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찬란하게 문을 연 2010년은 성공과 승리의 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 올해는 한인들의 넋에 통탄할 기억으로 남아 있는 대한제국의 일본 강제 병합된 국치(國恥) 100주년, 민족적 비극인 6.25 전쟁 발발 60주년, 그리고 4.19 민주 혁명 5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가 된다.
새해 경인년은 호랑이해(Year of Tiger)로 불경기로 시름에서 벗어나 세계가 신명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호랑이가 기지개 펴며 날쌔게 뛰는 모습은 곧 챔피언의 정신이다. 조상들은 호랑이를 좋은 징조로 보았다. ‘산림의 왕’인 호랑이는 ‘성군의 처세’와 국리민복(國利民福)의 수호신으로 알려져 있다. 호랑이가 위기에 처한 산골의 할머니를 등에 업고 구해 주었다는 민간설화 등에서도 호랑이는 영특한 길조의 동물로 여겨졌다.
조선왕조실록은 태종(1404) 시대에 선비 이지가 “명나라 태종이 사냥에서 신기한 짐승과 검은 무늬의 백호토 나라에 길조를 전달하러 나타났다”고 적었다. 호랑이의 정신은 강인함과 민첩함, 집착력으로 목표물을 쟁취하는 ‘정신과 기술’이다. 뛰며 생각하고 말까지도 정복하는 실력(능력)을 과시한다.
가혹한 사냥의 교훈은 희생정신(땀)에 있다.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면서도 목표를 달성하는 미물들 중에는 두꺼비, 연어, 거미 등이 있다. 이들은 번식을 위해 안전한 곳에 알을 낳고, 서서히 죽어서 자양분이 되며 새끼들의 영양공급까지 책무를 다하는 것이다. 세상의 ‘빛과 소금‘의 교훈도 빛은 심지를 태워야 밝은 불을 밝히고, 소금은 몸 전체가 녹아지며 짠 맛을 내는 희생에 있다.
배가 고파야 호랑이도 빠르게, 넓게, 높이 뛴다. 심화되는 불경기 속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생존 경쟁은 더욱 더 가혹한 현실로 다가왔다. 빚더미에 신음하는 경제대국 미국은 곰 발바닥만 핥을 수 없다. 특히 ‘차이메리카’나 ‘G2’로 불리는 중국 영향력에는 속수무책이지 않은가.
민초들은 저소비·고실업·저성장·큰 정부 등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회복은 아직도 먼 훗날의 요행이나 바람뿐이다. 중국 등에 빠져 나간 일자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오히려 더 많은 은행이나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탐색하고 있다. 미국의 현실은 ‘고용 없는 성장’에 우울한 표정들이다.
미국 경제의 목을 조이는 빚은 12조 달러에 달하여 이자 비용만도 7000억 달러를 2019년부터 물어내야 한다. 금고바닥을 낸 정부는 운신의 폭을 제약받고 있다. 치사하지만 중국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경기 부양책으로 저축을 늘리면서 정부지출을 줄여야 한다. 전쟁경비는 매달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돈 낭비’중에서도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설상가상이다.
먹고 사는 것이 눈물이다. 경직된 한인사회에서 ‘땀’없는 성공은 없다. 뛰쳐나가서 현실도전에 맞서야 한다. 호랑이는 뛰면서 옆 눈치 보는 법이 없다.
지난 크리스마스 날의 테러 시도범은 연방수사관에게 “나는 고독했고, 살고 죽는 것에 혼동이 왔다”면서 종교를 원망했다.
성탄절에 뉴욕에서 휘발유를 몸에 끼얹고 분신한 한인 부부의 자살사건이 일어났다. 외동딸에게 남긴 유서에서 “희망을 잃었다”며 달랑 40달러를 한 통의 편지 속에 넣어 두고 뉴욕 퀸즈 집에서 숨졌다.
새 천년의 첫 10년을 뒤로 하고 이제는 아픈 상처와 고통을 잊자. 미국 속담에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교훈은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 나가지 않을까.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찾아 온 신천지에서 새 희망을 갖고, 새 호랑이 정신으로, 용감하게 줄달음질 하자.
지구촌에서 ‘호랑이 해’에 거는 기대는 숙연하다. 각국 정상들의 신년 메시지도 “국민의 희망을 갖고 행복하길 바라며(미국),” “국제 사회의 협력 강화(중국),” “항상 기회는 다시 온다(프랑스),” “개혁과 고용을 추진하자(일본),” “세계인은 서로 형제다(교황청),” “위기를 극복하고 변모하자(독일),” “금융위기 문제를 해결하자(호주)”로 모두 ‘희망’을 강조하고 있다.
‘타이거의 해’의 새해 덕담과 화합에 희망을 꽃 피우자. ‘나는 당신을 돕겠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정감어린 말과 함께 미소를 보낸다면 이 사회는 훨씬 밝아지리라. “성공은 노력의 대가일 뿐이다”라는 2500년 전 그리스 시인 소포클레스의 말을 되새기며 새해를 시작하면 어떨까.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 곧 당신인 것을 호랑이도 안다.
김현길
지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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