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행위 기승 사회도 책임
양심의 소중함 일깨워줘야
지난회에서는 ETS의 연구를 통해서,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우려할 정도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과, 한 예로 1940년대에는 20퍼센트의 학생만이 부정행위를 한 것에 비해 현재에는 최소 75퍼센트 이상이 그런 행위를 했다는 통계를 소개하였다.
왜 이런 큰 폭의 증가가 일어났을까?
첫째로 60년 전에 비해서, 사회 전체가 치열한 경쟁사회로 변했고, 이렇게 치열해진 경쟁사회에서 점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아진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좋은 성적과 일류 대학과 사회적 성공이 직결되어 있다는 인식 때문에 좋은 점수를 따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도덕불감증이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사에 응한 대다수의 학생이 부정행위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응답한 데서 바로 이 도덕 불감증을 읽을 수 있다.
요즈음에 와서 부정행위 방법이 다양해지고 쉬워진 것도 이런 행위 증가에 큰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손바닥이나 종이쪽지에 깨알 같은 글자를 써가지고 시험을 보거나, 옆자리에 앉은 아이와 소곤거리면서 답을 주고받는 고전적 방법도 아직 건재하지만, 요새는 셀폰이나 문자 메시지를 사용하는 테크놀로지의 덕으로 부정행위를 하기가 아주 쉬워진 것이다. 학기말 페이퍼, 그룹 프로젝트 같은 과제물에서 부정행위는 더 성행하고 있다.
여러 명이 일부분만 써와서, 적당히 연결시켜 한편의 논문을 만드는 일도 흔하고, 인터넷에 널려 있는 사이트를 이용해서 논문 짜깁기를 쉽게 하고, 아예 남이 써놓은 논문을 돈을 주고 살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학생들이 너무 바쁘다는 것도 부정행위 증가의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늘어나는 공부의 양과, 성적을 잘 받아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려서 학생들은 늘 시간에 쫓기는 생활을 한다. 클럽활동, 스포츠, 파티 등에 보내는 시간까지 합치면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자연히 부담스러운 시험이나 과제물에 시간을 들이지 않고,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서 정직하지 못한 방법을 쓰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분위기가 부정직한 행위에 무감각한 세대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어느 사회이던 일부 밑바닥에서는 사기와 거짓말로 일생을 살아가는 범법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범법, 위법행위가 사회의 일부를 벗어나서 일반 시민들이나 지도자급에서 까지 예사로 일어나고 있다면 그런 세상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도덕기반이 제대로 형성될 수 없다. 부패가 만연한 세상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정직하지 못한 행위를 한 것을 나무라보았자, “부정행위요? So What? 어른들도 매일 부정, 불법행위를 하고 있지 않아요?”라는 대답이 나올 수 있다.
학생시절의 부정행위는 한때 있을 수 있는 문제라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으면, 나중에 사회가 치러야 하는 후유증이 심각할 수 있다. 기업체에서 취업 신청자들의 이력서에서 나열된 거짓경력을 색출하느라고 막대한 시간과 경비를 들이고 있고, 가짜 박사를 비롯한 가짜 학위증, 가짜 자격증, 가짜 면허증들이 나돌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손해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진짜 증명서를 가진 사람들까지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에 위기감을 안 느낄 수 없다.
더욱 놀라운 일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양심적이고 정직한 행동을 가르쳐 주어야 할 스포츠 코치, 교사, 교장과 같은 교육자들이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하는 일이 그리 드물지 않다는 보고이다. 정직한 삶의 모범을 보여야 하는 교육자들도 이러하니 돈 버는 것이 목적인 기업가들 중에서 이중장부나 내부거래와 같은 범법을 해서 자기 그룹은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그룹 밖 사람들에게는 막대한 손해를 입히는 일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것이 놀라운 일도 아니다.
부정행위, 불법행위를 통해서 당장의 이익은 얻었을지 모르지만, 이 같은 행위는 부메랑처럼 자신은 물론 모든 사람을 해치는 무기로 돌아올 수 있다. 부정행위로 시험에 패스한 의사와 약사가 환자를 보고, 부정행위로 라이선스를 딴 조종사나 빌딩 건축가가 활동하는 세상에서 살게 된다는 끔직한 가상을 해보면, 왜 정직하지 않은 행동이나 남을 속이는 행위는 일찍부터 차단시켜야 하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몇십년 전 서울시에서 절도방지를 위한 표어모집 행사가 있었다. 수많은 응모자 가운데 고등학교 선배님 한 분이 일등상을 받았는데 그 표어가 바로 “떨리는 손끝으로 양심을 잡아라”이었다. 새삼스레 인간의 복잡한 의중을 꿰뚫은 명표어가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럴까 저럴까 양심상 망설임의 순간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정직하게 행동하면 손해를 본다는 냉소주의가 사실이 되지 않는 건전한 세상에서 살기 원한다면, 우리 모두 자녀들에게, 떨리는 손끝으로 양심을 잡을 수 있는 용기를 길러주어야 할 것이다. “부정행위는 하면 안 된다”라는 원칙을 일찍부터 확실하게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김순진 /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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