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남과 북 사이에 상시적인 대화를 위한 기구가 마련돼야 한다” 면서 “올해에는 남북관계에도 새 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하기를 촉구”하면서 “한반도 비핵화가 진전되고 본격적인 남북협력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전적으로 공감할만한 내용으로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해본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북한이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민생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가운데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고, 언론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했기에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때에, 북한 김정일이 새해 첫 군부대 시찰로 105탱크사단’을 찾아 남한 지역 공격 상황을 상정한 가상 훈련을 지켜본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지난 5일 밤 김정일의 105탱크사단 시찰 뉴스를 전하면서 59장의 사진을 방영하고 그 중 구체적으로 한 4장 의 사진에는 ‘중앙 고속도로 춘천-부산 374㎞’와 ‘김해’, 다른 사진에는 ‘전라남도’와 ‘호남고속도로’, 또 다른 사진 2장에는 ‘부산’ ‘창원’ ‘삼랑’이라는 글자가 뚜렷하게 보였다. 남한 지명과 고속도로 명칭, 구간 거리 등이 선명하게 쓰인 표지판 옆을 탱크가 달려가는 장면이다. 아마 남쪽 지형을 축소해서 만든 훈련장인것 같아 보인다.
휴전후 이와같은 사진을 TV를 통해 공개 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온갖 위장전술을 쓰기 때문에 정확히는 알수 없으나 남쪽을 향해 군사시위와 함깨 작년 10월 서해 ‘대청해전’에서 패배한 것에 대해 결전의지를 과시하고 내부 적으로는 북한 화폐개혁의 후유증으로 재산을 날린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이때에 민심과 여론 전환 전략으로 북한 주민들의 대남 경각심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볼수도 있다.
북한은 남북관계가 활발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인민군에 대해서는 대남 결전의지를 고취해왔다. 그들은 말하기를 적(南)들이 신성한 우리 조국의 한 치의 땅이라도 감히 건드린다면 일격에 소멸할 열정의 투지를 안고 위력한 포화력으로 적진을 산산히 짓부시며 노도처럼 전진한다고 했다. 105 탱크 사단은 6.25당시 가장 먼저 3일만에 서울을 점령한 부대라고 설명했다.
군사훈련 장면, 특히 목표 지점을 공개하는 경우는 지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북한이 새해 공동사설에서 화해 움직임을 보인 바 있어 한국정부 당국은 이번 보도 의도를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의 동태를 예의 주시하면서 남북관계가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 대통령의 남북대화 상시기구 제안에 대해서는 지난해 4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던 서울과 평양의 상설 고위급 연락 사무소 설치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연락사무소장은 남북한 최고 책임자의 말을 직접 전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돼야 할 것”이라며 ‘고위급’으로 제시하기도 했었다. 과거 남북 고위급 대화들이 실질적 ‘내용’보다는 상징적 ‘이벤트’처럼 진행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화 채널이 상설화되면 언제든 남북한 최고위급 간의 의견 교환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나선 북한은 남쪽을 향해서도 노골적인 평화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남북 간에 정상회담을 상정한 고위급 비밀접촉이 성사됐고, 이 과정에서 북한의 적극적 의지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정책의 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신년 공동사설의 논조도 ‘남쪽과의 담대한 대화’를 희망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2010년, 한국은 G20국제회의와 함께 큰 변화의 물결 한가운데 있다. 세계적인 신질서를 주도하는 한국이 되느냐 아니면 끌려가는 나라가 되느냐는 한국민 의 실천의지에 달렸다.
따라서 남-북관계 문제도 마찬가지로 북한의 전략에 이용당하고 끌려다니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올해는 6.25 한국전쟁 60주년이 되는 해다. 비핵화 논의 등이 진전되면서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돼 한반도에 자유와 평화의 기틀을 잡는 경인년 (庚寅年)의 해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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