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나 김 뉴욕음악원 원장
어릴 때 내가 피아노를 치면서 늘 부러워하던 이들은 다른 악기를 배우는 아이들이었다. 피아노같이 계속 한 장소에서 머물면서 꼼짝도 못하고 연습하던 나와 달리, 이곳 저곳 자기 악기를 가지고 다니며 연습하고 싶은 곳에서 연습할 수 있던 그들이 내게는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연주 때나 시험 때도 어떤 악기인지 미처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연주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우리 피아니스트들과는 달리, 손에 익은 자신의 악기로 연주한다는 것도 부럽기만 했고, 외국으로 연수를 하러 가거나 음악 캠프를 가서도 연습실을 잡지 못하면 꼼짝없이 연습도 못하게 되는 우리와는 달리, 날씨만 좋다면 야외로도 악기를 들고 나가 자연과 더불어 연습하는 그 모습도 내게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부러웠던 것은 오케스트라와 같은 큰 그룹에 속해 같이 연주하는 그들의 모습이었다. 물론 피아노도 오케스트라에 속해 같이 연주하기도 하지만 다른 악기에 비해 그 존재감이나 횟수는 비교가 될 수 없다. 관현악 음악을 좋아하던 나는 늘 음악회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때마다, 제 각각의 스타일을 가진 많은 연주자들이 지휘자의 지휘 하에 일심동체가 되어 같이 조화를 이루며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피아노라는 악기는 성격상 어쩌면 가장 외로운 악기가 아닐까 싶다. 다른 악기들은 혼자서 연습하다가도 나중엔 반주도 맞출 수 있고, 무대 위에서는 반주자와 같이 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또한 오케스트라에 속해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반면, 피아노는 연습도 혼자, 연주도 혼자 하여야 하는 악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악기들 반주도 하고, 여럿이 같이 어울려 실내악 연주도 하지만 다른 악기에 비해 혼자 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 그러다 보니 혼자 연주하는 것에서 더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느끼는 피아니스트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나 역시 예전에는 같이 어울려 하는 연주보다는 혼자 하는 것에서 더 즐거움을 찾곤 하였다. 그러나 음악 만들기란 남과 더불어 할 때, 우리가 혼자서 할 때는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게 해주기에, 혼자만의 연주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 자주 어울려 연주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배우는 과정의 학생들에게 이 과정은 매우 소중하며, 혼자만 받는 레슨에서는 배울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을 경험하게 해준다.
내가 같이 하는 음악 만들기의 재미를 진정으로 알게 된 것은 ‘두대의 피아노(two pianos)’ 클래스를 하게 되면서부터였다. 반주나 몇 명이 모여서 하는 실내악 앙상블도 좋았지만, 두 대의 피아노로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동등한 입장이 되어서 같이 하는 연주는 내게 음악에 대해 그리고 피아노라는 악기에 대해, 새로운 즐거움과 동시에 같이 어울려 만드는 음악의 즐거움을 진정으로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악기 레슨을 받는 학생들은 그것이 어떤 악기가 되었든 혼자서만 하는 레슨보다, 어느 정도 간단한 연주가 가능한 시점부터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져보는 것이 실력 향상이나 음악적인 면의 발전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피아노의 경우 혼자 하는 솔로 연주만큼 중요한 것이 많은 반주를 해보는 것이다. 그것이 교회에서 하는 성가대 반주이건, 다른 친구들의 악기 반주이건 간에 다른 사람과 같이 어울려 하는 반주를 많이 해보는 것이 음악적으로 더 넓고 성숙된 시야를 가지는데 큰 역할을 한다. 피아노 두 대를 나란히 놓고 치는 ‘두대의 피아노’와 더불어 한대의 피아노에서 두 명이 같이 연주하는 ‘연탄연주(four
hands)’ 역시 많은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클래스다. 아직 반주할 기회가 많이 없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이것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나의 경우 학생들이 어느 정도 간단한 연주가 가능하게 되면 다른 학생들과 같이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 주려고 한다.
피아노를 하는 학생이라면 연탄곡을 비슷한 수준의 다른 학생들과 많이 해볼 수 있도록 하고, 또한 다른 악기의 반주와 더불어 실내악 연주의 기회 역시 자주 가질 수 있도록 한다. 다른 악기들 역시 한 곡 한 곡을 공부할 때마다 피아노 반주와 같이 연주해보도록 하는데, 그것이 초보자이건 중급이상 학생이건 반주에 맞추어 연주해 본다는 것은 또 다른 시각을 학생들에게 가져다주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세 개의 악기가 같이 연주하는 삼중주, 네 개의 악기가 같이 연주하는 사중주의 기회도 가급적이면 자주 마련하려고 한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음악 만들기를
통해 학생들은 음악적으로 더욱 성숙하고 넓은 시야를 가지며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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