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에 참정권을 부여한 한국 정부의 결정을 재외동포의 한 사람으로 환영한다.

대한민국 국회는 1967년 7대 국회의원 및 6대 대통령 선거 그리고 1971년 7대 대선과 8대 총선에서 재외국민 참정권을 인정하다가 1972년 12월6일 통일 주체 국민회의 법에 의해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대선법이 폐지되면서 사라졌다.

1982년 전두환 대통령 시절부터 필자는 청와대 방문 때마다 이중국적 참정권 회복에 대해 건의를 한 바 있다. 아울러 한인사회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1999년 재외 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이 탄생되었다.
1999년 재일동포 이건우 외 9명의 참정권 도입을 위한 헌법 소원이 기각됨으로 소강상태로 있다가 2003년 정지석 변호사 외 13명이 참정권 비회복에 의한 민족 정체성 손상에 대한 국가 상대 배상 청구가 있었으나 이 또한 기각되었다.

그러나 참정권 불인정에 대한 위헌소송 기자회견을 지속하고 2005년에는 미주 총연을 대표해서 김재수 변호사(현 LA 총영사)가 헌법소원 등을 함으로써 2009년 2월12일, 37년 만에 재외국민 참정권이 회복되었다. 거의 40년간 투쟁한 참정권 회복문제를 헌재 판결의 시간에 쫓겨 불과 몇 시간 만에 졸속 처리한 결과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통과된 참정권법에 의하면 선거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선거인 등록과 투표를 위해 공관에 두 번이나 본인이 방문해야 한다. 생업에 분주한 사람들이 공관까지 장거리 운전 또는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을 소모하면서 공관을 찾아가야 하는 제도는 투표율을 낮추겠다는 발상에 불과하다. 즉, 참정권으로 재외 국민에게 선거권은 주지만 투표권은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선거방법을 개정해서 투표율을 높여야 한다. 2012년 시행일까지는 시간이 있다. 이를 위해 투표소를 늘려서 투표율을 높이는 것도 건설적인 발상이지만 역부족이다. 우편 투표나 전자투표를 선진국과 같이 수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우편투표는 직접투표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있다. 투표를 집에서 하던 공관에서 하던 본인이 하면 직접투표다. 그러나 한국은 가부장 제도이기 때문에 아버지가 부인, 아이들 투표를 혼자 할 수 있다는 대리투표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 어떻게 부인 및 자녀들의 투표용지를 가장이 가로채서 대리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지금은 핵가족 시대이다. 아들, 딸과 같이 살지도 않는다. 이렇게 국민의 수준을 낮추는 발언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미국에서 남의 우편물을 훔쳐서 투표할 위험성이 있다고 하는데 타인의 우편을 절취하는 행위를 미국법이 용서하지 않고 이런 선거 부정행위를 하다가는 선거법 위반으로 피소될 수 있다. 현재의 참정권 법에 의하면 피소된 자가 치외법권 이하에 있다고 한국 법정에 나타나지 않으면 결석재판으로 판결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결석재판으로 불법선거 판결이 나면 5년간 조국 방문이 어렵게 된다. 5년 후에라도 조국 방문 때 체포되어 실형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재외국민에게만 우편투표를 인정하면 본국 유권자와의 평등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하나 이미 본국에서도 특수한 경우나 이동이 곤란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행이 되고 있다고 한다. 즉, 한국 중앙선거관리 위원회에 따르면 중증 장애인과 부재자 등 일부 유권자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편투표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선거에서 우편투표 참여자가 8만명가량 된다고 한다.

즉, 한국은 시각장애자, 뇌성마비 장애자 및 90세가 넘는 고령자도 반드시 투표소에 나타나 직접투표를 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 듯하다.

끝으로 우편투표를 하면 본인이 투표한 것인지 타인이 대리투표를 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타인에 의한 대리투표 여부는 이미 선거인 명부에 서명한 것과 투표지를 비교해 보면 쉽게 진위를 가릴 수 있다고 본다. 바라건대 재외국민에게 우편투표 및 전자투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차종환 / 한미동포권익 신장위원회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