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낙하’는 최근 출간된 대 불황(Great Recession)에 관한 책의 제목이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이며 세계은행과 클린턴 대통령의 경제자문이었던 조셉 스티글리츠가 2007년 말부터 미국과 온 세계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를 경제이론과 정책의 측면에서 다룬 책(Freefall: America, Free Markets and the Sinking of the World Economy)이 그것이다.
스티글리츠는 케인즈 학파에 속한 경제학자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금번의 경제위기를 자유시장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관찰하면서 경제위기가 가져온 문제점들, 아니 자유시장경제가 배설한 쓰레기들을 열거하고 정책제안과 구조개선을 제시해 주고 있다.
수백만 명이 집과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금융시장이 크게 마비되고 공공부채가 GDP의 70%에 육박하고 있는 것 등 최근 경제위기의 어려운 점들을 이 책은 통계자료의 증거를 들어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어려운 상황들이 자유시장경제가 어찌할 수 없이 근본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비효율성과 불안정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데에 스티글리츠의 독특한 분석이 있다. 아울러 자유 시장 경제의 이런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의 길이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의 길은 경제정책이고, 둘의 길은 경제구조개선이다.
첫째, 경제정책 제안으로 국민경제에 관한 것과 금융시장에 관한 것 등 2개의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경제에 직접 관련된 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이미 시행한 경기 부양 재정정책으로 지금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경제가 약할 때에는, 총괄적/압도적인 힘으로 공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금융시장과 관련해서는 은행의 기능과 국제통화의 개설에 대해서 제안하고 있다. 은행은 효율적인 지불 체계를 마련한다든지 융자를 한다든지 위험을 관리한다든지 하는 은행본래의 기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은행이 기본기능을 뛰어 넘어 투자 금융회사와 같이 투자업무에 치중하게 되면 자산가치의 버블을 키우는 우를 범하기 쉽기 때문이다. 주택 버블의 원인을 제공한 모기지 유가증권화의 투자행위가 이를 말해 준다.
금융 투자회사의 과다한 금융 파생상품 창출과 투자도 자산버블을 조장하는 원인이 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제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몇몇 국가들이 현 국제통화인 달러를 축적하므로 말미암아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을 부추기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새로운 세계 저축통화를 창출해야 한다고 스티글리츠는 제안하고 있다.
둘째, 스티글리츠는 경제구조 자체에 대한 개선을 더 강조하고 있다. 현 경제위기의 내용과 원인을 ‘양파 껍질을 벗기듯’ 파헤쳐 보면 미래를 위하여 새로운 경제구조를 “디자인할 수 있는 한 세대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경제구조란 “좀 더 효율적이고 좀 더 안정적인 경제”를 의미한다. 더 효율적이고 더 안정적인 경제구조란 어떤 경제구조인가? 시장과 정부의 경제행위와 역할에 관한 균형을 재조정하여 마련해 낸 경제구조를 뜻한다.
정부가 시장경제의 한 주체로서 시장경제가 보다 효율적이고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국가의 부를 창출하고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에 두 가지 모습으로 참여, 간여하게 되고 또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정부가 시장의 실패 가운데 특히 비효율과 불안정을 최소화시키기 위하여 경제행위의 투명성을 진작하는 규제와 통제를 하는 길이다. 둘은 정부가 시장의 사적 경제주체들이 부담하기 힘들고 부담하기를 꺼려하는 분야에 대한 조장과 투자를 하는 길이다.
이는 ‘최대시장과 최소정부’의 현재 경제구조 균형에서 정부의 규제와 통제, 정부의 조장과 투자를 일시적인 정책수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구조적으로 제도화함으로써 ‘중도시장과 중도정부’의 새로운 경제구조균형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오마바 대통령이 최근 은행의 크기와 기능을 규제하고, 금융투자회사의 투자행위를 투명하도록 통제하겠다고 시도하는 것이 바로 경제구조를 재조정, 개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여겨진다.
백 순 / 연방 노동부 선임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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