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재테크라면 부동산과 주식만을 떠올리는 한인들이 많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면 투자 아이템은 의외로 다양하다. 많은 한인들에게는 낯설지만 미술품이나 와인, 앤틱 등은 대안 투자 상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로 인해 지난 몇 년간 두 자릿수의 가격 하락폭을 나타낸 이들 상품들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라앉고 부동산 시장이 회복국면에 진입하면서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빈티지 와인-주식투자보다 수익률 높아… 프랑스 보르도산 인기
미술품-불황탓 값 폭락 투자 적기… 14 18세기 유럽작품 각광
◇빈티지 와인
와인 투자란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종류의 와인을 매입해 차익을 남기는 것이다. 와인을 즐기기 위해 구매하는 것이 아닌 재테크 수단인 셈이다. 주류사회나 영국 같은 유럽에서는 이미 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물론 투자대상은 우리가 마켓에서 쉽게 접하는 대량 생산된 저가의 와인이 아니라 엄선된 재료로 소량만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조되는 ‘빈티지 와인’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와인 투자를 하는 것일까? 투자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한 와인 투자’의 저자 마헤시 쿠마르에 따르면 1983~2002년 50개의 투자 가능한 와인들의 가치를 분석한 결과 와인은 다우지수, 런던 증시 FTSE100지수보다 수익률이 높았던 반면 변동성은 낮았다. ‘머니’ 매거진도 1996~2010년 와인투자의 연 수익률은 7.2%로 S&P 500지수의 6.1%를 상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투자 대상인 빈티지 와인 가격이 싸지 않다는 점에서 투자비용은 펀드를 이용할 경우 최소 1만달러는 필요하다. 물론 개인적으로 투자할 경우 2,000달러 선에서 시작해 보는 게 괜찮다.
그렇다면 어떤 와인에 투자해야 할까? 와인은 오래된 것이라고 좋은 투자 등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좋은 보르도 와인이라면 추천할 만하다. 샤토 오브리옹, 라피뜨로쉴드, 라뚜르, 마고 등이다. ‘소더비’ 와인 담당 제이미 리치는 “보르도 와인은 구입가격이 비싸지만 최고의 수익률을 보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르도 레드와인 중 수익률이 좋은 빈티지 와인을 연도별로 보면 1982년산, 1986년산, 1989년산, 1990년산, 1996년산, 2000년산 등이다. 와인의 경우 브랜드 가치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올라가기도 한다. 특히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 같은 와인은 투자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수량은 적다.
‘크리스티스 경매’ 북미 와인 세일즈 담당 찰스 커티스는 1995, 1996, 2000, 2003, 2005년산을 추천했다. 와인은 오리지널 박스 풀 케이스를 구입하는 게 좋으며 가격은 박스당 2,000달러에서 1만5,000달러까지 다양하다.
한인타운의 경우 일부 마켓들이 와인 섹션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아직은 선물용 구입이 대부분이다. 3,500달러짜리 2003년산 샤토 패트레스를 비롯 300달러 이상의 고가 와인들을 취급하고 있는 ‘아씨수퍼’의 와인 담당 최대호 매니저는 “500달러 이상 제품의 경우 1년에 한 두 개 나가는 정도”라며 “하지만 한국에서 온 고객들 중에는 귀국용으로 중간가격 이상의 제품을 대량 구입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투자용 와인에 대해 “세계의 많은 와인 평가단이 2009년산을 ‘베스트’로 꼽았다”며 “초심자라면 2~3년 후 출시될 2009년산을 눈여겨 볼 만하다”고 귀띔했다.
좋은 와인을 구매하기 위해 ‘와인서처 닷컴’(wine-searcher.com) 같은 사이트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밖에 ‘하트 데이비스 하트’ ‘Zachys’ 등 전문 업체와 경매를 원한다면 유수의 옥션업체를 고려할 수도 있다.
와인도 다른 상품들과 같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보르도 컬트 와인 ‘라 몬도떼’ 2000년산 빈티지는 2004~2006년 사이 가격이 무려 37%나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와인 투자를 위해서는 참을성이 많아야 한다. 한 전문가는 “와인 가격은 오르는 속도가 느리다는 점에서 장기적 관점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2005년산 와인의 경우 2015년에 가야 제값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씨수퍼’의 와인 담당 최대호 매니저가 3,500달러짜리 2003년산 샤토 패트레스를 들어보이고 있다.
◇미술품(페인팅과 드로잉)
미국에서는 투자액의 전부를 미술품에만 쏟아 붓는 아트전용 펀드까지 등장할 정도로 대중화 추세다. 마땅한 투자 상품을 찾지 못한 사람들 중 미술품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이 있다면 고려해 볼만하다. 특히 최근 가격이 크게 떨어진 점은 투자 타이밍으로 인식되고 있다.
‘머니’ 매거진에 따르면 대표적 미술품 투자지수인 ‘메이 모제스’는 지난해 1~3분기 중 32%나 뒷걸음질 쳤다.
이 같은 상황으로 초심자들도 미술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가운데 14~18세기 유러피안 올드 매스터(16-18세기 유럽의 대화가 Michelangelo, Raphael, Rubens, Rembrandt 등이 그린 그림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의 작품은 저평가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투자 대상으로 고려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일반인들에게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버기아디니와 밴 바덴 등의 작품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밴 바덴의 1640년 유화 작품은 지난해 10월 경매에서 4,905달러에 낙찰됐다. 이는 35%나 떨어진 수준이다.
마티스나 피카소 등 근대 유명 작가 작품들의 경우 가격이 아홉 자릿수에 달한다는 점에서 초심자들이나 소액 투자자들이 탐을 내기에는 부담스럽다. 피카소의 잘 그린 드로잉의 경우 4만달러짜리도 있다.
미술품의 경우 딜러를 통해 구입하면 ‘마크업’(원가와 최종 판매가의 차액)의 약 40~50%를 내야 한다. 물론 요즘 같은 침체기에는 더 저렴한 수수료를 내는 곳을 찾을 수도 있다. 전문업체 중에는 ‘크리스티스’(christies. com)나 ‘소더비스’(sothebys.com) 등이 많은 셀렉션을 제공하며 연 2~3회 정도 뉴욕시에서 옥션 행사를 갖는다.
▲에두아르 뷔아르의 1899년작 석판화
팔린 가격: $5,938(작년 10월)
피크 대비 하락률: 10~40%
작가 알아야 좋은 작품 산다
◆미술품 경매 투자 원칙
▶작가에 대한 공부 필수-작가의 스토리, 작품 흐름, 작품 세계에 대해서 알지 못하면 좋은 작품을 살 수 없다. 같은 작가, 같은 크기의 작품이라도 대표작, 희귀작, 스토리가 있는 작품을 고르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좋다. 스토리가 있는 작품들의 경우에는 급격히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작품들에 투자한다면 리스크를 관리하면서도 투자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조언을 해줄 컨설턴트 필요-어느 분야에나 컨설턴트가 필요하다. 경매회사의 스페셜리스트 등 미술시장의 정보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자.
▶미래의 문화에 대한 투자-좋은 작가, 좋은 작품에 대한 투자는 미래 문화 자산에 대한 후원이자 투자이다. 당장은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이런 투자가 늘어날수록 미술시장의 여건도 좋아지고 투자 수익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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