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가 언제가 될까. 시위가 발생한다. 폭정에 대한 저항이다. 파업에, 소요사태가 뒤따른다. 당국의 대응은 오직 하나. 무자비한 진압이다. 시민들이 분노한다. 시위 군중은 계속 늘어난다. 대대적인 거리소요사태. 이 상황이 혁명으로 바뀌는 때는 그러면 언제일까.
세계사를 수놓은 고전적 의미의 혁명은 억압이라는 굴레가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할 때 발생했다. 좌절과 불평이 체제 내에 조용히 축적된다. 혁명적 상황을 향해 서서히 나가고 있는 것이다.
폭정은 그래도 계속된다. 안으로, 안으로만 쌓였던 분노가 결국 임계점을 맞는다. 그러다가 국내 갈등이나 외부적 충격 같은 계기를 통해 그 분노가 폭발한다. 지배층은 당황한다. 처음에는 강경히 대응한다. 그러다가 방어적이 된다. 기가 꺾인 것이다.
한 번 붙은 불은 그러나 좀처럼 꺼질 기미가 없다. 계속 번져나간다. 그렇게 혁명의 도화선은 타들어 간다. 프랑스 대혁명이 그 전형적인 예다.
많은 국가들은 상황이 그렇게 가도록 방치하지 않는다. 시위가 발생한다. 그러면 신속한 대응에 나선다. 시위를 진압한다. 동시에 절충을 구한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정치적 양보를 하는 것이다.
타협이라고는 없다. 압제만이 있을 뿐이다. 그 폭력과 압제의 도구가 된 공권력에 저항해 시민들도 폭력으로 맞선다. 그러자 그렇게도 폭압적이던 체제가 주춤한다. 시민들의 분노에 몹시 당황한 것이다. 시위진압을 망설이는 경찰, 집권세력에 대한 충성을 철회하는 군부의 모습 등으로 폭압체제의 그 망설임, 균열은 노출된다.
이 경우 상황은 티핑 포인트에 이른 것이다. 뒤 따르는 것은 혁명의 불길이다. 폭압의 체제가 무너지는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 아니다. 회교혁명정부 신정(神政)체제 이란이 그런 상황을 맞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제 와서 보면 지난해 6월이 하나의 분기점 같다. 대통령선거 부정개표에 항의해 시위가 방생했다. 시위대가 요구한 것은 재개표에 정치범 석방 등 지극히 온건한 내용이었다. 신정체제는 그 요청을 묵살했다.
힘을 과신한 오만한 권력이 오만한 대응을 한 것이다. 그래서 펼쳐진 게 초강경 진압으로, 시위의 불길은 꺼진 것 같았다. 6개월 후 그러나 시위는 또 발생했다. 개혁파 최고 성직자 호세인 알리 몬타제리 사망과 함께 다시 점화된 시위가 대규모 유혈사태로 비화된 것이다. 구호가 바뀌었다. ‘하메네이를 죽여라’하는 구호가 난무한 것이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이란에서 최고 종교지도자를 죽이라는 외침은 수령절대주의 체제 북한에서 ‘김정일을 죽이라’고 외치는 격이다.
시위 상황도 달라졌다. 종교적 보수 세력도 거리로 나선 가운데 저항은 한층 거세졌다. 경찰의 사기가 가라앉았다. 일부 경찰관들은 시위에 합세하고 있다. 그리고 시민불복종운동이 전국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화폐에 반정부 구호를 새기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정치적 양보는 체제붕괴를 의미한다. 그렇다고 더 이상 초강경자세로 나갈 수도 없다. 경찰은 물론이고 일부이지만 체제를 뒷받침 하는 혁명수비대원들도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거기다가 군부마저 동요하고 있어서다.
일단의 공군과 육군 장교들이 연명의 성명을 통해 혁명수비대가 국민에 대한 폭력을 중지할 것을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거다. 그래서 나오는 전망은 이란 신정체제는 30년을 겨우 넘긴 시점에서 결국 붕괴의 운명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거기에 한 가지 그림이 겹쳐진다. 체제유지에 숨을 헐떡이는 북한 집권세력의 모습이다. 화폐개혁을 했다. 그러나 그 후유증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암시장 물가가 120배까지 뛰었다. 거기다가 주민들의 외환보유도, 사용도 금지한다는 포고문이 발표됐다. 또 다른 발표는 노동자 농민들에게 30년 치의 봉급을 일시에 지급한다는 것이다. 뭐가 뭔지 모를 지경이다. 그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은 패닉 상태를 맞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 체제도 티핑 포인트를 맞은 것 같다.” 주민의 분노만 불러일으킨 화폐개혁이 김정일 체제에 대한 최후의 일격일지도 모른다는 지적과 함께 여기저기서 나오는 전망이다. 겸해서 나오는 권고는 북한 급변사태 쪽으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2010년은 이란과 북한의 ‘레짐 체인지’의 해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옥세철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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