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7일 오바마 대통령의 첫 연두교서 연설 때에 이변이 생겼다. 오바마는 연설이 거의 끝나갈 무렵 그로부터 불과 엿새 전에 발표된 연방 대법원의 ‘연합된 시민들’ 대 연방 선거위원회의 판결을 정면으로 비난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자기가 “삼권분립에 적절한 존경을 표하지만 지난주에 대법원은 한 세기 동안의 법을 뒤집어엎었습니다. 나는 그 결정이 외국 기업들을 포함한 특수 이익 단체들에게 우리의 선거에 무제한 돈을 쓸 수 있도록 수문을 열어 놓았다고 믿습니다. 나는 미국 선거가 미국의 가장 강력한 이익단체들 특히 외국 개체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선거는 미국 사람에 의해 결정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이런 문제들의 일부를 시정하는데 도움이 될 법을 통과시키도록 촉구하는 바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대법원 판사 9명 중 6명이 법복을 입은 채 맨 앞에 착석하고 있었던 바 그 중에 새무엘 A 얼리토 2세 판사가 자신의 머리를 흔들고 양미간을 찌푸렸을 뿐 아니라 “사실이 아니야, 사실이 아니야”라고 입술을 움직이는 것이 TV 방송에 녹화되어 요즘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작년에 조 윌슨이란 공화당 하원 의원이 오바마의 의회 연설 중에 “당신이 거짓말하는 거야(You lie!)”라고 외친 것보다는 강도가 덜하기는 하지만 대법원 판사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우지는 대목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반응일까?
오바마와 얼리토의 껄끄러운 관계는 그 이전으로 올라간다. 그것은 적어도 얼리토 판사가 2005년에 부시 대통령에 의해 지명되어 그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을 때 시작되었음 즉하다.
당시에 상원 의원 초년생이던 오바마는 연방 검찰과 법무부 요직을 거친 후 1990년부터 15년 간 연방 제3공소 법원 판사로 재직 중인 얼리토가 완숙한 판사이기는 하지만 그를 대법원 판사로서는 반대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힌 바 있었다. “그러나 그의 기록을 보자면 헌법에 대한 그의 견해를 보자면 나는 그가 거의 모든 사건에 있어서 힘없는 자들 보다는 힘 있는 자들 편에 그리고 미국인들의 개인 권리보다는 강력한 정부와 기업 편에 일관성 있게 서 있어 왔음을 발견하였다.” 얼리토는 결국 58 대 42로 상원의 인준을 받아 아마 역사상 가장 적은 숫자의 상원 의원들 지지를 받은 사람들 중 하나 일 것이다.
그런데 얼리토는 오바마의 반대를 불쾌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어 그 후에도 그의 언행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사람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오바마와 바이든이 당선자 시절에 존 G 로버츠 대법원장이 대법원에 예방하도록 초청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빠진 단 한 사람의 대법원 판사가 바로 얼리토였다. 오후에 있었던 그 접견식에 얼리토가 불참한 것이 특히 볼썽사나웠던 이유는 오전에는 대법원에 출청했었기 때문이다.
열길 물속은 알 수 있어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진리대로 확언할 수는 없지만 로버츠 대법원장이 작년 1월 오바마 대통령 선서를 시키면서 내용을 뒤 바꾸어 다음 날 백악관에서 선서를 다시 하게 한 중대한 실수도 나는 로버츠가 오바마의 자기 대법원장 지명 청문회 때 반대한 역사 때문에 그렇게 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하버드 법대 후배인 오바마에 대한 선배로서의 우쭐한 감정 아니면 워낙 머리가 좋아 짧은 대통령 선서문쯤은 적지 않고도 정확히 외울 수 있는 자만심에서 나온 실수였을 것이다.
한편 오바마의 연두교서 중 대법원에 대한 언급은 지나쳤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역대 대통령들 중 어떤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어야 할 필요성을 지적한 이들도 있었고 특히 최저 임금과 아이들에 대한 노동 착취 금지법 등 사회보장성 여러 입법들을 위헌이라고 판결하던 보수 일관의 대법원을 보다 못해 대법원 판사를 증원시키겠다고 위협하기까지 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도 있었다. 그에는 못 미치지만 불과 일주일도 못 되는 대법원 판결을 연두교서에서 언급하는 조급성을 오바마가 보였지만 로버츠는 내심 불쾌했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얼리토와 대조가 된다. 얼리토가 오바마에 대한 자기의 반감을 절제하는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정신 건강에도 해로울 수 있고 한 걸음 더 나가 종신직을 내놓는 지경에까지 다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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