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정무 감독 2009년 결산 인터뷰
▶ “본선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 중 하나는 박주영”
한국 축구는 올해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위업을 이뤘고 그 중심에는 대표팀 사령탑인 허정무(54) 감독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2월 외국인 사령탑 시대를 마감하고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허정무 감독은 세르비아와 평가전 패배 전까지 A매치 27경기 연속 무패(14승13무) 행진을 이끌었다. 한국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목표를 잡고 있다.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유럽의 그리스, 아프리카의 복병 나이지리아와 같은 B조에 묶여 본선 조별리그 통과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다음은 24일 연합통신과 인터뷰 내용.
허정무 감독 <연합>
◇2009년 “뜻 깊고 행복한 한해”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얻은 올해 결산을 부탁하자 “그토록 걱정하고 우려했지만 무사히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면서 “더 큰 소득은 내년 월드컵 본선을 위해 젊은 선수들이 일취월장하고 계속 커 나가고 있어 희망이 있다. 내년 월드컵에서 꼭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올해는 뜻 깊고 행복한 한해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험난한 사우디아라비아 원정 경기 승리가 월드컵 본선 진출의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하면서 “평가전이지만 남미 강호 파라과이, 아프리카 세네갈, 아시아 최강인 호주 같은 팀과 경기를 통해 올린 소득이 어느 상대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유럽 원정에서 덴마크, 세르비아와 해봤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많아진 한해였다”고 말했다.
◇“월드컵 본선 2승이 가장 좋은 그림”
내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 진출을 목표로 정한 그는 “반드시 해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승패를 떠나서도 우리 선수들과 다 함께 이야기를 했지만 매번 월드컵에 나가 해외에서 할 때 후회와 아쉬움만 남고 왔다. 이번에는 반드시 끝나고 나서 스스로 물어봤을 때 ‘최선을 다했다, 후회 없다’는 답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본선 목표 승수에 대해선 “2승을 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그림이다. 그렇지만 1승2무도 무난하다. 1승1무1패가 되면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최소 1승2무 이상의 성적을 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조별리그 1차전 상대인 그리스에 대해서는 “체격 조건이 좋고 제공권에 능하고 수비가 탄탄하면서도 역습이 날카롭다. 앞에서 제공 능력과 스피드가 조화를 이뤄 만만치 않은 상대다. 공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스도 우리를 이겨야 16강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정면승부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2차전에서 맞붙는 아르헨티나에 대해서는 “세계 최정상급 팀이다. 카탈루냐 대표팀에 졌다고 그 팀을 가지고 평가하는 건 위험한 생각이다. 우리에게 벅찬 상대이면서 마음 놓고 해볼 수 있는 팀이다. 스피드와 개인 능력이 좋고 남미 팀 중에서도 공수 전환이나 경기 운영 템포는 빠르다. 상대가 빠른 공격을 못 펼치게 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간판스타인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에 대해 “지능적이고 영리한 플레이를 한다. 본인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옆 사람을 이용하는 플레이도 탁월해 수비수들이 상대하기가 까다롭다. 골 결정력이나 수비수들의 집중 마크를 받으면서도 풀어 헤쳐 나가는 능력, 볼을 다루는 기술이 마라도나를 연상케 하는, 체구는 작지만 모든 것을 갖춘 아주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했다.
메시 봉쇄 복안에 대해선 “전담마크를 할 경우 우리 진영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가 좌우로 움직였을 때 전담마크를 할지 교대하면서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혼자보다 동료의 협력 플레이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도 “다른 선수들도 뛰어나기 때문에 메시에만 치중하다가는 팀 전체가 붕괴될 수 있어 짜임새 있게 나가야 된다”고 설명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선수로 맞붙었던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이 거친 수비를 펼친 허정무 감독을 지목해 ‘태권 축구’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어린 티를 못 벗은 것 같다. 24년이 지난 이야기며 그 당시 엄연히 심판들이 있었는데 굳이 반박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어 3차전 상대인 나이지리아에 대해선 “체격 조건과 유연성, 볼 컨트롤이 좋은 팀이다. 기를 살려주면 흥이 나서 미치는 게 아프리카 축구의 특징이다. 상대를 짜증나게 하고 우리 페이스로 끌고 가느냐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본선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 중 하나는 박주영”
허정무 감독은 유럽파 선수들에 대한 칭찬과 당부, 조언을 잊지 않았다. 전날 프랑스리그에서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린 대표팀 간판 공격수 박주영(AS 모나코)에 대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골을 넣는 것보다 움직임과 볼 컨트롤, 상대 선수와 몸싸움하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본선에서 가장 기대할 선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근 출전 기회가 많지 않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대해 “경험도 있고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점점 좋아지는 단계라서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설기현(풀럼)과 조원희에 대해선 “임대든 이적이든 경기장에 나가 경기 감각을 잃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한 기성용에 대해서는 “이제는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되고 체격 조건과 기량이 좋은 유럽, 남미 선수들과 경기하면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경쟁에서 이겨내면 개인 기량이 상승해 대표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가면 반드시 어려운 상황이 올 거라고 말했다. 경기장 안에서나 선수들과 문제, 주변 환경이든 어려운 환경을 슬기롭게 잘 이겨내야 한다. 거기서 주저앉아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충분히 잘해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성
박주영
◇“김신욱과 하태균, 이동국과 좋은 경쟁 될 것”
전지훈련 멤버 구성에 대해 “(예비명단 35명은) 국내와 일본에서 뛰는 선수 중에서 가능성과 현재 능력을 두루 갖춘 선수들이다. 이 선수 중에 월드컵에 기여하고 우리나라의 뒤를 이어갈 재목감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35명에서 25명으로 추려지더라도 다음 동아시아연맹 대회 엔트리가 35명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다시 박차고 뛰어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탈락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희망을 품고 더 발전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젊은 선수들의 예비명단 포함과 관련해 “구자철, 이승렬은 프로에서 검증을 받았고 김보경은 청소년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자신감을 심어주고 커 나가는 방향 제시를 하는 의미가 있다. 김신욱은 장신에다가 활동력, 슈팅력을 고루 갖췄다. 현재 스트라이커 계보를 보면 박주영, 이근호 등 빠르고 활동력이 있는 선수가 있는 반면 타깃맨으로서 제공권과 몸싸움에서 경합할 선수가 부족하다. (김신욱과) 하태균이 이동국과 좋은 경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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