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정부 수도인 워싱턴 DC와 광역 수도권에는 정부기관들의 약자를 의미하는 알파벳 수프가 넘쳐난다. 예를 들면 DOD(국방부), DOJ(법무부) 등이 있다. 특히 2001년 9/11사변 이후에는 정보기관들의 개편 및 신설로 더 많은 알파벳 수프들이 생겨났다.
새로 생긴 DNI는 국가 정보국장의 약자로서 CIA와 FBI, 그리고 NSA(국가안전국) 등 여러 정보기관들이 정보 공유를 하지 않아 9/11사태를 미연에 방지 못한 전철을 밟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모든 정보기관들의 활동을 총괄 지휘하는 사령탑이다. 그 밑에는 국가테러방지센터(NCTC)가 있다 그리고 국토안전부(DHS)가 신설되어 전에는 법무부 소속이던 이민국 등 20여 개의 정부 부서들이 그 밑에 소속되게 되었다. DHS에 신설된 기관으로는 비행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면 모두가 거쳐야 하는 검색을 담당하는 교통안전청(TSA)가 있다.
알 카에다 소속 9/11 테러범들이 진작부터 미국에 와서 미네소타, 버지니아, 메릴랜드,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은행 거래 및 아파트 임대, 그리고 비행기 조종학교에 등록하는 등 준비를 갖추었었다는 것은 9/11 조사위원회 보고에 나와 있다.
그런데 그 흉악범들이 비행기 조종학교에 다니면서 대형 여객기 조종술은 배우면서도 착륙하는 법은 배우지 않았다든지 하는 이상한 징후를 어떤 FBI 직원이 발견하여 보고 했었지만 FBI 파일에만 남아 있었지 NSA가 도청을 통해 알 카에다가 미국 내에서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와 알 카에다와 관련된 자들의 미국 입국 등의 정보와 종합 검토되지 않았기 때문에 9/11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DNI, NCTC, TIDE(테러리스트 신원 데이터마트 분석처)와 TSA 등이 신설되었던 바 이번 12월 25일 노스웨스트 253호 기의 아슬아슬했던 사건으로 보아 정보의 연결, 종합, 분석 면에 있어서 아직도 멀었다는 느낌이다.
느낌 정도가 아니라 그 같은 제도가 실패했다는 것이 오바마 대통령 이하 관련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DNI나 NCTC 등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했다면 우마 아브덜무탈랍이라는 23세의 나이지리아인은 그 비행기에 탑승하지도 못했어야 마땅하다. 우선 나이지리아의 최대 은행의 총재였던 그 청년의 아버지가 11월 달에 나이지리아 주재 미국 대사관에 가서 CIA 책임자를 만나 자기 아들이 예멘에 가서 이슬람 과력 분자들과 관계를 갖고 있는 위험 인물이라고 경고했었다. 그 정보가 국무부에도 보고되었고 NCTC에도 올라갔었단다.
그러나 그 청년이 미국에 왕래할 수 있는 복수 비자를 소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누락되었음이 분명하다. 또 그가 암스텔담을 경유하여 디트로이트로 가는 편도 비행기표를 사면서 현찰로 지불했다는 것도 누군가가 포착했어야 할 적신호였다. 더군다나 열대지방에서 한대지방으로 국제 여행을 하는 사람이 짐을 하나도 맡기지 않았다는 사실도 의구심을 일으킬 사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청년에 대한 정보들이 묘사하는 큰 밑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그것들을 종합 분석하여 적절한 결론을 내려 사전 예방을 못했다는 것이 오바마와 국민들을 경악시킨 것이다. 그가 속옷에다가 PETN이라는 플라스틱 폭발물을 넣고 디트로이트 도착 직전에 주사기로 폭발시키려던 것을 기민한 화란의 영화인과 몇 승객이 덮쳐 체포했기에 망정이지 까닥했으면 300여 명이 목숨을 잃을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기관 요원들의 노고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NCTC 본부에는 모든 정보기관들의 대표들이 모여 오전 8시, 오후 3시, 그리고 새벽 1시에 회의를 열어 미국에 대한 위협정도를 검토한다고 한다. 그리고 아브덜무탈랍이 요주의 인물로 들어 있는 명단은 50만 명이 넘는다니까 그를 약 5천 명으로 추산되는 비행기 탑승불허 목록에 이전시키는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노스웨스트 253기 사건으로 대두되는 것 중에도 모든 공항에 의무적으로 알몸투시기를 설치해야 된다는 주장이 있다. 어떤 칼럼니스트의 비꼬는 말처럼 그 같은 기계 제작자들이 살판이 났다고 할 수 있다. 연방 정보나 안전기관들의 확충과 예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환경은 변함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예를 들면 TSA는 2001년 1월 13명으로 출발했는데 현재는 60,000명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DHS의 2010년도 예산은 무려 550억불이다. 그 중 많은 돈이 연방 의원들의 지역용 선심으로 낭비되고 있다는 것도 비난을 받고 있다. 좌우간 구두에 폭약을 넣었던 테러미수자 때문에 신발을 벗어야 하는 우리들은 나이지리아의 못 된 청년 탓에 아무리 추어도 비행기 도착 1시간 전부터는 모포조차 덮을 수 없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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