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가이드가 토로하는 ‘소수계 핍박’
나라 빼앗긴 민족의 아픔을 함께 느껴
경건한 분위기의 티벳불교 사원 인상적
■ 텐진의 눈물
텐진은 눈에 눈물이 늘 그렁그렁 하다. 나라를 잃은 슬픔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가이드 텐진은 한국말을 잘하는 티벳인이다. 텐진은 중국 연변에서 3년간, 한국에서 3년간 공부를 하고 티벳으로 돌아갔다. 든든한 보증인이 있어야만 해외로 나갈 수 있는 현재 상황에서 운이 좋았다. 한때는 상하이에 있는 모 한국 항공회사에서 면접을 보러오라고 해 취직도 할 뻔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큰아들은 집안을 지켜야 한다고 해서 고향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텐진의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다 옥살이까지 했던 민족의식이 강한 사람이라 한다. 고향에 돌아와 한국말을 잘하는 이점을 살려 가이드를 하는 것이다. 텐진은 티벳의 역사, 또는 방문하는 곳곳에 많은 지식을 가지고 열심히 설명했다.
텐진의 슬픈 눈을 보며 “빨간 별이 달린 모자를 쓴 중국 공안들이 오고가는 라싸는 중국 땅이구나, 티벳은 나라를 빼앗겼구나” 하는 자각을 한다. 게다가 북경에서부터 중국어 통역 가이드로 따라온 조선족 아가씨 ‘케니’가 소수민족이 겪었던 아픔을 얘기해 우리도 따라서 울고 계속 잇달아 울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국민도 한 때 나라를 빼앗겨 본 동병상련으로 텐진의 슬픔도, 케니의 슬픔도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티벳인들은 우리와 달리 지형적으로 높고 광활한 땅에서 유목을 하는 민족이 제대로 독립을 위해 저항도 못해 보았을 것으로 짐작해 본다.
■ 조캉사원
라싸에서 이틀째인 오늘은 대원들 모두 한결 편안해 보인다. 미국의 높은 산에서 매주 산행으로 다져진 대원들인지라 훨씬 수월하게 이겨나간다. 아침에 라싸 도시 중심에 팔각거리와 조캉사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텐진은 아침에 우리를 팔각거리에 내려놓고 여권을 다 걷어갔다. 내일 남쵸호수로 가는 길이 허가증이 필요한 가 보다.
매년 티벳 각지의 선남선녀가 불원천리 산을 넘고 강을 건너, 한 걸음 가고 한 번 절하는 오체투지를 반복해서 조캉사원에 다다라 공양하고 부처님께 복을 빈다. 오체투지는 고행의 상징이다. 극단의 무거운 고통을 통해 투명하고 맑고 가벼운 영혼을 얻어내기 위한 전통적 방법이고, 고통을 통해 잔인한 유한성의 사슬을 끊고자 하는 것이다.
조캉사원(大昭寺, Jokhang)은 티벳 불교 사원이다. 중국 명칭은 따쟈오시(大昭寺). 일반적으로는 본당에 해당하는 부분의 명칭인 ‘조캉사원’으로 불린다. 또 본당이라는 의미의 트크라칸을 붙여 투루 낭·트크라칸으로 불리기도 한다. 티벳을 통일한 토번 티벳 왕조 제33대의 송첸캄포 왕이 641년 당나라 태종의 조카딸인 문성공주가 시집을 오자 맞이하기 위해 7세기에 건립하였다고 한다. 본당에는 송첸캄포에게 시집온 당 태종의 조카딸 문성공주가 당나라에서 가져왔다는 석가모니상이 있다. 본당 안에서의 사진촬영은 금지되었다. 2000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라싸의 포탈라궁의 역사 유적 군에 추가등록 되었다.
조캉사원 바깥을 티벳인들이 마니챠를 돌리며 또는 오체투지로 코라를 돈다. 우리 대원들 중 몇몇은 티벳 사람들에게 배워서 오체투지 체험도 해 보았다. 조캉사원과 팔각거리 그 주변에 시장이 형성돼 있어 티벳의 전통적인 풍물을 구경할 수가 있다. 팔각거리(바코르, Barkhor)는 조캉 사원을 팔각형 모양으로 도로가 에워싸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팔각거리 광장에서 칭짱철도 안에서 만났던 중국인들을 만나게 돼서 반가웠다.
■ 여름궁전 노브링카
점심을 시내에서 티벳 전통음식을 먹고 포탈라궁에서 서쪽으로 3km 정도 떨어져 있는 노브링카로 가기로 한다. 노브링카가 여름 궁전이라면 포탈라궁은 겨울 궁전이다.
가장 초기의 건물은 7대 달라이 라마에 의해 지어졌으며 지금의 새로운 궁전은 1954년 지금의 달라이 라마에 의해 1956년 완공되었다. 정원과 분수대, 수영장 등을 갖추고 있다. 서쪽의 ‘칼상 포탕’은 황금빛의 모자를 쓴 형상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건물로서 맨 처음에 지어졌을 때 만들어진 것이다. 완벽하게 복구된 왕좌가 있는 방도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정원은 가장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는 곳이다. 아름다운 극장이 있고 사람들이 축제 때는 춤을 추며 나들이 장소로 인기 만점인 곳이다. 요구르트 축제도 있으며 8월 초에는 가족들이 캠핑을 나와서 바람을 쐬고 이웃들과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고도가 높기 때문에 날씨가 무덥지 않기에 가능한 것이다. 노브링카의 동물원이 유명한데 달라이 라마가 받은 동물들만 키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한다.
1959년 라싸에서 민중봉기가 일어났을 때 달라이 라마는 여름궁전에 기거하고 있었다고 한다. 중국 정부가 그를 납치해 갈 것이라는 소문 때문에 티벳 민중들이 그를 지키려고 노브링카를 맨몸으로 에워쌌고, 그 과정에서 수천의 티벳 사원이 파괴됐으며 12만명 이상의 민중이 학살됐다. 그는 그해 티벳 군인으로 변장하고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탈출한 뒤 오늘날 까지 돌아오지 못하는 비운의 군주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의 달라이 라마가 건축하고 또 머물렀던 건물 ‘탁텐 미규 포트랑’ 앞은 수많은 여름 꽃들로 화사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는 어쩌면 생전에, 색깔이 바래고 먼지가 뿌옇게 쌓인 그의 침대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궁전에 화려함이 일순간 부질없어 보였다. 노브링카는 한족 여행자들이 진한 애정 표현을 하는 아름다운 공원, 정신이 사라진 유네스코 지정 유적지일 뿐이다.
저녁은 커다란 부페식당에서 티벳의 전통 민속공연을 보며 먹기로 했다.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모여 있다. 티벳의 모든 음식은 매운 맛이 전혀 없다. 밥, 국수장국, 야채볶음, 야크 고기 등을 준비해간 매운 소스를 섞어서야 먹을 만했다. 아직 고소에 미처 적응을 못해서 입맛들이 썩 좋지를 못했다. 내일은 티벳의 백미인 성스러운 남쵸호수(하늘 호수)를 가는 일정이다.
<수필가 정민디>
조캉사원 주변의 팔각거리(바코르, Barkhor). 조캉사원을 팔각형 모양으로 도로가 에워싸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의 달라이 라마가 중국을 탈출하기 전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여름궁전 노브링카 내 ‘탁텐 미규 포트랑’. 비운의 티벳 역사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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