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커다란 변화 중 하나는 전통적 비즈니스의 몰락이라 볼 수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성공 기업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라는 그의 저서에서 초우량 기업의 실패 원인으로 파괴성 혹은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을 지적하였다.
와해성 기술이란 시작은 보잘 것 없이 보여 대다수 고객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꾸준한 기술개발로 인하여 궁극적으로 기존의 지배적 기술을 와해시키고 시장을 지배하게 되는 기술이다. 지난 100여년간 세계 우량기업들을 힘없이 무너뜨린 와해성 기술의 예가 너무나 많다. 과거 라디오 시장에서 진공관 라디오를 무너뜨린 트랜지스터 기반 라디오, 굴삭기 시장의 케이블 굴삭기를 대체한 유압식 굴삭기 등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이러한 현상이 디지털 기술이 범람하는 오늘날에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디지털 관련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오랜 시간 우리에게 친숙하였던 다양한 전통적 비즈니스에 많은 파괴적 변화들이 지난 10여년 동안 계속되어 왔다.
예를 들어 음반시장에서 오랜 기간 지배해 왔던 검은색 레코드판, 그리고 음악용 CD 등은 MP3라는 디지털 음악 압축기술의 등장으로 자취를 감추었거나 차차 사라져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소비자에게 친숙한 종이지도는 구글 지도 같은 디지털 지도의 등장으로 시장의 지배적 위치를 상실하고 있다.
항공권이 전자화되고 트래블로시티(Travelocity)와 같은 디지털 여행사의 등장으로 기존의 많은 중소 여행사는 문을 닫게 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전통적 비즈니스는 몰락의 길을 가게 되었다.
오랫동안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아날로그 기반 비즈니스들에 대한 디지털 기반 비즈니스의 파괴적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금도 많은 산업분야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선전화 산업의 경우 오랜 기간 PSTN(Public Switched Telephone Network)이라는 공중 전화망을 통한 유선전화 서비스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라는 인터넷 전화기술에 기반을 둔 인터넷 전화가 기존의 유선전화 서비스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송산업의 경우는 공중파와 유선 케이블에 바탕을 둔 전통적 방송산업이 인터넷에 기반을 둔 인터넷 TV(IPTV, Internet Protocol Television)의 출현으로 인하여 위협과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킨들과 같은 전자북 리더가 여러 형태로 보급되고 있는데, 종이서적 시장 역시 미래가 불투명해 보인다. 전통적 도서관, 전통적 교육방식, 전통적 비디오 대여, 신문, 보험, 은행, 주식투자, 게임, 샤핑 등 모두가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서비스 및 제품으로 인하여 파괴적 변화와 혁신을 겪었거나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은 아날로그 방식에 안주한 모든 전통적 비즈니스 방식을 근본부터 뿌리째 흔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지역에 따라 업종에 따라 충격의 시점과 속도가 다를 뿐이다. 어떤 경우는 쓰나미처럼 불어 닥친 경우도 있고 또 다른 경우는 서서히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와 버리는 경우도 있다.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는 것이다. 더욱이 스마트폰(smart phone)과 같은 소형 디지털 기기의 발전과 확산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더욱 손쉽게 가속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술적 환경 속에 살아가는 오늘날의 비즈니스 경영자는, 디지털 기술이 가져오는 생활의 변화와 아울러 소비자 및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러한 변화가 본인의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여 전향적으로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출현으로 인한 파괴적인 비즈니스 혁신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신기술을 그저 나와는 관련 없는 멀리 동떨어져 있는 기술로 치부하고 말 것이 아니라 이러한 기술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신사업의 가능성을 발굴해 내는 비즈니스 통찰력을 키워 나가는데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정주 / 서울대 미주센터 소장·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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