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지금 당장 1,000유로를 받는 것과 일주일 후 1,100유로를 받는 것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리고는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1년 후 1,000유로를 받는 것과 1년하고 일주일 후 1,100유로를 받는 것 중 하나를 택하라는 테스트였다.
전자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장의 1,000유로를 택했지만 후자에서는 1년하고 일주일 후의 1,100유로를 택했다. 일주일만 더 기다리면 100유로를 덤으로 얻는 것은 똑같은 데도 사람들은 모순된 선택을 한 것이다. 이 실험 결과는 같은 이익이라 하더라고 내일이나 한 달 혹은 1년 뒤보다는 오늘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려는 속성을 보여준다.
오래 전 한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책 ‘마시멜로 이야기’의 내용도 마찬가지다. 어린아이들 앞에 그들이 좋아하는 마시멜로를 두고 실험자가 15분 후 다시 돌아올 때까지 참으면 하나를 더 주겠다고 약속한 후 방을 나간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달콤함의 유혹에 안절부절 못하다가 마시멜로에 손을 댄다.
두 이야기는 단단한 결심으로 시작한 신년 다짐들이 왜 작심삼일로 허무하게 끝나곤 하는지를 설명해 준다. 잠시 후의 적은 보상과 한참 뒤의 큰 보상(당장의 담배 한 개비와 5년 후의 깨끗해진 폐) 사이의 선택에서 이성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시멜로 이야기’가 전하려는 진정한 메시지는 작심삼일의 합리화가 아니라 당장의 유혹을 극복할 경우 나중에 더 큰 보상을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마시멜로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을 10년간 추적 조사해 본 결과 유혹을 이겨내며 스스로를 통제한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사회생활을 훨씬 더 잘하고 자존감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가 시작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의욕에 넘쳐 한두 가지씩은 신년 다짐과 계획을 세운다. 금연과 다이어트는 가장 흔한 다짐들이고 근검절약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경기침체의 한파와 불확실성이라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벌벌 떨어야 했던 한해를 지나면서 ‘빚 갚고 저축하기’를 금년의 다짐으로 삼았다고 밝히는 미국인들이 어느 해보다도 늘어났다.
한 투자회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저축’을 최대 목표라고 밝혔다. 신용카드 빚 갚기를 꼽은 응답자도 많았다. 말만 조금 다를 뿐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겠다는 의지의 표현들이다.
이 같은 미국인들의 새해 다짐을 돕기 위한 조언들도 쏟아지고 있다. 언론들은 근검절약을 위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또 실천해야만 하는 습관과 지혜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돈과 관련된 습관은 고치기가 쉽지 않다. 명품을 보는 순간에는 활성화 되지만 저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시큰둥해지는 게 우리들의 뇌다.
그러나 저축과 절약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에서 마음속에 잘 새겨두면 도움이 될 만한 아주 기본적인 조언이 하나 있다. 그것은 ‘멘탈 어카운팅’(mental accounting), 즉 ‘마음의 회계’라는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마음의 회계’는 똑같은 돈인데도 돈의 출처와 용도, 그리고 보관 장소에 따라 제각각 다른 가치로 구분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가령 150달러짜리 물건을 125달러에 파는 가게가 있다면 몇 십 마일을 찾아가는 사람도 1,500달러짜리를 1,475달러에 파는 가게를 장거리 운전을 마다하지 않으면서까지 찾게 되지는 않는다.
또 보너스로 받은 돈은 쉽게 써버리고 신용카드를 쉽게 긁어대는 것도 ‘마음의 회계’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같은 액수인데도 어떤 돈은 가치가 낮은 것처럼 간주하는 심리적 작용을 잘 컨트롤하기만 해도 절약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적은 물론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하듯 신년 다짐과의 씨름에서 이기려면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절약과 저축을 올해 목표로 정했다면 “만족을 지연시키는 능력이 인생의 90%를 좌우한다”는 마시멜로의 교훈과 함께 “마음의 회계라는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수칙을 자주 떠올리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yoonscho@koreatimes.com
조윤성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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