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We Can!’- 그 외침에 전 미국이 화답하는 것 같았다. 그럴 만도 했다. 돌풍의 연속이었다. 그 바람의 주인공 버락 오바마가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다. 여세를 타고 민주당은 의회도 장악했다.
말 그대로 압승을 거두었다. 이를 단순히 반(反)부시 정서 덕분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경제 불황이 가져온 반사이익 때문으로만 해석해서도 곤란하다. 미국의 유권 층 내부에 뭔가 큰 변화가 있었던 거다. 미국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말이다.
그 시대정신을 민주당은, 진보세력은 꿰뚫어 본 것이다. 보수의 시대는 가고 새 시대가 왔다. 진보주의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탄생과 함께 나온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오바마는 링컨에, 프랭클린 루즈벨트에, 또 존 F 케네디에 비유됐다.
그리고 1년. ‘Yes, We Can’소리는 땅속으로 잦아든 것 같다. 들려오는 소리는 오직 ‘No, You Can’t! 뿐이다. 오바마는 그리고 자주 카터와 비교된다. 그의 외교정책, 통치술이 카터를 닮았다는 것이다. 변전도 이런 변전이 없다. 가히 그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할 정도다.
올 중간선거는 민주당 필패의 형국이다. 11월2일이 투표일이니, 아직 열 달이나 남았다. 그런데 벌써부터 민주당 필패론은 정설로 굳어가고 있다. 그 분위기에서 민주당의 간판격인 정치인들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크리토퍼 도드와 바이런 도건이 그들이다. 대권도전에도 나섰다. 의정경력이 수 십 년이다. 이런 거물급 연방 상원의원들이다. 이들이 일찌감치 백기를 든 것이다.
그들뿐이 아니다. 빌 리터 콜로라도 주지사도 재선을 포기했다. 미시건주 주지사 후보로 유력시되어온 존 체리 부지사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상원원내대표로 진보주의 개혁에 앞장서온 해리 리드도 역풍을 맞고 있다. 지역구인 네바다 주 여론의 흐름이 심상치 않은 것이다.
하원에서는 11명이나 출마를 포기했다. 공화당으로 이적하는 의원마저 나오고 있다. 일종의 불출마 도미노현상이 일면서 선거필패 비관론이 민주당 내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 같은 정치적 대반전을 불러왔나.
“2008년 선거는 변화를 요구하는 선거였다. 그러니 정권교체는 필연이었다. 그러나 가치관의 전면적 전환을 요구한 선거는 아니었다.” 여론조사 전문가 클리포드 영의 말이다. 말하자면 민주당은 2008년 선거결과의 의미를 지나치게 과대 해석했다는 지적이다.
“그들은 영광에 목말라 있었다. 탐욕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 영광에의 탐욕은 시야를 가렸다. 그 결과 재난의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페기 누난의 말이다.
당초 선거결과를 잘못 해석했다. 거기서 비롯된 치명적 자만심에 사로잡혀 국정의 운선순위 배정에 오류를 범했다. 보통의 미국인들이 요구하는 것은 경제와 안보에 신경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바마 백악관과 의회는 의보개혁과 환경문제에만 매달렸다.
그것도 보통의 미국인들이 원하든, 안 원하든 관계없이 오직 우리만이 미국을 위해, 미국인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을 알고 있다는 식의 극히 오만한 태도로.
대통령이 이 두 문제에만 ‘올인’하는 인상을 주면서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누수현상이 보이고 있다. 이미 ‘투 스트라이크’를 기록한 안보상의 허점이 우선 그것이다. 워싱턴이 온통 의보개혁에 몰두한 와중에 대 테러전선에 두 번이나 구멍이 뚫린 것이다.
게다가 실업률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실물경제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그 가운데 의료보험 확대와, 환경오염 규제 강화로 에너지 가격은 오르고 중소기업은 세 부담만 늘게 됐다.
보통 사람들의 분노가 높아져 간다. 장래에 대한 비관론만 팽배해지고 있다. 환상은 사라지고 이제는 환멸뿐이다. 1년 전에 오바마에 열광했던 젊은 층과 무소속 독립파 유권자들도 등을 돌렸다. 민주당 내 진보세력은 진보세력대로 오바마에 실망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가 더 이상 희망이 아닌 정치적 부담으로 전락하면서 2010년 중간선거 전선에 이상이 발생한 것이다. 간판주자격인 민주당 정치인들의 잇단 탈락이란 충격적 모습으로.
불과 1년 만에 이루어진 이 정치적 대반전이 주고 있는 또 다른 메시지는 무엇일까. 미국은 심각한 리더십위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두 개의 미국이 존재한다. 워싱턴으로 상징되는 엘리트그룹의 미국이 그 하나다. 보통 사람의 미국이 또 다른 하나다. 이 둘 사이의 갭은 점차 깊어지면서 소통장애를 일으키고 있다. 그 증세가 심화되면서 미국의 리더십은 표류상태를 맞고 있다는 것이 또 다른 메시지다.
옥세철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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