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은 아름답다. 그 ‘푸른 별’에는 230여개 국, 60억 인구가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겉보기에 대륙과 바다가 어우러져 장엄하면서도 조용해 보이는 이 별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다. 내부는 여전히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
■ 눈으로 보기에 지구는 한 덩어리인 것 같지만, 그 겉은 마치 퍼즐처럼 여러 개의 판(plate)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께만 최소 수십킬로터가 넘는 그 판들은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속도로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판이 만나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지진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는 두 개의 판이 부딪히고 있다. 태평양판과 북아메리카판이 그것으로, 묘하게도 같은 땅덩어리인데 LA는 태평양판에, 북가주의 샌프란시스코는 북아메리칸판에 속해 있다.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 지르는 것이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샌안드레아스 지층(fault)인데, 그 길이가 캘리포니아에서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까지 무려 800마일이나 된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항상 두려워하는 ‘빅원’의 근원지가 될지 모르는 화약고를 곁에 두고 있는 셈이다.
■ 지진은 인류에게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를 남겨왔다.
인간이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해 지진을 계측하기 시작한 이해 최대 강진은 1960년 칠레 밸비디아에서 발생한 9.5도였다.
하지만 강도가 세다고 해서 피해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칠레 지진 당시 사망자가 6,000여명이었지만, 1976년 7월28일 발생한 중국 탕산 대지진은 8.2도였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25만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른 새벽에 발생하는 바람에 잠에 빠져 있던 사람들이 미처 대피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고, 건물들이 방진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컸다.
인명 피해로만 따지자면 1556년 1월 중국 산시성에서 발생한 대지진을 빼놓을 수 없다. 기록에 따르면 진도는 알 수 없지만 사망자가 84만명이나 된다.
지진은 꼭 육지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깊은 바다 속에서도 일어난다.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심해의 지각변동은 또 다른 자연현상을 잉태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쓰나미’이다.
2004년 12월26일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대지진은 바다 속에서 일어났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거대한 쓰나미가 육지를 덮치면서 23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 지난 1월12일 캐러비안 해의 섬나라 아이티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현재까지 적어도 15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무너진 건물더미 속에 얼마나 더 많은 시신들이 방치돼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진 발생 한 달 가까이 되지만 아이티는 여전히 혼란 속에 빠져 있다. 국가 기능이 멈춰버렸고, 아이티 국민들은 생사의 기로에서 오로지 세계 각국이 보내오는 원조에 목숨을 의지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절망에 빠진 아이티 국민들을 위한 원조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물 한 병을 놓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모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주말 AP통신이 올린 아이티 현지 모습 가운데 벌거벗은 어린 아이가 비상식량을 나누어 주는 미군들 틈에서 손을 벌리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배고픔의 고통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 인류가 위대한 것은 문명을 하루가 다르게 발전시키기 뿐만은 아닐 것이다. 엄청난 재앙이 닥쳤을 때 슬기롭게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변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고, 도울 수 있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아이티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본보 와 세계적인 구호기관인 월드비전이 공동으로 벌이고 있는 모금운동에도 ‘이웃 사랑’과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려는 우리 한인들의 정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돈은 절망에 빠진 아이티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폐허가 돼 버린 국가를 재건하는데 소중한 자원이 될 것이다.
시간은 ‘망각’을 낳는다. 어쩌면 아이티인 들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자신들도 잊혀 버릴 것이라는 절망을 안고 있는지도 모른다.
초조와 불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그들을 위해 한인들의 따뜻한 손길이 계속 이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성락 / 특집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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