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춤형으로…일상적으로
▶ 맞춤형으로…일상적으로
운동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운동의 적정치를 아는 사람도 흔치 않다. 때문에 누구는 운동을 안해서 탈이고 누구는 운동을 하면서 탈이다. 이것이 문제다.
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를 다룬 정보는 넘쳐난다, 책자로든 인터넷으로든 구전으로든. 그런 정보들은 백이면 백 ‘나’만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일반적 안내 내지 믿음의 묶음이다. 그것들 또는 그중 하나를 창조적으로 소화한다면 약이 될 게 분명하지만 도식적 교조적으로 무작정 따라하다 보면 도리어 독이 될 수 있다.
안타까운 사례는 북가주 한인사회에도 많다. 축구나 소프트볼(야구 포함), 농구 등 경기자체의 특성상 부상위험을 안고 있는 종목은 논외로 치자. (실은, 이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준비된 사람들’이어서 크고작은 부상에 늘 시달리면서도 그것을 요령있게 이겨낼 능력들이 있다.) 그런데 골프나 달리기, 심지어 요가 같은 유연운동을 하면서도 뒤탈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몸싸움 없는 운동의 뒤탈은 십중팔구 승부나 목표에 집착해 무리했거나 요령부족 때문이다. 운동의 노하우는 그래서 중요하다. 몸살리기를 위해 하는 운동으로 몸망치기를 초래한다는 건 바보같은 겹손해 아닌가.
첫째, 내 몸의 컨디션을 감안한 맞춤형으로 해야 한다. 허리와 어깨가 성치 않은 사람이 임팩트가 강한 한쪽스윙을 위주로 하는 골프에 몰두한다는 건 넌센스다. 무릎이나 발목에 통증이 오는데도 목표로 설정한 거리나 시간을 채우겠다고 우격다짐 달리기를 지속하는 것도 제 몸을 해치는 일이다. 몸의 유연성이 없어 요가센터를 찾은 사람이 제 몸 상태를 감안하지 않고 우아하고 난이도 높은 인스트럭터의 동작을 따라하려 안간힘을 쓰는 것 또한 뒤탈을 부르는 몸짓이다. 한마디로 이들은 내 운동이 아니라 인스트럭터나 잘하는 이들의 운동을 하고 있다. ‘준비 안된’ 또는 ‘준비 덜된’ 운동이 내 몸에 좋을 리 없는 것이다.
둘째, 일상 따로 운동 따로 의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재작년 여름 필자의 체험담이다. 방학을 맞아 식구들이 한국에 나가있는 동안 같은 아파트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 별것없는 가재도구지만 혼자서 옮기자니 골치였다. 생각끝에 나홀로 이삿짐 나르기의 고충을 노동이 아닌 퇴근 뒤 운동삼아 소화하기로 했다. 요령은 간단했다. ‘몇번에 많이’보다 ‘여러번 조금씩’이 요체였다. 며칠 걸리긴 했지만 효과는 만점이었다. 몸살을 앓곤 하는 이사후유증은 커녕 충실하고 기분좋은 운동이 됐다.
운동은 곧 일상이다. 일상은 곧 운동이다. 만일 필자가 운동 따로 일상 따로 사고의 소유자였다면, 그래서 밖에 어디서 하기로 돼 있는 운동시간에 맞춘다고 허리가 뻐근할 정도로 무리하고 조급하게 짐을 옮겼다면, 이사후유증은 그것대로 운동뒤탈도 그것대로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책 몇줌 가볍게 들고서 계단을 사뿐사뿐 오르내리는 것이 피트니스센터에서 바벨을 들었다놨다 하고 야외필드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과 운동의 질과 양 측면에서 하등 꿀릴 게 없지 않은가.
1주일에 서너번씩 서니베일 국제한의대나 산타클라라카운티 헬스프로그램 등의 기공/타이치 인스트럭터를 겸하는 필자는 수강생들에게 이처럼 일상적으로 하는 온갖 움직임을 운동으로 전환시킬 것을 강조한다. 심지어 운전도 그렇다. 그것은 흔히 허리와 목뼈 등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다고 숙명적으로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그러나 운전하는 동안 핸들을 쥔 채로 가볍게 꿈틀거림으로써 얼마든지 허리운동을 할 수 있다. 시선을 놓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자 윗부분에 목덜미를 살짝 걸치고 부드럽게 흔들거리거나 늘여주는 것으로 훌륭한 목운동이 된다. 차내 거울과 차창밖 뒷거울을 수시로 눈알을 굴려 확인하는 동작은 눈 운동의 기본이기도 하다. 레인체인지를 할 때 고개를 돌려 뒤를 볼 때 덩달아 옆구리와 허리를 살며시 돌려주는 것 또한 매우 유익한 상체 비틀기 운동이다.
셋째, 적어도 그날그날 운동시작 단계에서는 ‘작고 느리고 부드럽게’ 해야 한다. 워밍업을 워밍업답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너무나 쉽고 당연한 것이면서도 너무나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대목이다. 격렬한 운동이나 장시간 운동을 앞두고 체력을 아낀다며 워밍업을 거르는 사람까지 있다. 몸을 축내는 지름길이다. 차라리 몸만 풀고 벤치에 앉아있는 건 약이 되지만, 풀리지 않은 몸으로 메인운동 직행은 독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내 몸에 맞춤형이면서 힘 안들이는 일상적 운동이고 나아가 뒤탈없는 ‘작고 느리고 부드러운’ 운동, 게다가 누구의 도움없이 당장 오늘부터 나홀로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운동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권고나 조언은 수없이 많다. 누군가 필자에게 이 질문을 한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날 때 이부자리에 누운 채로 꿈틀꿈틀 흔들흔들 뒤척뒤척 기지개를 켜라. 비몽사몽 잠이 덜 깼어도 좋다. 오히려 의식이 말짱하면 생각이 작동해 자꾸만 루틴에 집착하게 되므로 차라리 생각이란 요물이 부지런을 떨기 전에 몸이 청하는 대로 꾸물꾸물 기지개를 켜는 것이 한결 낫다. 장소를 따로 요하는 것도 아닌데다 시간도 많이 들지 않는다. 5분 10분이면 된다. 특별한 기술도 루틴도 없다. 생각을 내려놓고 그저 몸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조근조근 따라할 뿐이다. 그리고 일어나 다른 운동을 하는 것은 당신의 선택이다.”
정태수 (본보 논설위원/기공 및 타이치 인스트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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