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끼 손가락 크기의 물고기를 사서 기른게 10년 세월이 지나다 보니 둘째 사위가 회를 쳐서 먹자고 할 정도로 커져서 어항을 큰 것으로 바꾸어 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손녀손자들이 오면 “Fish, Fish”하면서 그 물고기와 그 놈과 동시에 사온 시커먼 ‘Bottom Fish’를 보느라고 몇분 동안은 조용히 지켜보곤 했었다. 우리 부부도 아침에 일어나서 어항의 불을 켜주고 먹이를 주면서 즐거워하던 것이 일과중 하나였는데 이번 워싱턴의 역사상 최대의 설화 때문에 그놈들을 잃게 되었다.
지난 토요일 새벽 4시경 눈 무게에 견디지 못한 동네의 나뭇가지가 전선줄을 끊은 바람에 우리 이웃 일대가 암흑 세상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열대어들인지라 물 온도가 화씨 70도 정도여야 하는데 전기가 안들어오니까 집 전체의 난방장치와 아울러 어항속의 가열기계가 죽어버린 것이다.
일요일밤 처음에는 시커먼 물고기가 거꾸로 뒤집혀지더니 잘 생긴 열대어도 곧 그 모양이 되었다. 아내가 부랴부랴 야외용 부탄 개스 레인지로 물을 데워 찬물을 어느 정도 빼고 넣어주었더니 곧 몸을 제대로 가누고 헤엄을 치길래 위기를 넘기나 싶어 상자 곽으로 어항 주변을 아내가 기술적으로 막아주기 까지 했었지만 몇 시간 후에 들여다보니까 죽어서 물 위로 둥둥 떠 있는 게 아닌가.
정전이 되었다니까 아이들은 우리가 걱정이 되어 5분이 멀다하고 전화를 걸어와 빨리 근방 막내딸 집으로 가라고 아우성칠 때마다 물고기 핑계를 대곤 했었지만 이제는 핑계가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전기로 돌아가는 세상이라 전기가 끊어지니까 답답하고 불편하기가 여간이 아니었다. 간신히 개스 레인지로 밥이나 국은 끓여 먹었지만 화씨 45도 정도의 실내온도니까 속옷, 스웨터, 잠바, 그리고 큰 오바 등 너댓 겹을 입어야 간신히 추위를 견딜 수 있었고 잘 때에는 침대보 위에 오리 깃털 이불 그 위에 또 하나의 이불 그 위에는 더 두꺼운 오리 깃털 이불을 덮고 머리에 털모자를 쓰고 나서도 두 사람의 체온을 합쳐야 잠을 잘 수 있을 정도였다.
“두 사람이 함께 누우면 따뜻하거니와 한 사람이면 어찌 따뜻하랴”는 성경 구절(전도사 4:11)을 절실히 느끼기를 두 밤이 지난 후에는 물고기 핑계가 없어진데다가 개스 버너 마저 고장이 나서 딸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눈에 파묻힌 자동차를 간신히 파놓았지만 딸이 사는 거리에도 눈이 쌓여 우리 차를 세울 곳이 없대서 손녀와 손녀 사위에게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개까지 데리고 딸 집에서 며칠을 지낸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생후 7개월 된 손자를 돌보면서 딸이 우리 입에 맞는 음식을 이것저것 만들어 먹이는 것은 고마웠지만 영화와 비디오 테입 편집인으로 프리랜스를 하기 때문에 집안에 작업실을 가지고 있는 사위에게 지하실에 묶여 있어 깽깽거리는 우리 개가 방해가 될까 싶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네 시간마다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야 볼일을 보는 개라서 나갈 때 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소리와 복도를 걷는 소리 그리고 문을 열고 닫는 소리 등이 처자를 먹여 살리느라고 열심히 일하는 사위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것 같은 조바심이 들기까지 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는지 목요일에는 꼭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고집하여 사위가 우리를 데려다 주게 되었다.
아내 말처럼 역시 제 집이 제일이라는 결론이다.
워싱턴, 볼티모어, 필라델피아와 뉴욕을 강타한 이번 폭설의 피해는 상상외로 심각한 것 같다. 연방정부가 나흘 동안이나 문을 닫을 정도였다.
연방정부가 하루 동안 문을 닫으면 납세자들에게 1억불의 손실을 끼친다니까 목요일까지 4억불이 날라 간 셈이다. 7,000여개의 여객기 비행기 최소로 40만 명이상의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그들의 고용주들에게 큰 손실을 안겨 주었다.
메릴랜드, 버지니아, 펜실베니아 등의 주 정부들과 카운티 정부들이 지난 4년 동안의 강설량보다도 더 많이 쏟아진 금년의 눈 때문에 제설 예산이 이미 바닥난데다가 경찰, 소방관, 주 민병대 등의 추가 임금으로 예산 초과 때문에 연방 정부의 긴급 사태 지원을 요청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가 없어 버스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버스 정류장 부근에 높이 쌓인 눈더미 때문에 큰 길에 나와 서 있는 고생을 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우리 집 물고기가 죽고 전기가 나가서 며칠 춥게 지낸 것을 어려운 지경인 것처럼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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