. 페이먼트가 연체되거나 차압된 주택 소유주들의 스토리가 언론에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주택 소유주들의 절대 다수는 조용히 페이먼트를 잘 내면서 재산목록 1호를 잘 지키고 있다.
주택 소유에 따른 이점은 각종 세제 혜택과 함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정신적인 만족감까지 무시할 수 없다. 세제 혜택 면에서도 평균 1만달러가 되는 모기지 이자에 대해 세금 공제 혜택을 받는다. 즉 납세 대상 소득이 5만달러라면 4만달러로 줄어들게 되고 보수적으로 15% 납세비율만 계산해도 1,500달러의 세금을 절약, 또는 환불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주택을 잘 유지할 수 있는 관건은 무엇보다도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소득에 맞는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다. 내 집 마련에 대한 집착에서 세계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한인들에게 이번 주택침체의 교훈은 집은 사는 것 보다 잘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사실이다.
한인 중 자신의 소득이나 재정 상태에서 감당할 수 없는 ‘과시용’ 집을 샀다가 모기지 페이먼트와 재산세를 감당할 수 없어 차압을 당했다거나 재산세를 카드로 굵고 파산을 했다는 등의 황당한 이야기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
내 집 마련은 미국에 살면서 당연히 추구해야 할 ‘아메리칸 드림’의 종착점이 돼야지 ‘아메리칸 악몽’의 시발점이 돼서는 안 된다.
조환동 / 경제2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