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질병 유발” vs “쓸데없는 걱정”
전자파 노출, 인체에 과연 안전할까. 셀폰, MP3 플레이어, 아이폰, PDA, 노트북이나 넷북, 컴퓨터, TV, 전자레인지 등 각종 첨단 전자 장비들은 이제 생활 속에서 떼려야 뗄 수 없게 된 제품들이다. 카페나 공원, 도서관 등에서도 노트북이나 넷북, 셀폰, 아이폰 등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든 자유롭게 인터넷 통신망에 접속해 각종 자료를 주고받아 사용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각종 전자 기기들을 자주 사용할수록 혹시 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 노출은 건강에 괜찮은지 불안감이 생긴다. 과도한 셀폰이나 무선기기의 사용으로 인해 두통, 불면증, 우울증 등이 생긴다는 신 개념의 신드롬인 ‘전자파 민감성 증후군’(electrosensitivity syndrome)이란 말도 생겼다. 전자파가 두려워 철제벽으로 둘러싸인 트레일러에 사는 사람들까지 있다.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연구들도 나온다.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반박하는 주장도 많다. 전 세계적으로 전자파의 유?무해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자제품의 전자파가 암이나 백혈병, 신경 이상 등 심각한 질병을 일으킨다는 ‘전자파 유해론’은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최근 LA타임스가 보도한 기사를 토대로 전자파에 대한 논란을 짚어본다.
셀폰·MP3·컴퓨터·TV·전자레인지 등서 발생
두통·불면증·우울증·암·불임 등 유발 주장
WHO·국립보건원 등 “해롭다는 증거 없어”
#전자기장(EMF, Electromagnetic fields)은
전자기장은 사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느 곳에나 있다. 전자기장은 전기장(electric fields)와 자기장(magnetic fields)에 의해 형성되는데, 셀폰이나 셀폰 타워에서 발생하는 극초단파(마이크로파)와 고압 송전선에서 나오는 자기 에너지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전자파는 전기, 자기 에너지가 퍼져나가는 파동을 말한다. 전기장은 전압이 높을수록 커지며 자기장은 전류가 증가할수록 세다. 전기장과 자기장의 세기는 거리가 멀어지면 크게 약화한다.
#EMF, 건강에 해로운가 vs 무해한가
전자기장, 즉 전자파가 건강을 해치는 가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는 문제다. 전혀 해가 없다는 입장과 건강을 해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건강에 해를 끼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아예 무선 전자기기가 널리 퍼져 있는 오늘날을 ‘전자파 공해’(electrosmog)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불임, 알츠하이머병, 자폐증 등 질병, 심지어 암까지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GQ 매거진 2월호는 새롭게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뇌암의 원인으로 셀폰을 지목했다. 유럽 의회에서는 지난해 4월 EMF 노출을 줄이자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와 메인에서는 셀폰에 암 경고 라벨을 부착하자는 움직임이 생겨나 전자파 유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물론 WHO(세계보건기구)나 국립보건원 등 주요 건강기관들은 공식적으로는 위험이 적다는 입장이다.
WHO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이전에 발표된 여러 과학적 논문과 증거들이 전자파 노출이 건강에 어떠한 해를 끼치는지에 대해서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암과 EMF의 연관성을 연구해 온 국립 암연구소의 마사 리넷 박사는 “전자기장이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다”며 “셀폰에 굳이 암 경고 라벨을 부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뉴욕 주립대(University at Albany-SUNY) 데이빗 카펜터 교수는 리넷 박사와는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송전선은 어린이 백혈병을 일으킬 위험이 95% 이상, 셀폰은 뇌종양을 일으킬 위험이 90% 이상이나 된다고 발표했다.
많은 과학자들은 낮은 레벨의 EMF에 대해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말한다.
셀폰, Wi-Fi 라우터나 송전선에서 방출되는 전자파가 물리적으로 인체에 해를 끼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고압 송전선이나 전자제품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의 세기는 지구 자기장의 수백분의1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셀폰에서는 극초단파가 나온다. 파장 범위가 1mm~1m 사이의 전파들로 파장이 길고, 세기는 약하다. 오히려 책상 램프의 빛 파장의 세기가 셀폰의 극초단파보다 더 세다. 마이크로오븐(전자 레인지)의 경우 살균력이 강한 극초단파의 특성을 적용한 것.
메릴랜드 대학 로버트 파크 물리학 명예교수는 극초단파는 최근 암 원인으로 지목되는 자외선이나 엑스레이 같이 DNA를 손상시킬 만큼 강하지 못하며 세기가 매우 약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송전선에서 발생하는 극저주파도 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보다 약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카펜터 교수의 입장은 다르다. 낮은 레벨의 EMF는 세포 손상을 일으키는 유리기(free radicals) 생성을 높여 결국 DNA 파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2008년 발표된 클리블랜드 클리닉 생식의학센터 연구에 따르면 셀폰을 과다 사용하는 남성의 경우 정자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셀폰 전자파는 정자 손상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셀폰에 ‘암 경고’ 라벨 부착 논란도
#애매모호한 연구 결과들
전자파의 영향이 인체에 해롭다고 단언할 수도 없고, 또 무해하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많은 연구들이 발표되고는 있지만 연구 결과 역시 애매모호하다.
전자파와 어린이 백혈병에 관한 연구도 덴버에 사는 송전선 지역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백혈병이 많이 발견됐는데, 연구원들은 직접 어린이들이 사는 집에서 자기장을 직접 측정해 보지는 않았던 점도 지적된다.
또한 2000년 영국 암 저널에 발표된 1만3,000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자기장이 0.4 마이크로테슬라 이상인 지역에 사는 어린이의 경우 백혈병 위험이 2배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주 적은 숫자의 어린이들이 자기장이 높은 지역에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0.4 마이크로테슬라도 약한 전자파에 속한다. 또한 백혈병에 걸린 어린이 98% 이상은 걸린 질병과 송전선과는 아무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송전선에서 650야드 이상 떨어진 집에 사는 어린이는 백혈병에 걸릴 위험이 2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650야드 정도면 집에 있는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보다 더 약한 전자파의 영향권으로 위험을 증명하기는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전자파 민감성 증후군은
끊임없이 전자파 유해 논쟁이 나오는 것은 전자파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셀폰이나 각종 기기를 사용하면서 신체적 이상을 느끼게 된 사람들의 의심이 깊어지고, 이를 자극하는 임상실험들이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파 때문에 두통, 우울증, 발진, 구역질이나 매스꺼움 등이 생겼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EMF와 전자파 민감성 증후군의 관계에 대한 여러 연구들이 나왔지만 역시 명확한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최근 ‘환경건강 전망’(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에 실린 영국 연구에 따르면 전자파 민감성 증후군에 시달린다는 48명과 건강한 132명을 비교한 결과 두 그룹 모두 전자파에 대한 반응이 모두 똑같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5년 WHO의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전자파에 민감하다고 생각하는 심리적인 요인이 두통 등 증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결국 신체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 하지만 이는 임상심리 치료로 해결할 수 있다.
<정이온 객원기자>
셀폰에서 나오는 전자기장(EMF)이 과연 건강을 해칠까? 셀폰과 건강에 관한 연구 결과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무해하다는 쪽과 유해하다는 쪽 모두 팽팽한 주장이 맞서고 있다. <박상혁 기자>
카이저 패밀리 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틴에이저들은 보통 셀폰 사용을 평균 하루 1시간20분 정도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아이티 지진 참사 모금을 위한 텍스트 메시지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소녀들.
극초단파 인체 흡수율 낮아 안전
#셀폰이 내는 파장은 어느 정도?
셀폰에서 방출하는 극초단파는 마이크로오븐의 원리처럼 뇌를 요리할 정도로 세지는 않다.
또한 환경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삼성의 임프레션이 전자파 방출량이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파 인체 흡수율(Specific Absorption Rate, SAR)은 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얼마나 흡수되는 가를 나타내는 수치다. SAR이 0.15~ 0.35 W/kg 사이면 낮은 정도다. 삼성 임프레션(Impression)이 이에 해당했다.
또한 연방 통신위원회에 따르면 SAR이 1.6 W/kg 이하면 안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참고로 스마트폰 팜 픽시(Palm Pixi)의 경우 SAR 수치가 1.56 W/kg에 해당한다.
또한 공항이나 카페 등에서 사용되는 무선랜(무선 데이터 전송 시스템, Wi-Fi) 역시 강도가 세지 않으며, 마이크로오븐, 헤어드라이기 등에서도 전자파가 발생하지만 거리를 둘수록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떨어진다.
삼성 임프레션은 셀폰의 전자파 인체 흡수율(SAR)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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