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투척 이웃과 편파행정 시청을 상대로
“나 같은 피해자 더 없게” 질긴 법정투쟁
산호세에 사는 샌디 박(60, 여)씨는 젊은 시절 한국에서 ‘잘나가는 신여성’이었다. 근 40년 전 대한항공의 스튜어디스 1세대 출신이다. 지금도 박씨는 한국유일 국적기 스튜어디스로 고 박정희 대통령을 모셨던 젊은 날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30년 넘은 미국살이도 비교적 ‘고공비행’이었다. 40대 후반에 산타클라라대에서 경제공부 풀코스를 완주했을 정도로 집념과 실력의 이민1세였다. 자식농사도 잘 지었다. 샌디에고에 사는 아들과 며느리가 다 변호사다. 손수 그린 그림과 손수 쓴 서예와 손때 묻은 장서들이 즐비하고 사진을 찍으면 그대로 동양화가 되는 뒷마당 정원 등 박씨의 자택 분위기는 ‘선택받은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랬던 박씨가 지금 울화통을 식히느라 안간힘이다. 길고도 험난한, 그리고 본인 생각에 억울하기 짝이 없는 법정싸움 때문이다. 법정비화 이전 속앓이와 실랑이까지 합치면 10년 넘은 장기전이다. 이웃간 분쟁이 산호세시청을 상대로 한 빅매치로 번졌다.
“몇몇 분들이 왜 그 소중한 시간과 물질을 버리느냐고 (말리지만) 6년이상 끌고온 이 일을 단념한다는 것은 너무도 서글프게 생각돼요. (차라리 알아듣지 못했으면 안했을 걸 하는 생각에) 내가 영어를 쓰고 말할 수 있다는 것도 후회해 보았어요. 그렇지만 변호사 없이 지인과 학교동료의 조언을 구해 여기까지 끌고왔는데 어펠릿(항소심) 판사들이 공정한 판결을 해줄 것으로 믿고 오늘도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어요.”
박씨에 따르면, 태초의 불씨는 이웃 백인의 매너였다. 자동차 정비업소를 하는 이웃남자는 자주 손님차를 박씨 집앞에 대놓곤 했는데 “각종 기름 등을 떨어뜨려 주위를 지저분하게 하니 시비가 붙었다”고 한다. 이웃은 이웃대로 열을 받아 담장 너머 뒤뜰로 담배꽁초 빵조각 맥주병 등을 던져 박씨의 속을 긁어놓았다. 2003년7월, 두 이웃은 결정적으로 벌어졌다. 일박씨네 뒤뜰 구석에 우뚝 선 야자수 가지가 자기네 뒤뜰 사우나 지붕에 닿는다는 이유로, 이웃남자가 그 가지를 한 트럭분이나 잘라내 박씨네 뒤뜰로 던져놓은 것이었다. 박씨는 경찰을 불렀다. 박씨는 변호사를 통해 치워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이웃은 계속 불응했다.
“수소문 결과 산호세시 코드단속반이 인발브하면 해결된다고 하기에 2003년 11월4일에 처음으로 옆집이 불법으로 (쓰레기 등을) 던지는 행위와 불법사우나를 고발했어요. 며칠후 단속반이 나와 옆집에서 수북히 잘라던진 야자수 잎사귀를 보고 증인이 있냐고 묻더니 있다고 하니 곧 연락하겠다고 하더니 감감무소식…”
그뿐만 아니었다. 2005년5월, 감시카메라에 이웃의 불법투기 장면이 찍히자 단속반은 이웃집을 처벌하겠노라 약속했다. 그러나 다음달, 산호세시가 박씨에게 보낸 문서는 이웃집 처벌통보가 아니라 박씨네 뒤뜰로 연결되는 처마밑 패티오덱 철거명령이었다. 박씨는 이웃과의 다툼을 제쳐놓고 그 일에 몇 달을 매달려야 했다. 이듬해 초 단속반 디렉터의 중재안을 받고 박씨는 더 분통이 터졌다.
“패티오덱 문제를 잘 봐주었으니 옆집과의 문제에서 손을 떼라는 거에요. 우리집 패티오덱은 이사 오기 전부터 원래 있었고 합법이고, 옆집 사우나는 불법인데 세상에…”
한동안 뜸했던 이웃집의 오물투척이 2006년 6월 재개됐다. 박씨는 법에 호소했다(그해 10월). 불법투척 증언을 약속한 단속반원이 법정에서 말을 뒤집었다. 맥없이 주차장으로 향하는 박씨에게 이웃집 부부와 허위증언 단속반원이 한패가 돼 손뼉을 치고 휘파람을 불며 눈초리를 손가락으로 치켜올리는 시늉(동양여자 조롱의 뜻)까지 했다. 모욕감에 치를 떨며 박씨는 “끝까지 싸우기로 결심”했다. 지금까지 싸워오면서 박씨는 이웃집과 시청측이 연계된 모종의 커넥션을 알아냈고, 심지어 박씨에게 유리한 서류를 조작한 증거까지 잡아냈다고 한다.
“혼자 사는 동양여자가 얼마나 버틸까 하고 우습게 본 것 같아요. (상급법원에) 항소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나쁜 경험들을 부당하게 당했지만 그냥 묵살하고 지나왔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피해자들을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멈출 수는 없어요.”
한편 박씨의 투쟁소식을 전해들은 남중대 실리콘밸리한인회장 등 일부 인사들도 그동안의 경과에 대해 보다 상세히 알아보고 공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커뮤니티 차원에서 산호세시청에 문제제기를 하는 등 측면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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