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아침에 세수하고 면도할 때 수돗물을 줄줄 틀어 놓고 하기가 죄스럽게 느껴진다. 맥도날드 사 먹기도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화요일 오후 5시 직후에 아이티를 강타한 7.0진도의 대지진으로 인해 벌어진 목불인견의 참상 때문이다.
특히 수도인 포트오프린스와 인근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대통령궁을 위시하여 정부 청사들과 호텔들마저 폭삭 주저앉게 만든 그 대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적으면 5만 많으면 50만까지 추산될 정도로 길거리에는 부패되고 있는 시체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어 재난 지구나 전쟁 지역의 참혹한 장면에 숙달된 구조대원들이나 기자들도 어쩔 줄 모르게 만든다. 폭삭 주저 않은 건물들 밑에서 들려오던 아비규환의 절규도 이제는 점점 들리지 않게 되어 구조대원들을 안타깝게 하는 시점이다.
제일 화급한 것이 물, 식량, 그리고 약품이다. 열대 지방에서 삼일 동안 물을 못 마시면 신장에 이상을 일으켜 죽음에 달하게 된다니까 200만 내지 300만으로 추산되는 피해자들에게 물을 공급하고 양식을 주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지진으로 인해서 그 이전에도 부실하던 도로와 교량 등 사회 기간시설들이 허물어진 상황에서 단 하나의 국제공항에 계속 도착되는 긴급 구호품의 배부가 제대로 될리 없다. 어제까지 불과 몇 천 명만 도움을 받았다는 안타까운 뉴스다.
또 대통령 자신도 관저는 물론 사가까지도 파괴되어 잘 곳을 찾는 형편으로 상징되는 정부기관의 총마비 상태 때문에 결국은 유엔기관이나 외국 원조기관 그리고 미국의 인력에 당장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배고픈 군중의 폭도화 가능성이 심각하게 고려된다. 무정부 상태와 무질서까지 사태가 악화되는 경우 아이티 비극의 해결은 더욱더 어려워질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항운영에 미국 기술진을 파견하고 우선 1억불의 긴급지원으로 아이티를 돕는데 앞장서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5억5천불 아이티 구호기금이 모여지도록 국제 사회에 호소한다.
미국의 항공모함이 이미 그곳에 가 있고 미국 해병대 등 질서 유지에 투입할 병력도 갖추고 있지만 기간 시설의 파괴로 구호작업에 큰 지장을 일으키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국민 대부분이 하루에 2달러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고 70퍼센트가 실직자인 나라가 이 큰 재난 때문에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지 답답한 심경이다.
아이티는 남미주를 통털어 미국 다음으로 1804년에 불란서 식민지에서 독립을 이룩했지만 노예 출신들이 건국했기 때문에 미국은 50년 동안이나 아이티를 주권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던 역사가 있다. 20세기 초에는 약 20년 간 미국이 아이티를 점령했던 때도 있었다. 아이티는 라틴 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들처럼 군부 독재 아래 있기도 했다.
특히 프랑소와 두말리에라는 의사는 1957년에 군대의 도움으로 대통령에 당선되고는 1964년에는 스스로를 종신 대통령으로 만들어 버렸다. 특히 마귀 무당 종교인 부두에도 능했다는 파파 닥(Papa Doc)은 통 마쿠트라는 잔인한 근위 부대를 설치하고 반대파들을 살해하는 등 악행을 한 폭력 독재자였다. 이들을 후계자로 만들어 자신이 1971년에 죽자 베이비 닥(Baby Doc)이 19세에 대통령이 되었다. 처음에는 어머니 영향 아래 있었고 그 후에는 부인에게 조종당하는 무능한 통치자였던 그는 극도로 혼란에 빠진 정국을 수습하지 못해 1986년에 불란서로 도망쳤다.
드발리에 부자 통치시절의 극심한 부패의 아이티가 세계에서 두 번째인 빈국의 자리를 지켜온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김정일이 불과 스물여섯이나 일곱인 김정은에게 권력 세습을 꾀하고 있는 것이 북한 인민들의 계속되는 불행과 큰 관계가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아이티 사람들은 정이 많고 우수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 모양이다. 오바마는 아이티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는 연설에서 미국 흑인들 중 1%가 아이티계인데 흑인 의사들 중 11%가 아이티인들임을 지적했다. 부지런한 국민들인데 통치자들을 잘 못 만나 근근이 연명하던 가난한 삶이 엄청난 지진 피해로 더욱 심각하게 되었다.
유엔이나 클린턴 구조 단체 등 여러 기관에서 구호 기금을 모금하고 있는데 참여할 이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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