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죽음’이라는 삶의 마지막 관문을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 암이나 어떤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 ‘죽음’을 기다리기까지는 매우 고통스럽고 두렵기까지 하다. 질병과 사투하며 마지막 죽음을 남겨둔 힘겨운 시한부 환자들의 동반자로서 힘이 되어주는 독특한 직업이 있다. 바로 호스피스 간호사들이다. “매일 아침 저희가 먼저 체크해 보는 것은 사망자 명단이에요. 안타까운 경우를 참 많이 보곤 하죠. 하지만 죽음 앞에서 환자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줄어든다면, 또 가족들이 고마웠다고, 환자가 편안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말해 줄 때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오렌지카운티 소재 ‘컴패니언 호스피스’(Companion Hospice)에서 일하는 한인 호스피스 간호사 그레이스 김(48)씨는 “대부분의 한인들은 ‘호스피스 케어’를 권하면 꺼려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전문적인 호스피스 케어를 받게 되면 환자와 그 가족에게 큰 힘과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시한부 환자 고통 덜어주고 정서적 안정 도와
환자 사망후 유가족 충격-슬픔 완화 서비스도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환자들은 끊임없이 찾아오는 통증과 신적인 고통으로 죽는 날까지 편치 않은 투병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환자의 육체적 통증완화와 정신적, 영적인 안정을 도와주는 것이 호스피스 케어다.
15년 이상 오렌지카운티를 비롯 LA, 리버사이드 카운티 등에서 호스피스 케어를 제공해온 ‘컴패니언 호스피스’에서는 코리안 프로그램을 비롯 베트남 프로그램, 캄보디아 프로그램 등이 지원되고 있는데 한인 호스피스 간호사는 3명이 일한다. 그레이스 김씨를 비롯해 김연경(36)씨, 정지현(28)씨 등이 그들이다.
컴패니언 호스피스 소속으로 5년간 일해 온 그레이스 김씨가 가장 고참, 김연경씨는 버지니아주 호스피스 기관에서 일하다 지난해 8월부터 합류했다. 막내 정지현씨는 일한 지 4개월째로 아직은 신참이다.
그레이스 김씨는 샌디에고의 사립 간호대학인 메리 칼리지에서 공부하다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고 한다. 남편이 목사이기도 한 그녀는 항상 기도를 먼저 시작해 환자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환자와 헤어질 때도 기도로 끝맺음을 한다고 말한다.
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암 병동에서 일하다가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해 온 지난 5년간 수많은 환자를 만났다. 27세의 안타까웠던 여성 암환자, 치매에다가 신장, 심장 문제 등 여러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병상에 누워 있었지만 90세 된 남편이 매일 찾아와 정성껏 80세 넘은 아내를 돌봤던 사례 등등.
그레이스 김씨는 “요새는 40대, 50대 젊은 암환자가 많아요. 나이든 환자들은 죽음에 대해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지만, 젊은 환자들은 생에 대한 애착을 놓지 못하고 죽음을 부인하기 때문에 죽음을 앞두고 많이 힘들어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실 한국 문화권에서 살아온 한인들에게는 ‘호스피스’는 무척 생소하다. 만약 의사가 호스피스 케어를 받아볼 것을 권유라도 한다면 가족들은 반대부터 하게 마련이다.
한국에서 가톨릭 간호대학을 나오고 간호사 생활을 하다 미국에 온 김연경씨는 “한인들은 내가 그냥 아플지언정 죽을 것을 알고 케어는 받지 않겠다는 선입견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물론 간호사로서도 내가 돌보는 환자가 죽음에 이른다는 생각을 하면 심적으로 분명 힘든 면이 있지만, 환자가 편안하게 죽음을 맞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코네티컷 주립 간호대학 출신인 정지현씨는 “환자나 가족 모두 호스피스에 처음 사인할 때는 죽음과 바로 연결된다고 생각해 힘겨워한다. 하지만 통증 완화라든지, 증상 완화에 많은 부분 도움이 되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 모두 만족해 하고 호스피스 없이는 어떻게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모르겠다고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필요한 경우 호스피스 케어를 꼭 받을 것을 권했다.
의료진·복지사·종교인 팀 이뤄 돌봐
#어떤 관리를 받게 되나
호스피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에이드, 자원봉사자가 하나의 팀을 이뤄 환자를 돌본다.
의사와 간호사는 의학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특히 호스피스 간호사는 의학적, 정신적, 감성적인 도움을 주기 때문에 호스피스 매니저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게 된다.
자격증이 있는 에이드(Certified Home health Aid)는 목욕을 시켜주는 등의 일을 맡고 있으며 말동무라든지, 함께 시간을 보내주거나 장보는 일 등은 자원봉사자가 함께 한다.
그레이스 김씨는 “현재 한인 의사인 송채원 전문의가 코리안 프로그램 디렉터로 있고, 한인 간호사들도 있지만 한인 사회복지사, 에이드가 부족한 상태”라며 “사실 한인 자원봉사자도 더 필요하다”고 한인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나
컴패니언 호스피스의 담당자 에이미 케이브로빅은 “호스피스 의사와 간호사의 의료 지원 서비스, 의료 약품이나 휠체어 같은 의료 기기도 제공받는다. 증상관리 및 통증 제거를 위한 의약품도 제공되며, 카운슬링 등 사회적 의료 서비스도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호스피스는 메디칼이나 메디케어를 갖고 있는 경우는 혜택을 받는 데 어려움이 없다.
환자 케어는 정기적 관리(routine care), 휴식 관리(respite care), 지속적인 관리(continuous care), 케어센터 환자 관리(inpatient care)로 나뉜다. 정기적 관리는 증상이 심하지 않는 경우로 간호사가 일주일에 평균 2회 정도 방문한다.
너싱 홈에 있는 환자의 경우 통증이나 증상이 있는 경우, 상처치료(wound care)가 필요한 경우나 집에 있어도 지속적인 관리대상 환자의 경우는 증상 완화가 될 때까지 24시간 스태프가 붙어 있어 집중 간호를 받는다.
휴식 관리는 가족의 휴식을 위해 1~5일 동안 환자를 양로병원에서 보는 케어다.
그레이스 김씨는 “환자의 생명이 촌각을 다투는 경우는 환자나 가족들도 불안해하기 때문에 별 증상이 없어도 지속적인 관리를 해준다”고 설명했다. 한인 간호사들은 사실상 24시간 주 7일 대기상태다.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경우 수시로 전화를 받기 때문.
또한 그레이스 김씨는 “너싱 홈이 아닌 집에서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 경찰이 오기도 하는데, 가족들은 환자가 죽어가고 있는 경우 대부분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스러워 하기 때문에 호스피스 케어를 받게 되면 간호사가 전화로 ‘attending death’임을 알리고 해결해 주는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환자는 병원을 나와 집에서 호스피스 케어를 받기도 하며, 은퇴자 건물이나 너싱 홈에 있는 경우에도 호스피스 케어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재활치료, 신앙 도움 서비스, 조의 서비스 등도 지원 받는다.
문의 (714)860-8318 www.companio nhospice.com
암·치매·중병 등
불치병 환자 대상
#누가 호스피스 케어를
받을 수 있나
회복 불가능한 말기 암 환자, 치매 환자, 중증 질병 등 시한부 환자들이 받게 된다. 환자의 삶이 약 6개월이나 그 이하 정도 남았다는 의사 2명의 진단이 있으면 호스피스 케어를 받을 수 있다.
암환자가 가장 많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레이스 김씨는 “암환자가 가장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한 보도에 따르면 전체 호스피스 관리 환자 중 말기 암 환자는 약 2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43년전 런던서 첫 시작 후 전세계 전파
#호스피스(Hospice Care)는
호스피스를 통한 환자 관리의 역사는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세시대 호스피스는 성지 순례자들이나 여행자들이 휴식과 음식, 간단한 치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자선시설을 의미했다.
현대적 의미의 호스피스는 1967년 영국 런던의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가 최초가 돼 전 세계적으로 보급됐다.
호스피스는 회복이 불가능한 시한부 환자에게 편안한 임종과 마지막 안락한 삶을 위해 종합적이면서 여러 전문적 케어를 제공하며 나아가 환자의 가족들까지도 돌보는 관리 시스템이다.
그레이스 김씨는 “환자에게 의학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라며 “호스피스 의사나 간호사 혼자서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호스피스 에이드, 자원봉사자, 종교인 등이 함께 팀을 이뤄 환자와 가족을 돌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환자 사망 후에도 슬픔에 잠긴 가족들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을 한다. ‘컴패니언 호스피스’에서는 환자가 사망한 후에도 가족들의 충격과 슬픔을 완화하는 것을 돕기 위해 사망 후 2년까지도 지속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호스피스 케어를 받고 있는 환자와 자원봉사자. <컴패니언 호스피스 제공>
컴패니언 호스피스 소속의 한인 간호사들. 왼쪽부터 정지현씨, 김연경씨, 수잔 처디 컴패니언 호스피스 소장, 그레이스 김씨.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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