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의 지진으로 20만명 이상의 사망자들이 있었으니 고아들도 많이 생겼음은 물론이다. 아직도 천막조차 없이 노숙을 하고 있는 아이티인들 특히 부모나 연고자들이 없어 보이는 불쌍한 아이들에 대한 TV 보도를 보고는 마음이 아프거나 어떻게 하면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나 고아를 입양하는 것은 심사숙고 끝에야 해야 할 일이다.
열악하기 짝이 없는 아이티의 감옥에서 고생한 미국 아이다호의 침례교 선교사들의 경험에서도 그 점을 볼 수 있다. 로라 실스비라는 40세 여성이 주도한다는 그 그룹은 지진이 난지 얼마 후에 아이티로 와서 33명의 어린아이들을 버스에 싣고 도미니칸 공화국으로 향하다가 국경에서 체포되었다.
그들의 주장으로는 그 아이들이 고아들이며 아이들의 연고자들이 그들을 미국으로 데리고 가서 입양시키는 것을 허락했다지만 정작 그와 같은 동의 서류나 여권조차 없었다는데서 선교사 그룹의 어리석음 아니면 불법성이 드러난다.
아이다호 스테잇츠맨 이란 신문에 의하면 실스비란 여성은 빚을 잘 안 갚으며 주법을 어기기를 예사로 한다. 그가 시작했던 인터넷 비즈니스의 종업원들에게 급여를 주지 않기 때문에 여덟 차례 민사소송을 당한바 있으며 자동차를 등록하지 않았거나 보험에 들지를 않았기 때문에 교통법 위반 소환장을 네 차례나 받았단다.
그 여성은 아이다호 수도인 보이시 교외에 있는 35만 달러짜리 자기 주택에 2009년 11월 ‘새생명 어린이 피난처’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했는데 바로 다음 달에 그 집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경매처분에 부쳐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이티 당국자들은 실스비와 그의 일행이 어린아이들을 유괴하여 외국으로 빼돌리려 했다고 주장한다. 아이티의 아동들이 매년 몇천명씩 노예 비슷하게 팔려가고 있다는 현실 때문에 당국자들이 적법절차에 의한 서류 없는 아이들에 대해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노동착취는 물론 심리적인 또는 성적인 폭행으로까지 번진다는 데야 범법자들에 대한 사법당국의 경계와 응징은 더 강화되어야 마땅하다.
이번 주 초 CBS 보도에 의하면 이디오피아로부터의 ‘고아’ 입양도 문제가 되고 있다. 재작년에만도 2,200명의 이디오피아 아동들이 미국 가정에 입양되었는데 그중 많은 아이들은 고아가 아니라는 사실이 지적되었다.
크리스천 세계입양(CWA)이라는 비영리단체는 부모들 아니면 연고자들에게 돈을 주고 아이들의 입양 동의서를 받아냈고 아이들에게는 미국에서 공부한 후 이디오피아로 돌아갈 수 있노라고 속였기 때문에 입양된다는 것이 친부모와의 절연을 의미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발견하고 울부짖는 등 불행을 겪는 사례를 보여주었다. 소외 비영리단체라는 CWA는 2008년도 수입이 600만달러이고 입양 한 건당 1만5,000달러를 받는다는 것도 보도되었다.
미국에서는 입양 절차가 몹시 까다롭다. 부모가 없는 고아들이면 입양 청원인이 순회법원에 입양청원서를 제출하고 나서 사회복지아동국에서 청원인의 재정 상태와 가정조사를 거친 후 판사 앞에서의 히어링 후에나 입양이 허락된다. 친부모들이 건재 하는 경우의 입양이란 상상하기 어려운 이유는 법원에서 입양을 허락하는 주요기준이 ‘아이의 최선의 유익’인바 아이에게는 출생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가장 유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아이 아버지는 마약 밀매범으로 감옥에서 20년 형을 살고 있고 아이 어머니는 밤낮으로 술에 취해 아이를 마구 때리는 상황이라면 조부모나 기타 친척의 청원에 따른 아동국의 철저한 조사와 법원 판결에 의해 친권자의 양육권이 박탈되고 입양이 허락될 수 있다.
그와 같은 극한 상황이라도 입양절차에는 친부모의 입양동의서가 필요하다. 친부모가 살아있는 경우 그들의 동의가 없이는 그들의 아이가 남의 아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일단 양자 결연이 법원에서 허락되면 아이는 양부모의 성을 따를 수 있고 친부모와는 인연이 끊어진다.
만약 양부모에게 이미 친자식이 있어도 양자로 들어온 자식은 친자식과 꼭 같은 권리를 가진다. 예컨대 부모가 유서 없이 사망했을 때 그들의 재산은 친자식과 양자에게 균등히 배부된다. 남의 아이들을 입양하여 친자식처럼 기르는 사람들은 참으로 훌륭한 사람들이다.
남선우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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