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지 않아도 잔 들어 참여하는 것이 에티켓
일본 등 동양에서는 눈 보다 살짝 아래 쳐다봐야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도 건배는 해야 한다 종교상, 건강상의 이유로 술을 잔에 아예 받지도 않는다거나 묻지도 않고서 건배조차 회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아주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다. 건배는 반드시 샴페인, 와인만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앞에 있는 빈 잔, 물잔, 탄산음료 잔이라도 들어서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표한다.
그 나라에 맞는 건배 형태와 그 나라 언어로 된 건배사를 준비하라 러시아인들은 마시고 난 잔을 화로에 던지는 풍습도 있다지만, 대체적인 매너는 잔을 들어 건배한 후 가볍게 내려놓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국적, 풍습, 상황을 미리 고려하여 그 나라에 맞는 건배 형태, 건배사들을 면밀히 준비해 자연스러운 연출을 하는 것이다. 제대로 되지 않는 어설픈 건배사는 상대방에게 무례하거나 무식하거나 또는 아주 재미없는 사람으로 오인되도록 만들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특히 서구 문화에만 익숙해지다 보면 정작 동양권 파트너들과 비즈니스할 때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물론 중국 등의 고급 두뇌들은 더 서구 문화에 근접해 있지만 자기의 세력권 안에서는 자기 방식을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만의 문화를 세심히 알아두었다가 활용한다면 오히려 기대하지 못한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언어보다 더 직접적인 것이 바로 표정이나 제스처 같은 비언어적(non verbal) 커뮤니케이션일 것이다. 이중 표정과 아이 컨택은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 서구의 풍습은 우리와 달라 눈을 맞추지 않고 피하는 경우, ‘저 사람이 나에게 뭔가 속이는 게 있구나’ 라고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혹은 ‘저 사람은 나보다 약하구나’라고 공연히 얕잡아 보게 할 우려도 있다. 그래서 건배를 할 때는 반드시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고 가볍게 미소를 짓는 것이 포인트이다. 잔 끝이나 바닥으로 절대 시선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이것은 예의에도 어긋날 뿐더러 비즈니스에서 상대방과의 기 싸움에도 밀리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려서부터 눈 맞춤에 익숙하지 않다. 특히 어른과 눈을 맞출 경우 예의 없고 버릇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정도였다. 그래서 많은 건배 사진들을 보면 대부분의 서양 사람들은 설사 복잡한 현안을 앞두고서도 적어도 건배할 때만큼은 부드럽게 서로의 눈을 맞추는데 반해, 우리의 경우 눈을 내리 깔거나 다른 곳을 보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때로는 와인을 흘리거나 제대로 부딪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을 역력히 드러내며 조심어린 마음으로 와인 잔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면 똑바로 서지 못한 채 상체를 지나치게 앞쪽으로 구부리게 되어 사진 상에서는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대외적 인지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언론에 노출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행사 순서상 반드시 예정되어 있는 건배 상황을 예상하고 공식 석상에서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사진을 찍힐지 알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건배를 할 때는 특히 몸통 및 척추를 똑바로 세워 자세를 바르게 하고 당당하고 위엄 있는 모습으로 포토 세션을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 컨택에 있어서 무조건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는 것이 어느 정도는 아니다. 이것도 나라에 따라 다른데 특히 일본에서는 상대의 눈을 빤히 쳐다보는 것이 위협이나 무례, 오만, 심지어 모욕으로까지 해석된다. 따라서 일본인들과의 아이 컨택은 눈을 직접 바라보는 것보다는 시선을 약간 낮추어 즉 목젖 부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서양의 정신문화의 한 축인 와인 에티켓과 매너라는 특성상 필자의 논고는 어쩔 수 없이 서양 중심으로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화의 일반화를 피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양권이나 중동권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한다면 그 나라의 문화를 반드시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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