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경제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2차 대전 후 가장 심각한 것으로 기록된 이번 불황으로 일반 소비자와 가계는 물론 기업, 정부까지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이 불황의 터널을 하루 빨리 벗어나기를 모두가 고대하고 있지만 아직도 어려운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제가 아주 조금씩이나마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왔고 이제 새해를 맞아 경기가 그 회복의 속도를 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제의 부침은 시기와 지역에 따라 여러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흔히 알파벳의 몇몇 글자를 이용하여 경기침체와 회복의 양상과 속도를 설명한다. 경제가 발전하고 경기가 상승하는 것을 오르막 선으로 표시하고 경제가 위축하고 경기가 하강하는 것을 내리막 선으로 표시하다 보면 그 모양이 영어 알파벳의 글자같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와 회복이 V자 모양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이는 침체의 내리막이 최저점에 이른 후 곧바로 상승세로 반전하여 경제가 회복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어차피 경제가 침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 V자 모양의 침체와 회복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지난 1950년대 초반 미국이 겪었던 침체가 V자 모양이었다.
경기가 바닥에 이른 후 바로 회복하지 못하고 상당 기간 바닥에서 머물렀다가 회복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U자 모양이 된다. 1973년 제1차 세계 석유파동 후 겪었던 침체가 바로 U자 모양이었다.
이 경우 경제가 언제 어디서 최저점에 이르는지도 분명치 않고 또 침체가 몇 분기 또는 몇 년씩 지속되기도 한다. 1953년 V자 형 침체 때는 경제가 하락하여 53년 말에 바닥을 친 후 곧바로 54년부터 상승세로 반전했지만, 1973년의 U자 형 침체 때는 73년 3/4분기부터 근 2년 동안 바닥권에서 맴돌다가 겨우 회복했다. 지금의 불황도 이 U자 모양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침체에 빠졌던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섰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 W자 모양의 그래프가 생길 수 있다. 이른바 ‘더블 딥’이라고 하는 상황이다. 1980년대 초 미국경제가 잠시 침체에 빠졌다가 곧바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때 연방준비위원회가 경기과열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섣불리 금리를 인상하는 바람에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져 두 번째로 바닥을 치고 W자 모양의 불황을 경험을 했다.
만일 지금의 상황이 경제가 최저점을 지나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국면이라면, 제발 다시 고꾸라져 W자 모양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경기 침체와 회복의 모습은 이렇게 V, U, W자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경제가 침체한 후 얼마 후에는 어쨌든 그래프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말 고약한 것이 L자 모양의 경기침체이다. 이는 침체한 경기가 바닥에서 마냥 머무른 채 아주 오래 동안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1980년대 말까지 활황을 보이다가 1990년대 들어 침체하기 시작하여 이후 근 10년 동안을 회복하지 못했던 일본경제가 그 예이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1990년대 일본경제는 침체된 경기가 L자의 밑바닥처럼 10년이나 지속되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계속 비실비실하는 미국경제를 놓고 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2000년대 10년은 미국의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L자 형의 침체를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제의 부침은 사람들의 심리와 자세에도 많이 달려있다. 그래서 아직도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긍정적인 요소와 변수들을 찾아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를 퍼뜨려 봄직도 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동향 지수와 소비자신뢰 지수가 상향으로 반전되고 있다. 제조업 생산량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주택시장이 가냘프게나마 다시 숨쉬기 시작했고 주식시장도 바닥을 다지고 있다. 유가가 오르는 것은 다른 물가의 상승을 부추기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산업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만신창이가 되었던 자동차업계도 재기를 노리며 꿈틀거리고 있고, 그동안 시행착오와 비효율성이 지적되기도 했지만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책도 여기저기서 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U자도 좋고 V자도 좋고 W자도 좋으니 L자만 말고, 하루 빨리 경제가 회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장석정 / 일리노이 주립대 경영대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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