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중국인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는 업종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중국 음식점이다.
남북전쟁이 끝난 후 1865년 캘리포니아 주와 미 동부를 잇는 철도 공사에 투입된 1만2,000명 중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시작됐던 중국 음식점이 이제는 이탈리아 음식을 제치고 미국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중국계 이민자들의 약 3분의1이 중국 식당과 관련된 비즈니스로 먹고 산다고 한다.
중국요식협회의 최신 통계인 2008년 3월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 식당은 4만개가 넘는다. 그러나 기존 중국식당도 100% 파악하기가 불가능한 데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중국 식당이 오픈하고 있어 중국인들은 미국 내 중국 식당 수가 실제로는 5만개에 육박할 것이라고도 말한다.
중국 식당 4만개로도 미국에서 맥도널드, 버거킹과 KFC 프랜차이스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중국인 커뮤니티에서는 “미국 와서 할 것 없으면 중국 식당을 열면 먹고 살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은 또 다른 아시안 음식인 태국 음식도 미국인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미국에서 창업하는 태국 식당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태국 커뮤니티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 12월 현재 미국 내 태국식당은 4,639개에 달하며 이중 캘리포니아 주에만 전체의 27%에 달하는 1,256개가 몰려있다.
태국 커뮤니티 관계자는 “미국에 이민 오는 태국인중 대부분이 태국식당을 오픈한다고 보면 된다”며 “아직 중국 식당에 비해 태국 식당이 없는 곳이 많아 앞으로 이민 오는 태국인들도 중국인처럼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말할 정도다.
이에 비하면 한국 식당의 주류사회 진출 현황은 너무나 미비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한식의 세계화’를 외치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아직도 미국에서 한식 식당의 수나 그 위상은 중국 식당은 물론이고 일본, 태국 식당에도 밀리는 상황이다. 대다수의 한식 식당이 한인들을 상대로 장사하고 있고 많은 한인들은 미국인을 상대로 일본 식당을 운영하면서 ‘본의 아니게’ 일본 음식과 문화 전파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일본정부가 해외, 특히 미국 내 일본 식당에 대한 실태 조사와 함께 등급 부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파장을 일으켰는데 이 같은 발표 배경에는 미국에서 일본인이 운영하는 일본 식당 보다 한인과 중국인이 운영하고 있는 일본 식당이 더 많다는 달갑지 않은 현실이 감안됐다는 후문이다. 자국민보다 타민족이 더 많이 운영을 할 만큼 일본 음식도 미국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반증이다.
최근 남가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하와이언 바비큐’식당에서는 갈비가 ‘Kalbi short rib’이란 이름 등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정작 갈비가 한국 음식인지를 아는 고객은 거의 없다.
특이하게도 한인상권 중에서는 사우나 업종의 주류고객 비율이 많게는 3분의1을 넘어 주류 고객 확보에 가장 성공한 업종으로 손꼽힌다. 한인 사우나 업계는 중국, 일본 등 아시안 고객 외에도 사우나 문화에 익숙한 러시아와 아르메니아, 이란계 등을 고객으로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한 한인 사우나 업주는 “현재와 같은 불경기를 극복하는데 타민족 고객이 버팀목이 돼주었다”며 “지금까지는 타민족 고객의 입소문에 의존했지만 새해에는 이들 커뮤니티를 상대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식당도 패스트푸드 식당부터 고급 대형 식당까지 가지각색이지만 낮춰 잡아 평균 연 매출을 25만달러로 봐도 4만개 중국 식당들의 연매출은 100억달러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 식당과 태국 식당은 특정 나라의 음식이 주류사회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을 때 그 커뮤니티가 얼마나 많은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음식과 태국음식은 내수시장을 주류사회로 확대, 이익을 보고 있는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한국 식당, 나아가 한인 상권이 반드시 추구해야할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 위기 상황이 내부 반대 등으로 평소 엄두를 낼 수 없었던 개혁과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기회는 결국 용기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주류사회라는 거대한 불루오션을 외면하는 한 한인업소들, 특히 한식당의 상권 개척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조환동 / 경제 2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