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 속에서 행복찾기, 그 첫걸음은 심신건강 회복부터
매일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과 매일 우유를 먹는 사람 중 누가 더 건강할까.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다. 서양속담에 있는 말이다.
동양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진시황과 불로초에 관한 이야기다. 진시황은 죽음을 면하려고 살아생전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다했다. 중국최초로 천하통일을 한 황제의 식탁이 어떠했으리란 건 능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러고도 모자라 그는 동방(지금의 한반도) 어디에 있다는 불로초를 구해 오도록 명을 내렸다.
‘불로초 심마니’들은 동방으로 떠났다. 불로초는 없었다. 황제의 명령을 받들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건 곧 죽음이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심마니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대로 눌러앉았다. 추적이 어려운 산중에서 산중으로 옮겨다니며 그들은 산나물과 산과일과 풀뿌리와 나무껍질과 산짐승 등으로 연명했다. 이들은 천수를 누렸다. 용상에 앉아서 혹은 누워서 산해진미와 미희들에 둘러싸여 호강을 한 진시황은 요절했다.
아마도 누군가 지어낸 것일 게다. 깊은 산중에 은거한 불로초 심마니가 오래 살았는지 어쨌는지 확인할 길이 묘연하지 않은가. 그러나 이는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그것을 먹는 사람보다 건강하다”는 서양속담과 마찬가지로 운동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야기로는 제격이다.
새해 새아침이다. 많은 이들이 이런저런 결심을 한다. “올해만은…” “올해에도…” 신년결심이다.
새해결심의 단골메뉴는 뭐니뭐니 해도 건강이나 운동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으나 올해는 좀 유별나다. 적어도 미국인들에게는 돈 관련 신년결심이 압도적이다. 지난 연말에 나온 일련의 보도를 따르면, ‘절약과 저축’이 새해결심 탑순위를 차지했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가 미국전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50% 이상이 저축을, 약 30%는 절약을 꼽았다. 여기에다 예산 범위 내에서 소비하기를 꼽은 14%까지 합치면 약 95%가 돈 아끼기와 돈 모으기를 새해결심으로 내놓은 셈이다. 프린서펄 파이낸셜 그룹이 실시한 조사 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33%는 신용카드 빚갚기를, 32%는 매달 일정액 저축하기를 새해목표로 내세웠다고 한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미국에서 이같은 새해결심이 봇물을 이룬 까닭은 자명하다. 지독한 불황탓이다.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북가주 한인들의 새해결심 목록에서도 돈 아끼기와 돈 모으기가 상위랭킹을 차지하지 않을까.
새해결심에 관한 담론은 거의 자동적으로 작심삼일에 관한 담론을 부른다. 사흘도 못가 깨는 일이 하도 잦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절약과 저축’을 내건 이들에게는 이마저도 별반 필요없을 것 같다. 경기가 얼어붙고 지갑이 홀쭉해진 터에 저축은 몰라도 절약은 저절로 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혹은 돈 때문에라도, 무엇이든 희생할 각오가 돼 있는 듯이 보이는 사람들이 새겨둬야 할 경구가 있다. 위대한 사상가 겸 철학자 스펜서가 남긴 명언이다. “건강한 몸은 정신의 사랑방이며, 병든 몸은 정신의 감옥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은, 어떤 이익을 위하여 건강을 희생하는 것이다. 건강 유지는 우리들의 의무다.” 베이컨도 비슷한 명언을 남겼다. “건강한 육체는 영혼의 안방이고 병든 육체는 감옥이다.” 몽테뉴는 한술 더 떴다. “쾌락도 지혜도 학문도 그리고 미덕도 건강 없이는 그 빛을 잃고 만다.”
미국건국의 아버지 프랭클린이나 세계교육의 아버지 페스탈로치에 이르면 건강은 개인적 선택이 아니다. 사회적 책무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의무인 동시에 사회에 대한 의무이다.”(프랭클린) “자신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식구를 위해서 나아가 이웃과 나라를 위해서도 건강해야 한다. 요새를 지키듯 스스로 건강을 지켜야 한다.”(페스탈로치)
돈과 건강, 어느 것이 더 소중한지에 대해서는 네스필드의 명언이 명쾌하게 갈라놓는다. “화폐로는 물건을 살 수 있다. 그러나 건강을 부르는 운동으로는 생명을 살 수 있다.” 아랍세계 속담은 삼단논법을 이용해 건강이 곧 모든 것임을 설파한다. “건강이 있는 자는 소망이 있는 자요, 소망을 가진 자는 모든 것이 있는 자다”라는 속담이 있다. “병은 말을 타고 들어와서 거북이를 타고 나간다”는 네덜란드 속담도 귀담아둘 만하다.
그래도 돈과 같은 다른 목표를 위해 건강생각을 뒷전으로 미뤄둔 이들은 차례로 이어지는 뵈르네의 명언과 프랑스 속담을 찬찬히 곱씹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질병은 천개나 있지만 건강은 하나밖에 없다.”
“건강한 개가 병든 인간보다 쓸모있다.”
정태수 (본보 논설위원/기공 및 타이치 인스트럭터)
<사진설명>
산타클라라한미노인회 회원들이 카운티 헬스프로그램 후원으로 지난 가을 ‘느리고 부드러운’ 타이치강습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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