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주필)
이제 올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이 한 해를 멋지게 마무리 할 수 있을까? 야구의 묘미는 9회 말에 있다고 한다. 그것도 타자가 둘이나 아웃된 상황에서 야구보는 재미를 한껏 느낄 수가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생도 마지막이 중요하다. 누구든지 생을 마감할 때는 종지부를 잘 찍고 떠나야 한다. 희망의 새해도 연말을 잘 마감해야 기쁘게 맞이할 수 있다.
윌리엄 폴 영의 ‘오두막’에 보면 ‘용서’에 대한 말이 나온다. “네가 용서하길 바란다. 용서란 너를 지배하는 것으로부터 너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이야. 또한 완전히 터놓고 사랑할 수 있는 너의 능력과 기쁨을 파괴하는 것으로 부터 너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이지.” 내 마음에 미움의 대상이 있으면 지금 이 시간 모두 용서하자. 용서하지 못하고 미워하면 그 미움이 결국 나를 죽이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는가 보다. 원수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동안 그 원수보다 내 마음이 먼저 다치기 때문이다. 미움에 갇혀 제자리걸음을 하기보다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오늘, 미움을 마음에서 털어버리자.
요즈음은 온돌방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차가운 겨울이다. 밖은 칼바람이 부는 매서운 겨울이지만 온돌방의 아랫목은 따스하고 훈훈한 열기로 가득하다. 한해를 돌아볼 때 나는 그동안 매섭고 쌀쌀한 칼바람을 날리며 살아 왔는가? 아니면 온돌방 같이 아늑한 가슴으로 따뜻한 사랑을 주위에 베풀며 살아 왔는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보는 연말이 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삶은 주어진 것이지만 인생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미 주어진 조건들을 잘 연출하여 좋은 쪽
으로, 밝은 쪽으로 엮어가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항상 즐거울 수만 없는 것이 인생이지만 스스로 ‘영화감독’이 되어 즐거움을 연출하면 놀랍게도 그 즐거움이 실제의 삶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그래서 우리는 즐거움을 연출하며 살아야 한다. 날씨를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지만 기분은 얼마든지 좋은 쪽으로 바꿀 수 있다. 외모도 바꿀 수는 없지만 스스로를 연출할 수는 있다. 항상 승리할 수는 없지만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할 수는 있다. 주어진 조건이 비록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할지라도 나의 연출 여하에 따라 천국도 될 수 있고 지옥도 될 수 있다. 이것이 인생이다.
그 어느 때 보다도 가파랐던 올 한 해다. 경제위기로 비즈니스가 넘어갔고 잡을 잃었고 집을 빼앗긴 한인들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을 미워하거나 누굴 원망하지는 말자. 자포자기도 하지 말자.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이 아니던가.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 올 한해 설령 내게 나쁜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인생공부 좀 했다 생각하고 원망도, 미움도 모
두 날려 버리자. 그리고 깨끗이 용서하고 빈 마음으로 새 해를 시작하자. 그릇이 비워져야 또 무언가를 채울 수가 있는 법이다. 용서만이 아니라 사랑까지 하도록 마음을 먹어보자. 성현이 별것인가? 성현의 마음을 먹으면 나도 성현이 되는 것이다. 예수의 사랑, 부처의 자비, 공자의 인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다 내 것으로 만들어 보자. 그러면 나도 성인의 반열에 들어서는 것이다. 세상의 위인들은 다 험난한 세월을 보낸 인물들이다. 그들은 다만 그 멀고 험한 시간을 참으며 지혜롭게 역경을 잘 넘겼을 뿐이다.
내가 힘이 든다면 다른 사람도 힘이 드는 법이다. 내가 고통스러우면 다른 사람도 고통스러운 법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상대가 진 짐을 내가 조금이나마 들어주겠다는 마음으로 살아보자. 미움대신 사랑을 해보자. 그러면 인생을 보는 눈이 분명 달라질 것이다. 세계의 수도 뉴욕의 거리가 아름답게 보이도록 내가 미워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보자. 새로운 세상이 내 앞에 열릴 것이다.다사다난했던 기축년 한해, 이제 괴로움과 어둠은 멀리 가고 새로운 희망과 꿈만 우리에게 오라. 올 한해 겪었던 모든 아픔과 괴로움, 그리고 상처일랑 모두 사라지고 좋은 일만 가득한 새해여 어서 오라. 영원한 추억속에 2009년도여 아듀!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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