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는 미국과 가까운 이웃이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은 내가 바로 재난 당한 아이티의 이웃이라는 말씀 같았다.
지난 2일 LA를 출발해 마이애미 공항을 거쳐 10시간 만에 도미니카공화국의 산토 도밍고 공항에 도착하였다. 현지 선교센터에서 1박을 한 후 새벽 6시에 아이티로 출발하였다. 아이티로 가는 길은 비교적 좋았고 도미니카 공화국은 살기 좋은 나라였다.
그러나 아이티 국경을 넘으니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지진의 흔적은 여기저기 널려 있지만 누구 하나 치우려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의 걸음은 한없이 느렸고 할 일없이 빈둥거리는 것 같았다.
현지 선교사 말에 의하면 지진이 나기 전에도 이 나라는 희망의 빛이 전혀 보이지 않는 어둠의 나라였다. 아이티에는 미국 선교사가 3,000명이나 가있고 미국에 100만명의 아이티인이 살고 있어서 미국에서 송금해 오는 돈으로 연명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미국 선교사들이 그렇게 많지만 삶을 나누지 않았기에 아이티에는 좋은 지도자들이 나오지 않았다고 현지 선교사는 설명을 했다. 그런데 현지 한인선교사는 불과 3명뿐이라는 말에 놀랐다.
우리가 가지고 간 구호품은 어려움은 있었지만 미군과 유엔군이 질서유지를 해주어서 잘 나누어 줄 수 있었다. 그런데 줄을 선 사람들 가운데 젊은 여성은 거의가 임신 중이었다. 낳아 키울 수 없어 아이를 버리는 여성들이 분명 많을 것이고 이번 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 많을 것이다.
방문 중 하루는 고아원을 4 군데 돌며 과자와 또 다른 구호품을 전해주었다. 고아원에는 계속 울기만 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이번 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은 적응을 못하고 울기만 한다는 원장의 말에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아이티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앞으로 할 일에 대해 몇 가지 정리를 했다.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식품이다. 그리고 가족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활필수품이다. 그것들을 적시에 지급해 주어야 한다.
지금 세계 각국에서 많은 물자들이 아이티로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효과적으로 구호품들을 나눠 주려면 현지 선교사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노숙자사역을 오래 하며 경험한 바로는 구호단체들이 물건을 제각각 구입해 들여보내서는 안 된다.
어느 교회는 직접 도미니카 현지에서 물건을 구입하여 아이티로 들어갔다. 그러나 현지에 가보니 어느 가정은 옥수수가루만, 어느 가정은 생선통조림만, 빵만, 식수만 나누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모든 생필품을 패키지로 만들어 보급해야 난민들에게 도움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미니카 공화국 현지선교사와 사전 연락을 취해 미리 물건을 주문하고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나누어 줄 때 미군의 도움을 받아 신속하게 나눈다면 한 시간 내에 2,000명분은 나눌 수 있다.
두 번째는 필요한 것은 교회 병원 학교 고아원이 포함된 센터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에서 현재 운영 중인 곳을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 현지인과 합작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차후 현지에 법인을 세워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 이것은 현지 선교사가 감독지도를 잘 해야 한다. 또 하나는 직접 땅을 구입하고 센터를 건축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선교사를 반드시 파송해야 한다. 전문적인 평신도 선교사를 1년 단위로 파송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방학 때는 미국에서 학생 봉사자들이 투입되는 방안도 모색해 볼만하다.
세 번째는 복지 선교의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과거 한국에 들어온 외국 선교사들은 먼저 학교와 병원 고아원을 세웠다. 그리고 밀가루와 옥수수가루를 공급하여 주었다. 그러나 이제까지 한국 교계의 선교방법은 먼저 교회를 세우고 신학교를 세우는 것이었다.
아이티에 필요한 것은 우선 학교와 병원 그리고 고아원이다. 학교에서도 예배를 병원에서도 고아원에서도 예배를 드릴 수 있다. 우선은 아이티인들에게 사랑 받는 종교로서 기독교가 서야 한다.
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주며 헐벗은 자에게 입을 것을 주며 병든 자와 옥에 갇힌 자를 방문하라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아이티에서 실천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www.ppeople.org)
김수철 / 목사·소중한 사람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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