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의 민심은 확실히 오바마 편이었다. 83%의 지지도만이 아니었다. “경기회복이 2년 이상 걸릴 것을 각오한다”는 여론도 59%로 높았다. 조속해결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든든한 응원이었다. 오바마도 취임연설에서 인내를 당부하며 경고했었다 : “우리의 모든 당면과제는 신속하게 해결되기 힘들다. 그러기엔 너무 중대한 과제가 너무나 많다. 짧은 시간에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민심이 기억하는 것은 “Yes, We Can!”으로 화답하던 극적인 변화에 대한 약속뿐인 듯 하다. 불과 1년 만에 높았던 기대 못지않게 깊어진 실망이 전국의 표밭에서 꿈틀대고 있다.
민주당에겐 ‘떼놓은 당상’이었던 매서추세츠주 연방상원 의석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연방상하의원 12명이 모두 민주당인 민주당의 아성에서 리버럴의 대부 에드워드 케네디가 46년 동안 지켜온 자리, ‘꿈의 60석’을 방어하는 19일 특별선거에서 무명의 공화당 후보에게 패배한 것이다.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축하하기조차 무색해진 충격적 이변이었다.
오바마의 지난 1년이 그렇게 형편없었나? 그건 아니다.
너나없이 유권자들의 심기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 10%의 실업률, 계속 늘어나는 정부지출, 무섭게 증가하는 연방부채와 함께 경기회복은 느리다. 오바마가 천명했던 초당적 합의는커녕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 워싱턴에 대한 불신은 한층 악화되었고 엄청난 세금과 인명을 쏟아붓는 2개의 전쟁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1년전 이맘때를 기억해 본다면 시각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이미지는 상처투성이였고 경제는 벼랑 끝에 서 있었다. 금융시스템은 붕괴위험에 놓여있었고 8,000이하로 떨어진 다우존스는 낙하를 거듭했으며 투자는 얼어붙었었다. 주택가격은 폭락했고 감원과 감봉의 폭풍 속에 서있던 불안과 공포의 시기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우려했던 제2의 공황은 그러나 일어나지 않았다. 경기부양책과 금융구제가 시장에 조금씩 자신감을 불어 넣었고 주식시장은 되살아났으며 신용경색도 차츰 완화되기 시작했다. 오바마의 최대약점으로 지적되었던 안보에도 구멍이 뚫리지 않았다. 리버럴의 비난을 감수하며 이라크 지원과 아프간 증파를 결정했고 관타나모 폐지와 테러전쟁 재천명으로 안보와 민권사이 균형도 적절하게 유지했다.
오바마의 지난 1년은 누구의 시각이냐에 따라 평가가 다르다. 취임당시의 ‘하늘같이 높았던’ 기대를 잣대로 한다면 월스트릿저널의 표현처럼 ‘잃어버린 1년’일 수도 있다. 환상을 접어두고 현실적 상식적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아직 할 일이 산더미지만 임기 4년 중 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이다. 그렇다고 느긋할 처지는 절대 못 된다. 집권당의 중간선거 패배는 당연한 현상이라지만 지난 11월의 뉴저지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패배에 이은 이번 매서추세츠 선거 패배는 조금 심상치 않다. 세 곳 모두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가 압승을 거둔 곳이고 오바마가 직접 지원유세에 나선 곳이다. 선거결과의 공통점도 나왔다. 무소속 유권자들의 이반이다. 무소속 유권자의 60%이상이 공화당 후보에 투표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재선을 앞둔 어느 의원도 오바마의 정책을 따르려하지 않을 것이다. 헬스케어를 비롯, 기후변화, 이민, 금융규제 등 많은 개혁과제를 추진할 오바마의 험난한 앞날을 의미한다.
‘모든 선거는 로컬’이라는 정치의 기본처럼 일단 이번 패배는 후보 자신의 책임이다. 경선에서 압승한 민주당 후보가 카리브해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동안 공화당 후보는 픽업트럭을 타고 주 전역을 누비며 ‘민중의 대변자’임을 각인시켰으니까. 그러나 패배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오바마 정책에 대한 거부와 민주당 의회에 대한 환멸이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집권당에 대한 ‘경종’이 11월 대규모 중간선거가 아닌 1월에 울렸다는 것을 오바마와 민주당 지도부는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고 정치해설가들은 입을 모은다.
선거까지는 아직 9개월 이상 남았다. 확실하게 드러난 현 정부에 대한 무소속 유권자들의 불만과 분노를 어느 정도는 잠재울 수 있는 기간이다. 정확한 ‘민심 읽기’가 필요하다. 헬스케어 개혁안 포기? 아닐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기회복이다. 금융붕괴를 예방하고 대공황을 막은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세금으로 구제한 월스트릿은 다시 보너스 잔치로 흥청대는데 내 집과 내 직장은 아직도 불안하고 나의 가계는 여전히 허덕인다면 표밭의 분노는 결코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강펀치를 얻어맞으면서 시작한 오바마 집권 2년째의 최우선 과제는 경기의 초고속회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월스트릿이 아닌 메인스트릿의 경기회복이다. ‘보통사람들의 살림돌보기에 앞장 서는 민주당’ - 그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확실히 전달할 수 있다면 헬스케어 개혁안의 실현도, 중간선거도, 2012년의 오바마 재선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박록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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