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딸, 아내와 합작해 책을 낸 목사를 인터뷰할 때다. 딸을 잘 키워 작년 가을 명문 보스턴대학교에 4년 장학생으로 진학시킨 그는 딸이 중고교 시절 헌금봉투에 적었던 기도문 등을 엮어 책을 낸 이유를 “작은 교회를 하면서 힘들어 하는 목사님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라고 밝혔다.
“개척교회라 따로 청소년 예배를 가질 수 없어 딸은 늘 어른예배에 참석했는데 그것을 통해 1세 한인들의 영적 DNA를 물려받고 성숙한 기독교 가치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족이 신앙 안에서 하나로 묶이게 되었음은 물론이고요. 큰 부흥을 이루지는 못한다 해도 신실하게 하나님을 섬길 때 자녀들이 복을 받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 목회자가 언급한대로 남가주 한인 교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작은 교회의 목사들은 의기소침과 패배의식, 허탈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거룩한 부름을 받고 죽도록 충성하겠다는 각오로 성직의 길에 들어섰음에도 말이다.
안간힘을 써보아도 교회가 별로 성장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수년간 설교와 기도, 온갖 정성으로 신앙을 키워놓은 교인들이 자녀 신앙교육 등을 이유로 대형교회나 주변 교회로 옮기는 일도 드물지 않게 생긴다. 당연히 생계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최근 수년 간 남가주 교협과 남가주 목사회의 신임 회장 인터뷰를 할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얘기도 ‘작은 교회 살리기’다. 광야 같은 환경에서 악전고투하는 목사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다.
지용덕 교협 회장은 지난해 11월 “한해동안 어떻게 교회들을 섬길 지 고민하겠다. 개척한 지 십년이 넘었지만 자체 성전이 없는 교회도 수두룩하다. 몇몇 대형교회 목사님들만 스타가 되고 대다수의 다른 목사님들은 ‘부익부빈익빈’ 현상으로 힘들어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대형교회 목사님들에게 탁월함과 열정이 있고 하나님께서 그들을 쓰시는 측면도 있지만 말이다”라고 말했다.
2세 목회자 청빙 과정에서 고생해 본 경험이 있다는 그는 대형 교회들을 대상으로 평신도 엘리트들을 소형 교회에 보내는 운동을 펼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꼭 해외 선교를 나가지 않더라도 교육 간사나 이중언어 교사로서 연약한 교회를 돕는다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이겠느냐는 것이다.
얼마 전 나성영락교회는 미자립 교회들의 주일학교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이중언어 교사 20명을 파송,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많은 미자립 교회들이 이중언어 교역자를 못 구해 자녀들을 효과적으로 교육하기 어렵고 이것이 교인들을 붙잡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해 결과적으로는 자립 단계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파송 받은 교사들은 “우리 교회가 다른 교회들을 도와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회방향으로 잡았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나도 기여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라고 말했다는 것이 담당 목회자의 전언이다. 이 교회는 약한 교회들 돕는 게 하나님의 뜻임을 깨닫고 몇 년 전부터 ‘이민목회자 가족 수련회’ ‘이민목회자 자녀 장학사업’ ‘PK 사역’ 등을 적극 펼쳐 왔다.
‘제자훈련지도자 세미나’를 통해 부흥 노하우를 나누는 일에 16년간 진력해 온 미주 최대 한인교회 남가주사랑의 교회도 ‘평신도 비전 컨퍼런스’ ‘목회자 사랑의 순례’를 추가하는 등 받은 복을 다른 교회로 흘려보내는 일에 열심이다.
중형 교회인 코너스톤 교회는 2004년부터 매년 목회자와 선교사 수십 가정을 초청해 사랑을 베푸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귀감이 되고 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자녀이고, 모든 교회는 그리스도의 교회’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생각하면 이같은 공생 노력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하나님의 마음을 기억한다면, 교회의 경쟁 상대가 교회일 수는 없는 법이다.
2010년대를 여는 ‘2010 경인년’ 새해의 첫날이다. 올해는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더 열심히 작은 교회들을 섬기는 중대형 교회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강한 자가 마땅히 연약한 자의 약점을 담당하고 자기를 기쁘게 하지 아니할 것이라”(로마서 15:1)고 한 가르침을 실천해야 하겠다.
김장섭 / 종교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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