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텍사스 오스틴에서 현 세금제도에 분노한 한 백인 기업인이 경비행기로 IRS(국세청) 건물에 돌진해 자폭한 사건은 최근 미 전국에 번지고 있는 연방정부 불신풍조를 고려할 때 간단히 넘길 수 있는 해프닝이 아니다.
오스틴 사건이 심상치 않은 것은 이 사건이 1995년에 일어난 티모시 맥베이의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파 참사(168명 사망)와 동기가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맥베이는 범행 전 지방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세금은 악몽이다. 우리는 피를 흘려서라도 세금제도를 고쳐야 한다”라고 주장했었다.
지금 미국에는 정부의 세금남용을 감시한다는 명목아래 오바마 정부를 규탄하는 대대적인 움직임이 티파티(Tea Party)라는 이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들은 작은 정부를 외치며 오바마 대통령을 소셜리스트로 규정하고 있다. 리더도 없는 국민운동이지만 공화당을 선호하는 편이며 총회 때는 새라 페일린(전 알래스카 주지사)을 연사로 초청해 바람을 일으켰다.
조세 저항은 일리가 있는 국민운동이지만 분노를 조직화한다는 점에서 위험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 티파티 운동으로 인해 미 전국에 연방정부 불신풍조와 오바마 증오 바람이 일고 있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현상이다. 왜냐하면 대통령 불신운동이 팽배하면 뭐가 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때 공화당의 깅그리치가 연방정부 불신운동을 펼쳐 클린턴이 맥을 못 추게 만들어 의원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었었다. 공화당은 그 전략을 다시 응용하는 모양이지만 포퓰리즘은 결국 국민들의 정치염증을 불러 일으켜 양당 모두가 피해 입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 국민의 3분의 2가 현 정부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의 집요한 민주당 정책 반대와 티파티 운동의 영향이 크다. 레이건 대통령 때까지만 해도 민주, 공화 양당의 싸움은 지금처럼 악착스럽지가 않았다. 문제는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대안이 없는 모순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건강보험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주도하는 것은 반대다. 월스트릿을 고삐 죄어야 한다면서 금융 억제법안에는 반대다. 직업창출을 위해 정부가 무엇인가 해야 한다면서 예산낭비는 반대다. 적자예산은 피해야 한다면서 예산감축은 반대다. 지구온난화를 예방해야 된다면서 에너지 가격인상은 반대다.
오바마의 선거구호는 ‘변화’(CHANGE)였었다. ‘변화’를 간절히 바라는 국민의 기대 때문에 그가 당선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변화된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고 민주, 공화 양당이 당파싸움만 벌여 국민을 진절머리 나게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치에 대한 무관심 풍토가 형성되어 대통령이 힘을 못쓰게 된다.
오바마가 결정적으로 판단을 그르친 것은 민주당이 지난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기 때문에 민주당 장악하의 의회가 뭐든지 해낼 수 있으리라 믿은 사실이다. 흑인 대통령인 자신의 핸디캡이 의회의 민주당 파워로 커버될 수 있는 것으로 내다보았으며 티파티 캠페인과 같은 오바마 불신운동이 번지리라고는 예상을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당 의회를 믿을 때가 아니다. 나라가 나침반 없이 여기저기로 흘러 다니고 있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링컨이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이유는 남북전쟁 후 그 어려운 국민화합을 이루어 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자신이 당선되면 링컨을 본받겠다고 약속했었다. 오바마가 입으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리더십을 보여 주어야 할 때다. 그렇지 못하면 오바마가 외친 ‘변화’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으며 잘못하면 부시와 마찬가지로 무능한 대통령의 서열에 서게 될 것이다.
이철 /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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